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신나는 토영일

by 속삭이는 물결

또, 벌써, 주말이다. 한 주가 돌아오는 속도가 왜 이리 빠른지. 매주 목요일만 되면 놀란다. 이만큼 살았으면 진정할 때도 됐는데 어쩜 매번 시간의 속도 앞에 놀라는 건 변하질 않는지. 오늘 첫 번째 레인에는 나 포함 셋뿐이었다. 다른 두 분은 모두 이번 달에 처음 배우시는 분들이었고 사실상 오래간만에 혼자였다. 다들 여름휴가를 가셨나?


선생님은 첫 레인엔(아니, 나만) 자유형 발차기 두 바퀴, 두 번째 레인엔 세 바퀴를 돌라고 말씀하셨다. 여기가 사람이 적어서 도는 게 더 빠를 텐데.. 우선 돌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좀 힘드네? 호흡이 계속 멈춘다. 필라테스에선 호흡을 다 내뱉고 나서도 무의식적으로 호흡이 다 빠져나가도록 거의 멈추듯이 기다리는 순간이 있는데, 이걸 과거에 조금 훈련했다고 버릇이 되어 물속에서도 참고 기다리고 있는 거다. 잘 되지 않는 느낌. 선생님은 오늘 핸즈온을 많이 해주셨는데, 발차기 각도도 더 오래 붙잡아주셨다. 이미 엄지가 스치게 차고 있었지만, 선생님이 잡아주실 땐 엄지가 거의 맞닿는 정도로 가까웠다. 아주 천천히 두 바퀴를 돌고 오니, 할 일이 없었다. 뒤늦게 멈춰 있는 우리를 발견한 선생님은 자유형을 할 건데, 옆 레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조깅을 하고 오라고 하셨다. 갔다 오고서도 한참을 기다렸다. 이럴 바에야 그냥 음파 발차기 한 바퀴 더 돌고 올 걸.


자유형은 세 바퀴를 돌았다. 오늘은 팔로 물잡기할 때를 주로 잡아주셨고 팔을 돌려주시면서 “크게” “크게”를 외치셨다. 선생님의 핸즈온을 받으면 팔로 물을 밀어낼 때 조금 더 세고 강하게 밀어내는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 왔을 때 선생님은 내가 팔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으니 힘을 빼고 하라고 하셨다. 팔에 힘을 빼고 팔을 크게 돌리라구요? 이 부력을 이겨서요? 물론 묻지는 않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선생님이 오늘은 유독 핸즈온을 많이 해주셨다. 선생님이 잡아주시는데도 의식적으로 팔에 힘을 빼고 하니 팔이 더 아팠다. 왜죠?


또 한 바퀴를 더 돌고 왔을 때였나, 돌고 있을 때였나, 선생님은 파-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타이밍을 더 늦춰보라고 하셨다. 원래 배우고 연습한 대로는 오른팔이 물을 잡으며 출발하자마자 고개와 몸통을 같이 회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물을 잡고 손이 허벅지 근처에 오면 그때 고개를 돌려 파-를 하는 것이다. 신기한 방법이다. 일단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파-를 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더 숨이 차고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경직된다는 건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말이고 몸도 더 가라앉는다는 말이다. 원래 방식으로만 두 달 내내 했더니, 연습하는 동안에도 5번 중에 1번은 원래 버릇대로 고개가 움직이곤 했다.


그렇게 한두 바퀴를 하고 나니 선생님이 어떠냐고 물으셨다. 나는 원래 배운 방식을 알려드리며, 이 새로운 방식이 숨이 더 찬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자신의 방식은 선수용이라고 했다. 다른 방식은 생활 체육용이라고 말이다. 처음엔 그 방식대로 꼭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내 말 때문에 조심스러워졌는지 아무래도 오늘은 첫 시도였을 테니 둘 다 해보면서 나한테 맞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하셨다. 처음이라 그런지 숨이 많이 차긴 했는데, 이게 좀 더 전문가용이라면 당연히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해 봐야지. 단조롭던 자유형 연습에 새로운 챌린지가 생겼다!


선생님은 모두에게 물 잡기에 대한 설명도 하셨다. 모두를 잡아드렸던 물을 밀어내는 느낌을 잘 기억하면서, 한 팔이 들어올 때 다른 팔을 터치하고 나가야 하며 양팔을 똑같이 움직이려고 노력하라고 하셨다. 어떤 분들은 양팔의 각도도 크기도 다르다고 그걸 고쳐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두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초반에 배웠던 터치!를 그동안 안 하고 있었네. 다시 터치를 하며 움직이려고 하니 다른 팔이 빨리 나가고 싶어서 살짝 삐걱대는 느낌이다.


