38일. 주말의 시작도 물속에서 첨벙첨벙

by 속삭이는 물결

언제나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들어가니, 그만두신 줄로 착각했던 잠수복을 입은 선생님이 체조를 하고 계셨다. 며칠 동안, 조금 더 친절히 대해 드릴 걸 그랬나 약간의 후회를 하고 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선생님은 쉬다 오셨다며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2주 만에 다시 보는 선생님은 잠수복을 입고 물속으로 들어오셨다. 내가 속한 첫 번째 레인에는 4명, 두 번째 레인에는 1명만이 와서 마치 바닷가에서 연습하는 기분이었다. 선생님도 가르치기 편하셨을 것 같다.


첫날 그러셨던 것처럼 자유형 발차기 때 킥판을 살짝 끌어주시고는 양 발목을 잡아 차는 각도를 나의 근육과 뇌에 각인시켜 주셨다. 두 바퀴 하고 0.3바퀴를 더 돌았을 때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멈춰 섰더니, 선생님이 힘드냐고 물으셨다. 허리가 아파서요, 대답하니 발차기를 허리 힘이 아닌 발목 힘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 거라고, 허리를 너무 펴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건 어제 들은 이야기와 또 상반된다. 그러고 보니 돌이켜 보면 발목엔 힘을 줘본 기억이 없다. 발목에 힘을 주면 또 다리가 뻣뻣해질 것 같은데. 선생님은 핸즈온으로 옆구리를 끌어올려주셨는데, 확실히 허리에 부담이 줄어들었다. 풀업처럼 허리가 길어지는 느낌으로 하는 건가? 역시 핸즈온이 최고다. 근육이 바로바로 기억을 하게 한다.


그렇게 세 바퀴를 돌고 나니, 선생님이 모두의 발차기가 수면 위로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며, 한 팔에 6번씩 차기를 연습해 보자고 하셨다. 이것이 유튜브에서 본 6비트 킥의 세계인가! 나는 킥판을 잡고 천천히 많이 차 보려고 했는데, 이미 6번 이상씩 차고 있었는지 6번을 세고 나서도 더 찰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리가 충분히 올라오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선생님이 허벅지를 들어 올려서 잡아주셨는데, 그렇게 큰 차이는 못 느꼈다. 그럼에도 이 들어 올리는 힘이 어디서 기원해야 하는지는 의구심이 생겼다. 어떤 선생님도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 힘의 원천. 힘의 작용 원리. 힘을 더하고 빼는 놀이.


이번에는 (킥판을 놓고) 횟수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자유형을 해보는 시간이다. 크게 다른 느낌은 못 받았다. 두 바퀴를 돌고 왔더니 선생님이 “많이 느셨네요. 그 전에는 잡고 하셨었잖아요.”라고 하셨다.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선생님, 2주 만에 뵙는 거잖아요.” 2주 동안 거의 매일 물질을 하러 나왔는데 이조차도 늘지 않았다면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게다가 2주 전에도 이미 맨손 연습 중이었는데 말이다. 선생님은 그래도 내가 빨리 늘었다며 놀라워하셨다. 오랜만에 본 조카가 벌써 커버린 듯한 느낌이었을까.


그리고 갑자기 배영 연습이 시작되었다. 발차기 없이 팔 돌리기 먼저 말이다. 팔 돌리기를 어떻게 하라고 자세히 알려주시고 몸소 시범도 보이셨다. 만세한 손을 옆구리와 동일선상인 바로 옆으로 내리면 몸이 옆으로 튕겨나가기 때문에, 약간 뒤쪽으로 내려야 한다고 하셨다. 화목 선생님과는 다른 방식인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옆으로 내릴 때마다 옆으로 휘청거려서 곤란했거든. 그러나 나는 발차기 연습도 없이 바로 팔 돌리기를 한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동공에 지진을 일으켰다.


선생님은 나의 투명한 표정을 보면서 무슨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물으셨는데, 그냥 연습에 임하기로 했다. 어제 배운 대로 턱도 당기고 다리를 충분히 띄우기 위해 만세에서 한참을 기다리며 열심히 나아가다가 뒷분께 추월을 당해버렸다. 당황한 나는 뒷분을 먼저 보내드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떠오르려고 했는데, 몸이 뜨지가 않았다. 음-을 하는 내내 꼬르르륵. 뒷 분과 또 부딪힐 뻔해서 그냥 유턴을 해서 다시 출발을 했다. 꼬르르륵. 코에 물도 들어오고 영 쉽지가 않았다. 선생님은 자유형은 발등을 밀어서 올려 차지만, 배영은 발바닥을 눌러서 차야 한다고 하셨다. 이 요령이 귓속으론 들어왔지만 나의 뇌는 내 몸에 이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리질 않았다. 내 뇌가 무지 바빴나 보다. 도착을 하기도 전에 첫 번째 팀(?)이 두 번째 바퀴를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한 바퀴를 채 돌지도 못하고 멈춰 서버렸다.


선생님은 우리가 모두 두 바퀴를 돈 줄 알고 다음 미션을 주셨다. 이번에는 만세를 할 때 몸통을 내밀면서 팔을 쭉 뻗어서 추진력을 얻는 배영이다. 선생님이 팔을 위로 뻗을 때마다 통통 튀어 오르는 게 눈으로 보였다. 나는 시작하자마자 코에 물을 가득 머금은 채 멈춰 섰고, 다시 뒷분들을 쪼르륵 먼저 보내드렸다. 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코에 물이 많이 들어온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니 팔을 들어 올릴 때 음, 팔을 위로 쭉 뻗을 때 파를 해보라고 하셨다.


시킨 대로 해봤는데, 팔을 위로 쭉 뻗을 때 파도가 밀려와서 역효과만 났다. 또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자신이 알려준 것의 반대로 해보라고 하셨다. 이러나저러나 코로 물 먹는 일은 계속되었다. 크헝. 이번에는 두 바퀴를 다 채워서 돌았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선생님은 두 번째 레인을 전세 내신 분도 열심히 잡아주셨다. 나는 자유형 팔 돌리기에 대한 혼동 어린 질문을 이 선생님께도 하고 싶었는데, 영 타이밍이 보이질 않았다.


9분이 남았던가,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에겐 평영 연습을 시키셨고, 나에게는 계속해서 배영 연습을 시키셨다. 마지막에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지막 바퀴를 돌아오기도 전에 마무리 체조가 시작된 것만은 확실하다. 코로 물 먹는 건 이제 그만 졸업하고 싶다.


선생님은 자유형 시범을 보이기 위해 이동하거니 제일 늦게 오시는 분을 잡아주러 갈 때 굳이(하긴 물속 걷기는 비효율적이다) 배영을 하면서 가셨는데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주말에는 배영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무래도 배영 마스터가 되어야겠다. 빨리 떼면 평영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1. 오늘도 굉장히 피곤했다. 끝나고 샤워하면서 거울 보는데 오랜만에 올라온 엄청난 다크서클.. 보고 충격


그런데2. 취미로 수영하는 직장인들은 수영을 어떻게 하는 거야? 낮잠으로 스태미너 보충 필수인 수영을..?


+ 전자도서관에서 좋은 수영 책을 찾았다. 그런데 오탈자도 많고 비문이 수두룩해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새로운 걸 공부하려니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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