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늘 여유롭다. 길에 사람도 적고 수업도 느긋하다. 오늘도 인원은 목요일과 비슷했지만, 고급반 선생님이 바뀌었다. 유아반 담당인 줄 알았던 젊은 여자 선생님이 (지난번 잠시 토요일 초급반으로 오셨던 분과는 다른 분이다.) 자기소개를 하며 강사 변동을 안내하셨는데, 목소리도 씩씩하고 열정적으로 보이셨다. 우리에게 한 이야기도 아닌데 귀 기울이게 되는 힘이 있었다.
아무튼 우리의 아기 같은 선생님은 초보 분들을 데리고 유아 풀로 가셨고, 나머지는 자유형 발차기 3바퀴로 시작했다. 선생님은 오늘도 물에 들어와서 회원들의 자세를 잡아주셨다. 발차기 핸즈온의 효과는 15m밖에 지속되질 않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늘은 선생님의 동선이 늘어나서 피드백 들을 기회가 부쩍 줄어들었다.
월수금 반을 한 달 동안 같이 들은, 체격이 마치 수영선수 같은, 키 큰 남자분도 오셨는데, 월수금 자리가 없어서 화목토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며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키가 정말 크셔서 여기서 저기까지 금방 가시는데, 체력은 부족하신 듯했다. 월수금 반에선 사람이 많아서 티가 나질 않았는데, 오늘 보니 한참을 쉬다 오시더라. 수영이 힘들긴 힘든 운동인가 보다.
목요일부터 함께 한, 15-20년 만에 수영장을 찾은 여자분 역시 오늘도 함께였다. 여전히 힘들어하셨다. 반은 걸어서 오시는 것 같았다. 목요일에도 너무 힘들다고 하시며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으셨는데, 서로의 나이를 트고 나서 나는 “여기선 할머니들이 제일 잘한다고, 나이는 관계없는 것 같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분은 오늘 선생님께 허리가 안 좋아서 쉬엄쉬엄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시기도 했다. 다행히 허리 디스크는 아니신 듯했다. 아무래도 음파 호흡이 제일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바퀴부터는 음파를 하지 않고 고개를 내밀고 발차기 연습을 했더랬다.
그러고 나선 바로 자유형 팔 돌리기 연습이었다. 세 바퀴. 첫 바퀴엔 숨이 정말 찼지만, 한 바퀴를 채우고 두 바퀴 세 바퀴를 넘어가면서 점점 괜찮아지는 느낌이었다. 몸을 일자로 만들기를 유념하며 열심히 했지만 다리가 왼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이 들었다. 세 바퀴를 다 돌고, 선생님께 다 했다고 하니, 한 바퀴 더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남자분이 왼쪽으로 호흡을 하는 걸 신기해하셨다. 나는 그분의 수영을 유심히 본 적이 없어서 왼쪽으로 호흡하시는지도 몰랐다. 보통은 왼손잡이어도 오른쪽으로 파-하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하는데, 왼 호흡은 처음 보는 경우라고 하셨다.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은 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보니 수영선수들은 양쪽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 같았거든.
이제는 이 수영장에도 익숙해졌고, 이 레인에서는 내가 가장 오래 다닌 사람이 되었기에 선생님에게 말도 잘 건다.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 선생님이 젊으셔서 더 편한 것도 있지만.
나는 수경에 습기가 차는 게 싫어서 수경을 이마 위로 올릴 때 안구 부분을 거꾸로 뒤집어 놓는 편인데, 선생님은 핸즈온 때 그걸 다시 바로잡아주셔서 당황했다. 자유형 팔 돌리기 세 바퀴를 다 돌고 왔을 때, 선생님이 빤히 보시면서 수경 뒤집어졌다고 알려주셨는데, 나름의 이유를 대니, 본인이 보기엔 너무 웃기다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아주 약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랑곳 않았지만, 선생님은 계속 바로잡고 싶은 욕구가 드시는 것 같았다. 버티고 있다가 선생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기 위해 다시 바꿔드렸다. 다음부턴 커뮤니티에서 본 대로 수경에 비누칠을 하고 들어와야겠다.
아무튼 자유형을 한 번 더 봐주시면서 잡아주실 땐 내 윗 팔의 손을 앞으로 쭉 잡아당겨 주셨다. 글라이딩하는 걸 왜 늘 잊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을 벌렸다가도 해보고 오므렸다가도 해봤는데, 역시 교과서 속에 나오는 아주 살짝 벌리는 자세가 가장 물을 잘 잡아당길 수 있었다. 편안하게, 여유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 레인에서 할머니들이 자유형 연습을 하는 걸 보니 규칙적이고도 천천히 팔을 돌리는 모습이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이번에는 배영 발차기 시간이었다. 오늘은 팔을 만세 하듯 위로 쭉 뻗어서 손을 교차해서 나아가는 발차기다. 팔을 정말 쭉 뻗으니 어깨도 올라가고 승모근도 뻐근해졌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선생님이 잡아주신 대로 팔을 베개처럼 베고 누우니 자세도 안정적이고 속도도 더 빨라지는 걸 느꼈다. 천장의 타일이 더 빠르게 바뀌었다. 그렇게 세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배영 팔 돌리기 시간. 팔을 뻗어서 돌리기. 나는 어제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팔을 위로 뻗으면 물이 얼굴 위를 덮는다고. 선생님은 지난주에 알려주신 공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셨다. 팔을 올릴 때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파-를 하면서 (상체도 살짝 들고 팔도 위로 잡아당기고) 내릴 때 음-을 해야 한다고. 나의 배영 상태에는 유효하지 않은 피드백이었다. 그리고 팔은 옆이 아닌 뒤쪽으로 잡아당겨야 한다. 선생님의 동작에서는 글라이딩과 롤링이 동시에 일어나고 가슴도 위로 솟아오른다.
