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한시적 스위머의 간절함을 알아주세요

by 속삭이는 물결

또 잠이 부족했다. 인생에 대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떠드느라 새벽이 되었다. 행성이 일렬인 모습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미처 생각을 못했네. 잠이 부족한 적은 많지만 오늘처럼 피곤한 날은 또 없었다. 출발하면 잠이 깨겠지, 샤워를 하면 잠이 깨겠지, 했지만 여전히 기력이 떨어지고 힘들었다. 수영장 물은 차가우니까 들어가면 잠이 깰 거야. 여전히 스태미나는 바닥을 쳤다.


일단 자유형 발차기 2바퀴로 시작. 힘들어서 다리를 정말 살살.. 발차기가 아닌 정도로 움직였다. 그래도 평소처럼 앞으로 잘 나가진다. 신기하네. 배영 발차기도 1바퀴. 배영 발차기는 오히려 더 세게 잘 됐다. 발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게 더 편한 모양이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뻐근해져 왔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허벅지가 뻐근하니, 이건 아무래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근육 사용법인가 보다. 배영 발차기는 한 바퀴 더 하려는데 선생님이 시간이 없다며 바로 자유형을 하라고 하셨다. 시간이 없다고? 사람이 많아서 정체돼서 그런가.


나는 중간에 선생님이 보일 때 오늘 평영 팔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약간 어이없어 하시며, “평영 팔이요?”라고 하셨다. “네! 어제도 배우긴 했는데!” 선생님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이따가 보고 발차기 잘하면요”라고 하셨다. 맙소사, 오늘 내가 발차기를 못 하면 팔은 못 배울 수도 있다. 안 되는데, 얼른 잘 배워서 연습해야 하는데. 나는 시한부 스위머.. 일주일에 선생님을 세 분이나 뵙는 수영 생활을 하다 보니 마치 학창 시절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며 과외까지 받는 그런 학생이 된 것만 같았다. 학원도 과외도 내 학창 시절과는 거리가 멀지만, 수영을 이렇게 하다 보니 왜 학부모들이 그렇게까지 교육을 시키는지 알겠다. 반복 학습과 예습, 복습, 그리고 선생님들마다 다른 팁을 얻어가는 쏠쏠함까지 있다. 살짝 치팅을 하는 느낌도 들지만, 순수히 배우는 기쁨이 훨씬 큰 비율로 넘쳐흐른다.


자유형도 두 바퀴를 돌았다. 여전히 새로운 파- 호흡법을 내 몸에 적응시키며. 몸의 중심이 틀어지고 양다리의 발차기 세기가 달라졌고 수면보다 더 아래에서 움직이는데 이게 맞는 건지 물어보려면 토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배영 팔 돌리기. 이제 본격적으로 피곤한 느낌이다. 얼굴이 물밖에 있고 몸은 누워 있는 자세니, 정말 침대에 눕기라도 한 듯 피곤해졌다. 잠은 일찍 자야 하는데, 오버를 했나? 아니야 괜찮아 간밤에 술판을 벌인 것도 아니고, 유익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했을 뿐이니까. 건강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지. 후회는 안 하는 편이 좋다.


배영 팔 돌리기를 한 바퀴만 돌았던가, 선생님은 이제 평영 발차기를 연습하라고 하셨다. 헷갈리네,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발차기를 잘해야 다음 단계로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들었다. 혹시 몰라 헬퍼를 차고 시작해 보기로 했다. 오, 잘 돼! 앞서가는 분은 자유형 팔 돌리기를 연습하고 계셨는데 거의 비슷한 속도로 따라잡고 있었다. 이제 거북이가 아니야!