두 바퀴를 돌고 와서 나는 팔을 크게 움직이라고 말씀하신 의미를 물었다. 처음엔 그렇게 크게 크게 움직여야 하는 게 맞다고 하셨다. 그렇게 움직이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팔을 꺾든 뭘 하든 괜찮다고 말이다. 내가 다른 요일마다 혼나며 지적받는 팔의 각도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니, 갸우뚱거리셨다. 초보 때는 팔을 크게 돌리는 게 맞는데, 내가 팔을 지나치게 몸 뒤로 보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두 번째 레인의 모두가 돌아오자 이번에는 손을 터치하지 않고 바로바로 나갈 수 있도록 움직여 보자고 하셨다. 어떤 분이 질문하셨다. “다시 그렇게 하다가 틀어지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의 답변은 명쾌했다. “그럼 다시 터치를 해야죠.” 그렇게 두 바퀴를 더 돌라고 하셨다. 그런데 어떤 분이 표정이 안 좋으셨는지 “자유형 그만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셨다. 하기사 자유형만 5바퀴를 돌았다. “그럼 배영 두 바퀴 도세요.” 배영을 할 때 팔을 뻗어내고 뽑아내는 느낌, 그리고 팔을 뒤쪽으로 보낼 것을 강조하시면서 설명하셨다. 하지만 그 모든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던 나에게는 자유형을 두 바퀴 더 돌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자유형 7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다 돌고 오니, 나를 관찰하셨는지 아까의 의문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앞에서 보니 내가 어깨와 상체가 과도하게 회전해서 그런 것 같다고, 어깨를 아주 살짝만 틀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무용 선생님들이 자주 하는 설명을 빌리자면 양 가슴이 나란히 땅을 봐야 한다는 거겠지? 완전히 옆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처음엔 옆으로 완전히 돌려서 사이드킥처럼 차라고 배웠는데, 이것도 초보용 방식이었던 걸까.


그리고 배영도 연습했다. 오늘은 다시 얼굴에 물이 들어오긴 했는데 불편할 정도의 타격은 덜했다. 선생님은 물을 잡으며 나갈 때 팔을 밀듯이 잡아주셨다. (아무래도 오늘 물 잡기에 진심이신 듯하다.) 나 혼자 돌릴 때보다 더 똑바르고 강하게 나가는 느낌이다. 다리도 살짝 들어주셨다. 배영에 대한 별다른 피드백은 없으셨고, 나는 얼른 평영 연습을 하고 싶어서 두 바퀴를 빠르게 돌고 왔다.


7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선생님은 “평영 발차기 배웠다고 했죠. 스트로크도 배웠어요?”라고 물으셨다. 스트로크는 무슨, 나는 일단 “발차기를 너무 못한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발차기를 해보라고 하셨고 나는 헬퍼를 차겠다며 옆에 놓인 헬퍼를 가리켰다. 선생님은 “놉!!”이라며 단호하게 나의 생명줄을 차단하셨다. “킥판 잡고 고개를 숙여요, 들어요?”라고 물으니 고개는 들고 하라고 하셨다. 큰일이네! 처음 한 번은 혼자 해보려고 자세를 잡았는데 선생님의 손이 바로 들어왔다. “힘 빼요! 힘 빼요! 힘 빼요!” 다섯 번은 외치신 것 같다. 아니, 나는 힘 다 뺀 건데.. 아니 근데 대체 힘을 죽은 것처럼 아예 다 빼버리면 W자 모양은 어떻게 만드냔 말이다. 선생님이 내 다리를 만들어주시길 여러 번. 선생님이 돌려주면 정말 편하고 잘 나아가진다. 원도 정말 크고 움직임도 부드럽다. 두 다리를 모으자마자 앞으로 밀어주시기까지 하셔서 기분은 좋다. 그걸 나 혼자서는 절대 못한다는 게 문제지. 게다가 오늘은 헬퍼도 없네.


선생님의 손길이 사라지자마자 나는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생존본능 덕분인지 조금은 적응해 나가긴 했지만, 되다가 말다가…였다. 어제 다짐한 힘 세기를 잘 배분해야겠다는 결심은 물속에 녹아 없어졌다. 유튜브에서 본 발목을 제대로 꺾어야만 한다는 팁이 어렴풋이 머릿속을 맴돌기만 했다. 그래도 용케 한 바퀴를 돌긴 돌았다. 다시 한 바퀴를 더 돌려니 원점으로 돌아간 게 문제다. 헬퍼가 없으니 다리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평영 발차기를 두 번 하고 나면 계속 다리가 내려와서 거의 선 자세가 된다.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이겠는가. 그때 두 번째 레인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나를 보더니 “(도대체ㅋ)뭐하고 계신 거예요?(ㅋ)”라며 비웃으셨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계속 다리가 가라앉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다시 건너오셔선 내 동작을 다시 봐주셨다.


선생님이 발견한 나의 문제는 이렇다. 킥을 차고 두 다리를 모아서 기다린 다음 다시 w자를 만들 때 바로 발목을 넓게 벌리는 것이 문제다. 무릎만 접고 발목도 턴인한 상태로 골반과 나란히 대기하다가 그다음에 발목을 옆으로 벌려야 한다. 그걸 못해서 다리가 계속 가라앉는 것이었다. 이해한 대로 다시 해 보니 확실히 다리가 덜 가라앉았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평영 발차기로 채우고 마무리 체조에 돌입했다. 물론 체조가 끝나고도 더 연습을 하고 나왔다. 선생님의 케어를 많이 받고 배움도 많이 얻어서 오래간만에 유익한 기분이 들었다.


아참, 오늘은 평영 콤비네이션 팁을 엿들었다. 정박, 엇박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했네. 평영 발차기 얼른 완성하고 싶다. 마지막에 내가 평영을 연습할 때 옆 레인에서는 접영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한 할머니께 슬쩍 물었다. 언제 배우신 거냐고. 할머니는 “처음 배우는 거야~ 다리 차는 것만 배웠어~ 오늘이 두 번째야~”라며 웃으셨다. 그중에 키도 크고 수영복도 멋진 걸로만 입으시는 젊은 여성분이 정말 잘하셨는데, 척추가 부드러우신지 웨이브가 남달랐다. 나는 아무래도 못 배울 것 같은 접영. 벌써 마음이 아쉽네.


아 주말의 반이 지나갔다. 주말 동안 할 일이 생겨서 하루종일 신경을 썼더니 더 피곤하다. 다음주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수영은 잠시 하루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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