오늘 중 언제인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손날을 언제 꺾어야 하냐고도 물어봤다. 그러니 손날은 가슴 앞이 아닌 배꼽에서 올라올 때부터 새끼손가락이 천장을 향해야 한다고 하셨다. (화목 선생님만 그렇게 알려준다고 생각한 건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배영을 나갈 때도 계속해서 새끼손가락이 먼저 출발해야 한다고 코멘트해주셨다. 몸 앞에서도 몸 뒤에서도 말이다. 팔 돌리기를 잡아주시면서 “지금 팔 좋아요”라고도 하신 것 같다.
어제보다 물이 덜 잠겨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롤링도 새끼손가락의 리드도, 시키는 건 다 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코에 물이 들어와서 뱉으러 다녔는데, 한 번은 나도 모르게 배수구에다가 소리 내어 코를 푼 것 같다. 1/4쯤 의식이 사라진 상태여서 손을 대고 풀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수영 처음 배울 때 어떤 젊은 남자가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소름 끼쳤는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니, 황당하면서도 아 인생이 이런 건가 보다, 싶었다.
어제는 (몇 번의 대화로 조금 친해진) 어떤 분이 콧물을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 알려드렸는데, 그냥 물에 푸시더라.. 그리고 어떤 분은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이신데 샤워도 샴푸도 안 하고 수영장에 들어오시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되어 충격을 먹었다. 내가 나서서 경찰관 노릇을 하기도 불편하고,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까 수영장 물을 먹지 않기 위해 목숨 걸고 열심히 해야 한다.
배영을 연습하는 사이에 평영도 알려달라고 할까, 하던 고민이 떠올라서 시계를 보니 수업 시간이 7분밖에 남지 않아 그냥 묵묵히 배영 연습만 했다. 중간부터는 유아 풀을 졸업하고 오신 두 분이 거북이 등을 차고 같은 레인에서 음파 발차기를 함께 하셔서 왕복 소요 시간이 더 걸렸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이 3분 남았을 때, 마지막으로 배영을 한 바퀴 더 돌자고 하시며, 한 명씩 피드백을 주면서 나에게는 팔을 더 빠르게 돌려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한 번 더 다녀오기도 전에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었고, 우리의 선생님은 늘 그랬듯 칼퇴를 하셨다.
마무리 체조는 여자 선생님이 하셨는데, 역시나 씩씩하고 활기차서 좋았는데, 표정이 아주 밝은 것이 참 행복해 보이셔서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여태껏 해본 체조 중에 가장 신나고 재밌는 느낌이었다. 얼핏 들으니 수영 설명도 잘하시는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저 선생님 수업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자유형 연습을 한 번 더 해보려는데, 같이 수업을 들은 분이, 선생님이 들어와서 잡아주니 좋다고 하시면서 다른 요일도 그렇게 하냐고 물으셨다. 내가 아니라고 하니, 그럼 어떻게 배웠냐고 되물으셨다. 나도 그게 신기했는데 선생님들이 말로도 충분히 설명을 잘해주셔서 잘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분은 내가 두 달 다닌 것 치고는 잘하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말로만 설명해주는데 그걸 다 알아듣고 하는 건 똑똑한 것 아니냐고 하셨다. 나는 매일 나오는 덕분이라고 백수 놀이하는 중이라 배울 수 있을 때 많이 배워두려고 한다고 답했지만,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소중한 칭찬, 기억해 둬야지!
오늘은 수영보다 사람 이야기가 더 많았네. 내일이랑 내일모레는 수영이 없어서 아쉽다. 꼭 토요일만 되면 수영 못하는 게 아쉬워지더라. 요즘 양양에 서핑 여행을 가고 싶어서 큰일이 났다. 그러나 수영 주 6파로서 시간을 내기도 애매하고, 같이 갈 사람도 없어서 고민뿐이다. 얼른 수영도 잘 배우고 취직도 해서, 양양이든 어디든 서핑하러 떠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미래가 보이질 않아 우울하다. 다른 이유로 우울한 것보단 덜 우울한 편이겠지만,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풀릴지는 꽤 걱정스럽다. 글 쓰는 일을 계속해서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그래도 아직은 다섯 손가락 이하로 실패했다. 스무 손가락 정도는 실패해 줘야 좌절하지 않겠는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용기가 있다면 그만큼 거절당할 용기는 배로 필요하다. 사필귀정, 공수래공수거. 나의 힘을 믿자, 믿을 사람은 나뿐이다. 아니 사실 주변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미 나의 힘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 인정을 생판 남에게도 받아 보려면 시간과 운이 필요할 테지. 괜찮아, 수영을 이렇게 열심히 배우는 이 시간이 곧 복으로 되돌아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