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 득도라면 좋을 텐데, 득감

by 속삭이는 물결

평영은 인류 최초의 수영법이다. 문명이 태동하지 않았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개구리헤엄을 해왔던 모양이다. 그리고 오늘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 평영 발차기가 갑자기 잘되는 것이었다. 평소와 별다른 점도 없었고 배운 것도 없는데, 고관절에도 무리가 가질 않고 다리도 가라앉지 않고 쭉 잘 나갈 수 있었다. 잠이 부족한 탓에 무척 피곤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다르지 않았다.


자유형 발차기 두 바퀴, 배영 발차기 두 바퀴, 자유형 세 바퀴, 배영 두 바퀴. 자유형을 하는 동안에는 파- 짧게 하기를 의식하며 아주 집중해서 연습했고 몸의 중심이 흔들리거나 발차기가 발길질이 되는 느낌, 몸이 가라앉는 느낌을 여전히 받았다. 집중을 하느라 그런 건지 조금 더 일찍 도착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며칠 더 연습해 봐야 진정한 효과를 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몸이 가라앉는 건 잠영 같이.. 좋은 건가? 배영을 할 때는 발차기를 약하게 해서인지 다시 물이 얼굴로 들어왔다. 잠이 정말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차기를 더 세게 할 힘이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평영 발차기. 처음엔 당연히 헬퍼를 차고 했는데, 하나도 힘들지가 않고 불편하지도 않고 속도도 빨라졌다. 토요일에 배운 중간 과정을 열심히 지켜서인 것 같기도 하다.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발목 꺾는 걸 깜빡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조차 뒤처지는 느낌이 없었다. 이게 웬 횡재야? 감을 찾은 걸까. 평영이 영법 중에 제일 쉽다는데, 그 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월요일이 되자마자 체득해 버리다니. 일주일 넘게 매일 열심히 연습한 결과인지, 토요일에 헬퍼 없이 연습한 덕분인지, 그냥 언젠가는 이렇게 깨달을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헬퍼를 차고 세 바퀴를 돌고 나니 신이 나서, 선생님께도 오늘 이상하게 잘 돼서 헬퍼 없이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지켜보겠다며, 헬퍼 없이는 고개를 숙이고 하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음- 파- 구령을 잠시 넣어주시고는 영영 사라지셨다. (다른 분의 접영을 봐주러.) 고개를 물속에 넣자마자 발차기를 해야 하는 것 같았다. 우와, 헬퍼 없이도 잘된다. 놀랍지 않은가.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며 하다가 파-를 할 때마다 고개를 내밀어서 다리가 가라앉는 그 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점점 음- 파-를 발차기 두 번에 한 번씩만 했다. 이렇게나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다니. 잘하고픈 욕망이 호흡도 가능하게 한다. 아니다. 자유형이나 배영 발차기처럼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으니 얼마든지 편하게 오랫동안 숨을 내뿜을 수 있는 거다.


내일도 이 감이 잘 유지되어 멋지게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얼른 진도가 나가서 접영까지는 배우고 싶다. 수태기를 겪을 땐 언제고, 수영 욕심이 점점 차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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