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정진에도 진전 없음

by 속삭이는 물결

설레는 월요일. 오늘은 수영이 끝나고 한 시간 후에 필라테스 체험 수업을 예약해둔 날이다. 혹시 뒷 수업에 늦을까 봐, 수영이 끝나고 뒷 수업을 완전히 잊을까 봐 전날 밤부터 긴장을 잔뜩 했다. 덕분에 좀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인 하루! 그리고 워치 충전기를 찾은 덕에 오랜만에 저렴이 워치도 착용했다. 시간을 체크하면서 샤워도 일찍 마치고 수영장에도 여유롭게 입수했다.


원래 담당 선생님이 유아풀에 계신 것을 분명 보였는데,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 사라지셨다! 상급반 선생님이 준비 체조를 리드하는 동안 지난번 대강으로 오셨던 노련한 선생님이 등장하셨다. 혹시 오늘도 저분이 수업을 하시는 건가? 예상은 뻔했지만 적중했다.


선생님은 반 바퀴 걷기를 시키시더니, 킥판을 하나씩 들고 지상 위로 올라오라고 하셨다. 지난번과 동일한 시스템. 수심이 가장 깊은 곳 벽에 모였다. 사람 정말 많구나. 선생님은 “접영… 평영 발차기까지 배우신 분들!”을 먼저 그루핑하셨다. 지난주에 평영 발차기를 처음 나는 가까스로 첫 번째 그룹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차례대로 두 줄 서기를 한 뒤 음파 발차기를 나아갔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걷고, 다시 출발하기! 그러니까 편도로 세 번을 오갔다. 쉼 없이 나가야 하기에 발차기 자체도 힘들었지만, 지상으로 올라와 25m를 꼬박 다시 걸어가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사람들의 기운을 빼놓으려는 전략인가.


이제는 배영 발차기다. 똑같이 3번씩 돌고 왔더니,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중간에 경계를 치고 깊은 곳에서만 본격적으로 영법 연습이 시작됐다. 킥판 없이 자유형 팔 돌리기 5바퀴, 배영 팔 돌리기 5바퀴. 생각보다 짧아서 금방 금방 도착했다. 하루 쉬었다 왔다고 살짝 감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배영 팔 돌리기는 확실히 많이 는 기분이다.


그리고 대망의 평영 시간. 발차기까지만 배운 사람들에게는 킥판이 주어졌다. 토요일에 이미 킥판 잡고 발차기를 시도해봤음에도 내가 얼마나 못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련자들과 함께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첫 발차기를 시도하자마자 어긋나는 느낌이 났다. 말 그대로 오른쪽 고관절이 뻐근해지면서 무언가가 꼬인 느낌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더 돌아보자, 하고 매우 천천히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유튜브에서 본 엉덩이 들기는 생각도 나질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민폐라고 느껴졌다.


그 와중에 지난주에 안 오신 젊은 남자분은 선생님의 “평영 발차기를 아직도 안 배웠어요?”라는 물음과 함께 유아 풀로 끌려가셨다. 나는 풀 밖으로 나와서 유아 풀로 갔다. 선생님께 지난주에 처음 배웠는데 앞으로 잘 나가지질 않는다고 설명을 드렸다. 선생님은 더러운 매트 위에 남자분을 눕히고 핸즈온을 해주고 계신 참이었다. 이윽고 나를 먼저 눕혀서 샘플로 사용하시려는 듯했다. 이 선생님은 하나에 W다. 무릎은 주먹 하나 들어갈 크기, 생각보다 훨씬 작은 폭으로만 벌리고 발목과 발끝은 바깥쪽을 향해 확실히 꺾어준다. 둘에는 다리를 거꾸로 누운 V자로 쭉 뻗어서 발목은 플렉스 상태를 유지한다. 셋에는 두 다리를 일자로 모으고 발등도 펴준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방식이 정말 다르구나. 그걸 여러 번 잡아주며 시키신 뒤에, 2개씩 10세트? 10세트씩 2개를 하라는 아리송한 지시를 남기고 떠나셨다.


남자분 역시 선생님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멀뚱히 서 있기만 했고, 나는 킥판을 잡고 물속에서 다시 천천히 연습을 반복했다. 고관절 안쪽이 꼬인 상태라 조심조심하면서.. 여기서는 솟거나 나아가는 느낌이 나는데 왜 깊은 곳에서는 잘 되질 않는 걸까? 선생님은 한참 뒤에 돌아오셔선 다시 매트 위에서 해보라고 하셨다. (사실 처음부터 매트 위에서만 하라고 하신 것 같지만) 나부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서 열심히 동작을 만들기를 여러 번. 선생님은 내 동작이 완전한 초보자 같지는 않았는지 “예전에 발차기를 해보셨었어요?”라고 물으셨다. 아니 지난주에 처음 배웠다니깐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정신이 없으신 거겠지. “지난주에 처음 배웠어요!” 선생님은 남자분의 자세를 다시 봐주시곤, 내게 킥판을 들고 이쪽으로 오라고 하셨다.


자유형 연습 그룹에 섞여서 킥판 잡고 평영 발차기 연습이다. 킥판 잡고 고개를 푹 숙여서 음- 하면서 하나-둘-셋 동작을 한 뒤에 파- 하면서 올라오기다. 첫술도 아닌데 잘 되질 않는다. 처음 한 번은 사다리 가까이에서 했더니 사다리에 다리를 부딪혔다. 선생님은 안 부딪히게 가운데로 가라고 급하게 말씀하셨다. 완전히 가운데에서 해야 하는 건가? 완전히 이해하질 못해 혼란을 가득 품은 나. 여러 번 반복하는 내내, 고관절과 허벅지 안쪽 통증은 계속 신경이 쓰이고 몸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음파 발차기 연습하는 여기서도 민폐야.


선생님은 내가 고개를 더 많이 숙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더 많이 숙이지?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숙여보았다. 그랬더니 조금 더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발차기가 나아지진 않았다. 그렇게 한 바퀴를 더 돌고 나니 선생님은 내가 다리 모양을 제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보이지가 않으니 답답했다.


곧 수업은 종료되었고, 지시가 애매모호해서 무슨 동작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마무리 체조가 오랜만에 다시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이 선생님의 특징인 것 같다. 성격이 급하셔서 수업 진행은 빠릿하게 해 주시는데, 상황에 대한 집중력이나 세심함은 떨어지신다. 게다가 레벨이 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칸 나누기만 잘해서는 될 일도 아니긴 하다.


수업이 끝나고 자유형 연습을 조금 더 했는데 허벅지 안쪽과 고관절이 여전히 아파서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빠르게 씻고 달려 나가야 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꺼낸 저렴이 워치는 아주 쓸모가 없었다. 물살조차 터치로 인식해서 제멋대로 꺼지고 다른 운동 모드가 시작되곤 했다. 이건 지상에서 다른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그걸 완전히 잊고 말이다. 물속에서 얼마나 잘 되길 기대한 걸까. 애플 워치에 대한 물욕이 다시 샘솟는다.


필라테스 수업은 너무 쉽고 재미가 없었다. 운동이 되는 느낌이 나질 않았다. 동작을 할 때마다 필요한 근육이 활성화되는 것은 느꼈지만, 땀은 나질 않았고 오히려 운동하기 전보다 뽀송뽀송해졌다. 기구 필라테스는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다. 그리고 필라테스 강사가 되는 건 정말 생각보다 쉬운 일이겠구나 싶었다. 물론 모든 필라테스 센터가 그렇진 않겠지만 말이다. 차라리 소도구를 사서 집에서 혼자 따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그나저나 고관절 때문에 평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갑자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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