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초라한 하루의 풍덩풍덩

by 속삭이는 물결

우울하고 우울하다. 초라한 마음이 가슴을 떠나질 않는다. 상처받았다면 물속으로 풍덩! 물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연습하면 분명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거야. 가라앉는 생각을 멈춰!


자유형 발차기, 배영 발차기, 킥판 놓고 자유형, 배영 각각 두 번씩. 진도가 같은 분은 지난주부터 나오신 여자분뿐이었다.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이 속도면 30분부터 평영을 연습할 수 있겠어!’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저유형 팔 돌리기를 두 바퀴 돌고 돌아오는 시점에 선생님께 붙잡혔다. “유연성이 있죠?” “네? 뭐가 있다구요?” “어깨에 유연성이 있어서 좋죠?” “아… 네 어깨가 유연한 편이에요” 그걸 어떻게 아셨지? 내 브런치라도 보시나… 선생님은 내가 팔을 돌릴 때 너무 뒤에서 움직인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한 열 번은 들은 것 같은 지적이다. 어깨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팔이 돌아올 때 힘이 세다는 것 같았다. “어깨에 힘을 빼고 한 바퀴 더” 돌라고 하신다. 흠.. 뒤로 넘어가는 팔을 잡으려면 힘을 줘야 하는데, 아 어쩌란 말인가! (이 두 가지 지적은 다른 시점에 따로 일어난 것 같기도 하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일도 이렇게 기억 속에서 꼬인다.)


내 뒤를 이어 들어오시는 여자분에게는 파- 할 때 고개를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하셨다. 그분은 호흡 관련된 질문을 하셨다. 왼팔을 돌릴 때는 숨을 참으라고 배우셨다고 말이다. 숨을 참고 어떻게 자유형을 하지? 그 설명을 서서 같이 듣느라 시계가 째깍째깍 시간을 잡아먹고 있어요. 설명이 길어지자 우리 뒤로 따라오던 음파 발차기 팀은 우리를 앞서서 가기 시작했다. 그걸 또 기다렸다가 출발하려니 시간은 더 지체된다. 얼른 끝내고 평영 연습해야 하는데! 겨우 기다려서 출발했지만, 레인 뒤에서 또 기다려야 한다.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여자분께 정말 그렇게 배우셨냐고 물으며, 서로의 수영 이력을 공유했다. 나는 지금까지 배운 음파에 대해서 팁을 전수했다. 음파 발차기를 할 때 음-을 더 오래 하는 연습을 하라고 배웠다고 말이다. 그분은 평영은 여기서 처음 배우는 거라고 하셨는데, 놀라울 정도로 발차기가 좋다.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는데 출산 경험자들이 골반이 열려 있어서 평영 발차기가 더 잘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한참 대화를 하다 보니 선생님이 멀리서 얼른 출발하라고 손짓하셨다.


배영 팔 돌리기. 배영도 지적을 들었다. 팔을 옆으로 내리라고. 또 똑같은 이야기다. 흐잉, 똑같은 지적을 매일 들으니까 의욕이 꺾인다. 아무튼 배영 팔 돌리기도 도로 정체 문제로 한참이 걸려서 두 바퀴를 채웠다.


드디어 평영 발차기 연습 시간. 선생님은 평영을 연습하라곤 말씀하시고 우리를 방치했다. 음파 발차기를 하신 새로운 분들께 팔 돌리기를 가르치러 유아 풀로 가셔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으셨다. 헬퍼를 착용하라는 말씀을 안 하셔서 킥판을 잡고 한 바퀴를 돌았다. 영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헬퍼를 가져왔다. 어제 선생님도 헬퍼로 먼저 연습하라도 하셨으니! 하면 할수록 훨씬 수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평영 발차기 연습을 10분도 채우지 못하다니.. 중간에 마주친 두 번째 레인으로 승급하신 남자분이 나의 평영 발차기를 보면서 “얼른 이쪽으로 넘어오세요”하며 웃으셨다. “아직 너무 못해요…”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또 해야지! 그래서 끝나고 또 했다. 오, 체조가 끝나고 나니 오히려 더 잘 되는 느낌이다. 내일은 눈치 보지 말고 더 빨리 평영 발차기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아, 자유형 발차기 연습을 할 때, 도로 정체 문제로 기다리면서 벽 잡고 발차는 연습을 했다. 그 여자분은 이 연습법을 배우지도 않으셨는데 내 옆에서 바로 따라 하셨다. 그때 선생님이 나를 보곤 발목이 벽 쪽으로 붙어서 도착해야 한다고 하셨다. 발목도 확실하게 꺾고 말이다.


고관절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래도 발목이나 종아리는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고관절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만 며칠 째니?


오늘도 일기를 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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