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더운 토요일이다. 오늘은 또 어떤 수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한 주의 마지막 수영을 기대하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지름길 정말 최고다! 이제 아무리 늦게 나가도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토요일은 늘 30초쯤 늦게 입장한다. 샤워장이 한산해서 그런지, 샤워를 불필요하게 오래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전체 수영장에 병아리 선생님 한 명만 있었다. 병아리한테는 너무 가혹한 근무 환경 아닌가. 준비 체조를 마치고, 자유형 발차기 3바퀴 먼저! 웬걸, 이상하게 다시 속도가 줄었다.. 발을 팔자 모양으로 만들어 보아도, 음을 오래 해 봐도, 보폭을 크게 해 봐도 뭔가 이상했다. 허벅지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건지.
발차기 연습이 끝나곤 팔 돌리기 세 바퀴.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오늘 처음으로 우리 레인에 들어오셔서 팔을 잡아주셨다. 팔을 앞으로 쭉 미는 느낌이다. 한 바퀴를 더 돌고 돌아와 선생님에게 다 돌았다고 했다. 선생님은 내게 자유형이 많이 늘었다고 해주셨다. 그래요? 저 평영 발차기도 배웠어요! 하니 놀라워하셨다. 그래서 평영 발차기도 시켜보기로 마음먹으신 듯했다.
일단은 배영 팔 돌리기를 다녀오라고 하셨다. 이번 주에 배영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오늘은 배영이 참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물도 많이 들어오지 않고, 팔은 뒤로 멀리 보내지 않아 몸이 휘청거렸지만, 롤링은 꽤 정성껏 됐다. 두세 바퀴를 돌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옆 레인에서 배영 팔 돌리기를 설명하며 시범을 보이시고 계셨다. 이걸 놓칠 수 없지! 경청을 했다. 지지난주에도 설명해주신 거다. 팔을 위로 뻗을 때 가슴을 내밀듯이 훅 솟아오르면서 파-를 하며 추진력을 내라는 내용이다. 팔은 한 팔을 내리는 동시에 다른 팔을 올려야 한다. 오늘은 이 코디네이션이 잘 되질 않았다.
중간에 팔 동작에 집중하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또 물을 먹었다. 얼른 물을 뱉고 싶은데 수심이 깊은 곳, 깃발을 살짝 지난 곳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양팔을 저어서 끝까지 도착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 결국 뒤돌아서 자유형 스트로크로 벽에 닿은 뒤에야 배수로에 물을 뱉었다. 선생님이 근처에 오셔서 다른 분께 배영 동작 피드백을 주고 계셨다. 물을 뱉느라 하나도 못 들었다. 선생님은 그분의 동작을 봐준 뒤에 나에게 아까 이중 배영을 하신 거냐며 약간 설레는 표정을 지으며 물으셨다. 양팔을 돌리는 동작이었는데, 나는 내가 그 동작을 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제가요? 물이 들어와서 멈추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 같아요! 선생님은 내 대답에 약간 실망한 듯했지만, 그것이 또 다른 동작 이름이라니! 어딘가 책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두 팔을 같이 저으면 속도가 나지 않을까 하는 본능적인 계산으로 시도해본 것 같다. 그런데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억도 못하다니.. 그래도 선생님이 알아봐 주신 덕분에 영법의 다양함을 이해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검색해도 안 나온다는 게 함정이다.
선생님에게 팔을 위로 하면 물이 얼굴에 들어온다는 질문을 또 해버렸다. 세 번째로 물어보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이 질문이 지겨우실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똑같은 대답만 돌아오는데 왜 물어본 걸까? 음파를 잘해야 한다고, 사람마다 타이밍이 다를 수 있으니 나만의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오늘은 물을 덜 먹었다. 발차기가 좀 세진 것 같기도 한데, 다리는 역대급으로 피곤해서 정말 세진 건진 알 수가 없다. 느낌적인 느낌.. 그렇게 배영을 총 다섯 바퀴를 돌았다.
이제 평영 발차기를 연습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선생님에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다섯 바퀴 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선생님은 배운 것을 해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인 줄 모르겠다고, 유아풀에서만 해봤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킥판을 잡고 연습하는 건 정말 안 배웠는 걸. 선생님이 오시길 기다리며 쉬다가 그냥 킥판을 잡고 연습을 해봤다. 고개를 들고 하니 엉덩이를 올리고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 고개를 완전히 숙여서 해봤다. 그때 선생님이 들어 오셔선 다리를 잡아주셨다.
