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같은 곳에서 같은 이유로 상처받은 자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은 참 커다란 위로가 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를 축하하면서, 나 자신의 워밍업도 다시 다져보는 밤. 그 시작이 내 것도 아닌데 설렘과 흥분으로 차오른다. 그렇게 공감과 위로의 밤을 보내고 날이 밝았다. 오늘까지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있는데, 하나도 읽지 않았다. 약간의 죄책감이 날 괴롭히지만,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자!
체조가 시작되기 전 선생님이 헬퍼 하나를 가져다 놓으시는 걸 봤다. 아, 저건 내 것이다! 음파 발차기 두 번으로 시작했다. 영법도 다 할 줄 아시고 무엇이든 힘껏 나가는 신규 회원분이 있다. 처음엔 힘도 좋으시고 동작도 커서 꽤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오늘 내가 그분 뒤를 따라 2번 타자로 음파 발차기를 하다 보니, 허점을 발견했다.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물보라를 잔뜩 일으키지만, 움직이는 만큼 속도를 내진 못한다. 자세히 보니 팔다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질 않고 허둥대고 있었다. 그분의 속도가 낮아 가다가 계속 부딪히게 되어 관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동작이 어떻게 교정되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런 것이 기본기의 부족인가 싶었다. 영법을 다 배웠다고 해서 다가 아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영 발차기를 한 번 하고 돌아오니, 오늘도 선생님 흉을 보며 짜증을 내신 할머니께서 자유형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출처는? 할머니 생각? 아무튼 그래서 자유형을 했다. 두 바퀴를 돌면서, 어제 지적받은 리커버리 팔의 각도를 신경 썼다. 어깨의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팔이 계속 무겁게 떨어졌다. 왜 이런 건진 몰라. 이어서 배영 팔 돌리기도 두 번을 했다. 이제 얼굴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힘도 계속 들어가서 뻐근해지는 게 오래도록 느껴진다. 참, 배영을 할 때도 아까 그분과 계속 부딪혀서 거리를 두고 출발해야 했다. 오늘 유달리 내가 컨디션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그분은 앞사람들이 속도가 느리면 기다리지 않고 가운뎃길로 나가시는데, 만드는 물보라가 워낙 크셔서, 그런 행동이 유난스럽게 느껴진다.
배영도 두 바퀴를 채우고 돌아오니, 23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어제 결심한 대로 남은 시간 내내 평영 발차기를 연습하기로 했다. 헬퍼를 차고 몇몇 분들을 먼저 보내고, 중간에 껴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잘 나가질 않는다. 지난번에 선생님이 알려준 반원을 그릴 때와 두 다리를 모을 때의 힘의 세기를 다르게 줘보려고도 노력했다. 대체로는 내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 신경 쓰여 온전히 집중하진 못했던 것 같다. 앞사람이 멀어질수록 불안하고, 뒷사람이 없어도 불안했다.
두 다리를 차는 게 아니라 천천히 돌리는 느낌으로 움직일 땐 확실히 고관절에 타격이 없긴 했다. 그런데 이 느낌을 내내 지속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 난 초보니까, 처음이니까! 한 번은 선생님이 따라오시면서 하나 두울-, 하나 두울-, 구령을 맞춰주셨다. 다리를 모으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내가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충분히 기다리지 못했나 보다. 또 “다리 낮게” “다리 낮게”를 반복하시기도 했는데, 마침 멈출 구간이 되어서 질문을 했다. 다리를 더 낮게 해야 하나요? 아니라고 하셨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고 말이다.
선생님은 내가 벽이나 사다리에 부딪힐 것 같을 땐 작게 차는데 그럴 땐 나가는 속도가 줄어들고, 괜찮을 땐 크게 차서 잘 나가고 있다고 하셨다. 그건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도 말씀하신 것 같다. 나는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동물적인 감각인가! 일단은 힘이 충분히 생길 때까지 크게 연습하라고 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또 무언가를 더 ‘리듬감 있게’ 말씀하셨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또 한참을 연습하다 보니 근처로 오셔서 다리가 너무 낮다던가, 다리가 너무 높다던가 하는 코멘트도 주셨다.
20분 넘게 평영 발차기만 하니까 고관절의 피로도는 평소보다 훨씬 높았지만, 그래도 연습 시간이 드디어 충분히 주어진 것 같아서 좋았다. 이제 킥판을 잡고 무게중심을 잡느라 파르르 떨지도 좌우로 기울지도 않게 됐고, 기복이 있긴 해도 잘 나갈 땐 부쩍 잘 나가졌다. 고관절이 뻐근해져서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는 평영 발차기 연습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자유형을 조금 했는데 여전히 고관절이 뻐근해서 다리를 찰 때마다 아파왔다. 오늘 연습은 여기서 끝.
유아풀에서 접영을 연습하시던 분들이 돌아와서 실전 접영을 구사하시길래 또 구경했다. 오늘은 다들 엉덩이가 올라가질 않네? 선생님은 접영 킥을 아래로 내려갈 때와 위로 올라갈 때도 똑같은 세기로 세게 차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이제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데도 다들 더 연습을 하셨다. 나는 먼저 올라왔다.
선생님은 평영 연습에 대해 더 설명해주셨다. 그런데 기억이 잘.. 뭐라고 하셨더라..ㅠㅠ
나는 고관절이 아프다고 했다. 그랬더니 평영은 고관절이 아닌 슬관절을 쓰는 영법이기 때문에 아프려면 무릎이 아파야 한다고 하셨다. 고관절이 아프다면 다리를 밖으로 찰 때 세게 차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평영은 다리를 일자로 모을 때 힘이 세야 한다. 원은 부드럽게 그리고 다리는 힘차게 모으는 그 느낌을 오늘도 여러 번 느끼긴 했으니, 이걸로도 큰 성취일 터다. 내일은 조금 더 집중해서 연습해 봐야지.
나는 이때다 싶어 자유형 팔의 각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팔이 돌아올 때 어떻게 하는 게 맞냐고. 예전에는 팔을 90도로 쓰는 방식만 있었다고 한다. 선수들도 다 그 방식을 강요받아서 부상도 많이 생기고 부작용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45도로 들어오는 방식을 더 쓰긴 하는데, 이것은 팔꺾기를 더 쉽도록 만들어준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해도 상관없고, 팔이 들어올 때 물에만 걸리지 않게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초창기에 하루 수업을 들은 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분들께 하신 기억이 있다.
설명을 듣자마자 적어야 하는데 몇 시간 뒤에서야 복기하려니 내 기억이 이 기억이 맞는지 저 기억인지 알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