한 바퀴를 돌고 나서는 헬퍼를 뺐다. 음파랑 같이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으로! 그러자 선생님은 레인 하나가 총 12칸이라고 하셨다. 정신이 살짝 혼미한 나는 속으로 ‘12칸? 수영장 어디에 칸이 그려져 있는 거지? 계란 담는 곽처럼 나만 모르는 경계가 어디에 있는 건가?’ 헛생각을 하며 설명을 들었다. “레인 끝에서 끝까지 12칸이므로 평영 발차기 12번 만에 끝까지 가야 한다. 그것보다 적게 하면 정말 잘하시는 것이다. 일단 가 보고 12번, 아니 14번 만에라도 가면 그때 팔을 가르쳐주겠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 주겠다.” 나는 또 속으로, 단신에게 똑같이 12번의 잣대를 대는 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본 설명에선 가는 횟수를 20회 정도로 비유하며 그 횟수를 세면서 점차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보통 20회에서 시작하나 보다 했지. 그런데 12번이라니, 넉넉 잡아 14번이라니. 큰일이군.


처음 바퀴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흥분하고 긴장한 탓인지 몸보다 마음의 혼란이 컸다. 숫자 세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 처음엔 음파 한 번에 두 번도 하고 세 번도 하다가, 아니 이건 이제 아니지 싶어서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하다 보니, 가다가 까먹고 또 가다가 까먹었다. 이러다 20번이 되면 어떡하지? 일단 될 때까지 더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반 바퀴를 되돌아오는 길에도 열 연습. 길이 막혀 중간에 서 있었더니 선생님이 몇 번 했냐고 물으셨다. 나는 계속 까먹었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럼 한 번 더 해보라고 하시며 중간에 멈춰 서도 괜찮다고 하셨다. 대신 음파 한 번에 방차기 한 번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출발 지점에 섰다.


이번에는 집중해서 천천히 잘 세면서 가야지. 음파 한 번에 발차기 한 번을 하는 느낌은 어제도 깨우쳤다. 오 생각보다 잘 나가진다. 하나, 둘, 셋… 일곱째 왔을 때 내가 레인 중간쯤엔 도착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그리고 내가 두 다리를 모아서 충분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간에 멈춰서 다시 출발할 때마다 글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또이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등학생도 외국인도 아닌데, 열 이상 세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몸을 움직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뇌의 수리적 영역이 활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열까지만 세고 다시 하나부터 세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넷! 열네 번만에 가까스로 골인했다. 돌아갈 땐 좀 더 잘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열세 번만에 들어왔다! 이제 팔을 배울 수 있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물속에서 조금 더 발차기를 연습할 수도 있었겠지만, 체력이 심히 부족했다. 아니 너무 졸렸다. 머리만 대면 어디라도 잠이 쏟아질 기세였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접영 티칭에 한창인 유아풀로 들어섰다. 접영을 가르치는 게 영 재밌으신 모양이다. 내가 열네 번을 했다고 하니, 알겠다며 시계를 확인하시곤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한 분씩 접영을 시도하면 피드백을 열심히 주고, 그렇게 네 분이 접영을 훈련하셨고, 그렇게 5분, 6분이 지났다. 내가 밖에서 지켜본 시간까지 하면 10분 넘게 접영을 가르치신 것이다. 요즘 정말 열심히 하시는군(나랑 시작 시점이 한두 주밖에 차이 나지 않는 할머니 한 분도 오늘 따로 설명해주시는 걸 보고 괜히 뿌듯했다.). 나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접영이란 훨씬 복잡한 세계구나, 싶었다. 나도 얼른 저걸 배워야 할 텐데……. 기다리기 지루했지만 그곳에 쪼그려 앉아있으니 편하고 좋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휴! 선생님은 발차기가 잘 된 다음에야 팔을 배울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셨다. 평영은 발차기를 꾸준하게 하는 자유형 배영과는 다르다. 오로지 발차기 힘으로만 앞으로 나가야 하며 팔로는 위로 솟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기에, 발차기가 충분히 되지 않는 상태에서 팔을 배우면 발이 아닌 팔로 전진하는 잘못된 습관이 생긴다. 발이 안 되는데 팔을 시작하면 팔도 안 되고, 결국 발리 아닌 팔로만 앞으로 나가는 몇몇 어르신들처럼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선생님은 정색을 하시며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팔이 뒤로 가면 안 된다는 설명을 시범과 함께 보여주셨다. 팔이 뒤로 가면 물을 뒤로 밀어내는 것이므로 팔에 의지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팔을 어떻게 하느냐. 일단 쉬운 설명과 어려운 설명 두 가지로 알려주시겠다고 했다. 두 가지를 다 잘 이해해 보라고 말이다. 먼저 분홍색 킥판에 손톱으로 거꾸로 된 하트를 그리시곤, 이 모양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하셨다. 훨씬 이해가 잘 되는 설명이다. 역시 이미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 티칭이든 설득이든 홍보든 마케팅이든. 거꾸로 된 하트를 그리면서 볼록한 라인으로 내려올 때 팔꿈치가 접히고 가슴 앞에서 합장하면서 다시 앞으로 뻗기. 더 자세히 오랫동안 설명해주셨는데 거기까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결론은 음- 하면서 하트를 그리고 합장하면서 하트 속 움푹 들어간 부분을 찌르면서 파-.


