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그리고 현충일인 월요일, 이틀 연속으로 수영을 못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어젯밤부터 급 수영이 배경이거나 수영을 주제로 한 창작물을 파기 시작했다. 뭐든지 꽂히면 나오는 버릇인데, 지난날 무용과 요리, 미식에 대한 사랑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영화 <노브레싱>.
사실 민망하지만 TV 틀어놓고 딴청 피우듯 대충 봤다.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노브레싱이 뭔가 했더니 숨을 참고 수영하는 방법이다. 보통은 경기 초반이나 막바지에 속도를 내려고 숨을 참고 잠영으로만 한다는데, 실제로 이 영화처럼 무리하게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년 2등 수영선수였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이 방법으로 수영을 했고, 아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기 위해 대회에서 무리를 하다가 물속에서 숨을 거둔다. 어디서든 1등을 차지하는 수영 영재인 주인공은 이 사건을 계기로 수영을 관두고 방황하는 청소년의 삶을 지낸다. 그러다 수영 코치의 반 협박으로 다시 수영을 하게 되고 어릴 적 라이벌과 재회한다. 젊고 예쁘고 잘생긴 스타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빼고는 그다지 볼 만한 구석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수영에 관한 보기 드문 영화라 나름 가치가 있었다. 여자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수영 대결을 펼친다는 설정도 어쩜 그리 뻔하고 재미가 없는지..
그다음 본 것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러프>.
이 만화가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적나라하게 표절한 작품 <H2>를 쓴 사람이라는 것이다. <러프>라는 작품도 명작으로 추앙받던데, 글쎄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나 인물 설정은 기가 막히게 잘 짜는 것 같다. 과연 드라마 작가들이 탐낼 만하다. 클라이맥스는 없이 오로지 여운으로 가득한 엔딩도 충격적이었다.
수영 선수와 다이빙 선수, 다른 운동선수들이 등장하는 만화다. 남녀 주인공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할아버지 대부터 원수지간인 가문의 자제들인데, 체육고등학교에서 만나게 되면서 티격 대다가 친해지고 우정인 듯 사랑인 듯 애매모호한 관계를 이어간다. 수영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고, 대체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두 사람 그리고 두 가문, 사랑을 방해하듯 질투하듯 끼어드는 제삼자들.
남자 주인공 야마토는 자유형으로 전국 3위를 기록했지만 승부욕도 열정도 없는 인물이고, 평영으로 전향하길 꿈꾼다. 야마토는 타고난 체력만으로 뽑혔지만 수영은 젬병인 친구에게 수영을 가르치라는 지시를 받고, 그에게 자유형을 가르치다 도리어 자신의 부족한 기본기를 다잡게 된다. 그래서 자유형을 계속하면서 기록까지 경신한다. 만화답게 기록을 경신하는 게 아주 극적이다. 대회에서 갑자기 막 2-3초씩 앞서 나가는 비현실적인 전개.
여자 주인공 나노미야는 다이빙 선수인데 역시나 다이빙에 아주 큰 뜻은 없어 보인다.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는 적게 나온다. 다이빙했을 때 자세와 일으키는 물보라가 얼마나 적었는지가 채점 요소에 반영된다는 아주 간단한 소개만 나온다.
옛날 작품이라 크게 기대한 건 아니지만, 정말 역겨운 성별 설정이 줄곧 나와서 짜증 난다. 남자들은 모두 여자들의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고, 남자들의 넘치는 성욕이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더럽고 징그럽게 그려진다. 프로들이 수영장에서 맨날 보는 동료 선수들을 보면서 성욕을 느낀다고? 게다가 코치도? 작가를 찾아가서 정신 차리라고 몇 대 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더 최악인 건, 매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여자 주인공의 수영복 입은 포즈가 작은 표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의 몸매를 상상할 때의 음란한 이미지도 아주 당연하게 컷으로 나온다. 으윽, 열 받지 않겠나.
세 번째로 본 만화는 해오 작가의 <수영만화일기>.
베도에서 시작해 네이버 정식 연재를 따낸, 시즌 1까지 마친 작품이다. 방금 막 따끈따끈하게 정주행을 끝냈다. 만화가를 꿈꾸는 작가가 연이은 실패를 겪고 좌절해 있다가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동생을 따라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수영을 처음 배우는 것이 매우 자세히 나오는데, 아마도 분량 관계상 강습의 모든 과정을 다 다루고 있는 건 아니라서 이게 끝인가?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배운 방식과는 많이 다른 방식이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유아풀도 아닌 곳에서 한 달(?) 가까이 킥판도 없이 맨손으로만 뜨기와 발차기를 배운다는데, 그게 가능한가 싶다. 아니, 그전에 위험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됐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저렇게 배워야 기본기를 제대로 다질 수 있고 불필요한 잘못된 습관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월수금 반도 사람이 정말 많은데, 이 만화 속에는 더 많은 인원이, 그것도 쌩초보들만 20명 넘게 한 레인을 공유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수영을 배우고 연습하면서, 혼자 고민하고 유튜브도 찾아보며 설레발도 치는 모든 모습이 나의 모습과 많이 겹쳐서 깊게 동질감을 느꼈다. S형 스트로크와 I형 스트로크 사이에서 혼자 고민하는 모습은 내가 최근 팔꺾기에 대해서 혼자 고민하는 모습과 똑같았다. (팔꺾기=하이 엘보에 대한 궁금증도 짧지만 비슷하게 다뤄진다.) 댓글에서 작가를 만류했듯, 나도 팔꺾기는 상급반에서 배우는 것이란 사실을 알곤 고민을 끝냈다.
시설도 훨씬 좋은 것 같다. 레인마다 선생님이 따로 있고, 안전 요원도 있다. 수업 전후로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자유수영 레인도 따로 있고 말이다. 다른 요일이나 주말에도 언제든지 자유 수영 연습이 가능하고. 아마도 지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만화는 수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고뇌, 월경에 대한 정보나 몸매에 대한 고찰, 관계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한 측면을 심도 있게 다뤄서 공감 가는 면이 많았다.
작은 에피소드도 매우 깊이 있게 자세히 다루는 방식이, 체력 소모가 심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자료 조사도 하고 그림도 그려야 하니까. 그에 비하면 나는 완성도 걱정이라곤 지나치리만큼 없이 배설하듯 일기를 적어나가고 있으니, 글이 얼마나 쉬운 수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작심삼일 인간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수영을 배우면서 인생 교훈도 얻고 더 힘차게 나아가는 작가가 참 멋있고 존경스럽다. 나도 작가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 작가로부터 어떤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이외에 보려는 콘텐츠:
애니메이션 <Free!>
웹툰 <인어를 위한 수영 교실>
만화 <건강 전라계 수영부 우미GO> : 제목이 왜 이따군지 모르겠다. <우미쇼 수영부>가 공식 수입 제목인 듯
영화 <스위밍 위드 맨> <4등> <언더 워터>
서핑 영화
<죽도 서핑 다이어리> <작전명 서핑> <폭풍 속으로> <인투 더 윈드>
너무 많네..
이 글은 한 시간여 반신욕을 하면서 썼다. 체중 감량 목적으로 반신욕을 시작했었지만 수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물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피부 건조를 예방하기 위해 오랫동안 반신욕을 쉬었더랬다. 확실히 땀이 많이 나고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방금 몸무게를 다시 재보니 기상 때의 체중과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분명 두 끼를 먹었는데.. 물속에 들어왔다 나오는 것만으로도 수분 손실이 크다는 의미겠지만, 체중이 얼른 줄어들면 좋겠다.. 얼른 과체중에서 표준으로 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