힘 빼세요! 발목에 힘 빼세요! 다리에 힘 빼세요! 선생님이 모양을 잡아주니까 힘을 뺄 수 있는 거지, 혼자서는 힘을 주지 않고서 모양을 어떻게 유지하겠는가? 선생님은 설명보단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주셨다. 양다리를 돌려서 발목 안쪽 복숭아뼈 부분으로 물을 모으듯이 다리를 뻗어내야 한다. 발목 안쪽의 삼각존(?) 부분에 집중할 것! 어쩜 이렇게 전진이 없는지, 거의 제자리 발차기다. 아, 이래서 어제 선생님이 벽 잡고 연습하라고 하신 건가. 앞으로 아주 조금씩 나가다 보니 두 바퀴를 채 돌지 못하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조금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발차기 연습에 집중하다 보니 음-하며 숙이고 있는 자세도 아주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다리의 움직임이 크질 않아서 숨을 더 잘 참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업이 끝나고 남아서 조금 더 연습해봤다. 하면 할수록 잘 되는 것 같은데 시간이 부족하니 너무 아쉽다.
샤워도 마치고 옷을 입는데 샤워장에서도 락커룸에서도 옆자리 짝이 된 할머니께서 또 칭찬해주셨다. 배영 할 때 참 예쁘더라고. 배영 할 때 바보 같을 것 같았는데, 많이 좋아졌다보다! 기뻤다. 오늘은 선생님께도 할머니께도 칭찬을 들었네. 그것도 자유형 하나, 배영 하나 골고루다! 할머니에게 평영을 할 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물었다. 2주 전에 할머니가 배영보다 평영이 더 잘할 자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선생님한테 물어야 잘 가르쳐주시지.” 함부로 조언을 건네지 않는 겸손한 태도. 그래도 고개를 숙여야 잘 나간다고 팁을 알려주셨다.
나는 내가 W자로 앉는 자세도 잘 되질 않는다고 하니, 할머니가 “허벅지가 두꺼워서 그래”라며 팩폭을 날리셨다. 나는 당황한 마음에 자지러졌지만, 허벅지가 두꺼운 건 좋은 거라며, 나이 들면 허벅지 살이 빠져서 다들 고민이라고 하셨다. 허벅지가 길어서 다리를 교차로 접어 앉는 자세도 그냥 잘 된다고, 정말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 말은 허벅지가 두껍다는 것이 곧 허벅지가 짧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긋나긋한 팩폭에 그저 자지러진다. 허벅지가 두꺼운 건 좋은 거라고, 그게 건강한 거라고 재차 강조하셨지만 말이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도 거들었다. 자신은 젊을 때 다리 꼬는 자세도 안 되고 그랬는데 나이 들어 살 빠지면서 다리도 잘 꼬아진다고 하셨다. 하하..
할머니는 당신께서 6-7개월 다니셨는데 뱃살이 많이 빠져서 1킬로가 줄었다고 하셨다. (전에 들은 건 3킬로였던 것 같은데..) 젊은 사람이라 역시 빨리 배운다며, 얼른 더 배워서 이쪽 레인으로 건너오라고 덕담을 건네주셨다. 쉬엄쉬엄 하라는 말도 함께.. 훈훈한 대화를 끝으로 토요 수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평영 발차기도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 접영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어제부로 엄청나게 커졌다. 금메달리스트의 우승 비결인 돌핀 킥이 너무 멋져 보여서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것 같다. 접영은 평영을 배워야 그다음에 배울 수 있고, 평영을 마스터하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고 한다. 그럼 수영을 얼마나 더 오래 다녀야 하는 걸까? 이렇게 피어오른 열망이 끊기질 않는다면, 나는 아마 취직한 뒤에도 새벽 수영을 등록할지도 모른다.
어제는 반신욕을 하며 해외 수영 여행 영상을 보았다. 아름다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는 건 그야말로 나가 수영을 시작한 제1요인이자 나의 오랜 로망이다. 서핑도 해야 하고 수영 투어도 해야 하고, 정말 바쁘게 쪼개 살아야 한다! 곧 그런 날이 올 수 있으려나? 아무튼 이러다 점점 수영 홀릭이 될 것 같은데, 다른 배우고 싶은 모든 것들은 어떡하나? 괜한 걱정이 앞선다. 수영을 즐겁게 즐기고 집에 돌아와 뻗어서 잘 수 있는 이 일상의 소중함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내일이면 수영 시작한 지 딱 2개월이 된다! 다이어트를 제대로 다시 시작해보려는 참이라, 축하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겠다. 기뻐도 슬퍼도 행복해도 화가 나도, 뭐든지 그것을 기리는 방식은 먹는 행위에만 치중돼 있다. 2개월 동안 매일매일 수영 열심히 배우느라 수고했어 나 자신아! 해외 수영장 서치나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