두 번째 설명은, 만세한 상태에서 두 손을 살짝 사선으로 기울여서(손바닥 날이 물밖으로 향하게) 바깥쪽으로 밀어낸 다음, 팔꿈치를 접으면서 두 손을 몸 쪽으로 가져오고 다시 합장해서 앞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팔꿈치를 접을 때 물을 아래로 밀어내야 한다는 것. 뒤로 보내면 안 된다. 그리고 시선은 물을 잡기 직전부터 앞을 주시하고 있다가 팔 동작을 하면서 점점 상체가 위로 올라와야 한다. 선생님이 고개를 숙이고 앞만 보는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정말 선수 같아 보여서 멋있었다! 수영도 시선이 중요하군.


이제 해 보는 시간. 매트에 엎드려서 손만 물에 담그고 방금 배운 대로 움직여 봤다. 하나하나 움직임의 정확성과 의미를 생각하며 천천히 했더니, 그걸 연결하면서 해야 한다고 하셨다. 물속에 들어가서 엎드려서 다시 여러 번 시도. 천천히 분절해서 해보다가 빠르게 연결하는 것도 어렵진 않았다. 빠르게 음파 호흡과 함께 여러 번 반복했다. 점점 할수록 앞으로 나가게 됐는데, 그것도 잘못된 거라고 하셨다. 앞으로 나가선 안 되고 가라앉는 하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앞으로 간다는 건 팔을 뒤로 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또, 선생님은 허리 힘보다는 팔뚝 힘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허리 힘도 어쩔 수 없이 쓰이겠지만, 팔 힘으로만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그래서 아래로 꾹 누르는 느낌으로 했더니 조금 덜 나갔지만 여전히 앞으로 살짝 나가긴 했다.


바깥에선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정리 중이었다. 선생님은 깊은 곳에서 몇 번 더 해볼 텐데 물을 누르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원래 방식은 이게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정체를 모를 그 무언가를 먼저 배우면 내가 요령으로 사용할까 봐 그건 나중에 알려주시겠다고도 하셨다. 요령이라… 우리가 참 좋아하는 말이지. 오늘 느낀 것은 손을 움직이는 범위가 생각보다 좁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영법과 다르게 평영 스트로크에 이렇게 공들여 설명하시는 건 그만큼 평영 스트로크가 까다롭고 어렵다는 의미일 테다. 그러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지.


깊은 곳에서도 정말 많이 연습했다. 점점 숙달되는 느낌! 선생님이 오셔서 뭔가 더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뭐였더라.. 오늘 안에 다시 기억이 나겠지?


기억 났다. 처음엔 더 빨리 물속으로 들어가라고(고개를 숙이라고) 피드백을 주셔서, 그렇게 해봤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확실히 들었다가 입수해야 한다고, 다시 피드백을 주셨다. 이렇게 적고 보니 너무 당연한 말 같은데, 고개를 숙일 때는 빠르게, 뺄 때는 정확하게 하라는 것 같다.


진짜 피곤한데 아직도 낮잠을 자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다. 이번 주에 내가 할 일은 최대한 좋은 기분으로 행복에 취해 긍정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멋진 나 자신을 향하여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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