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일. 거대한 장갑을 끼고 하듯이

by 속삭이는 물결

오늘은 컨디션이 무지 좋았는데, 힘들었다. 발차기는 해도 해도 힘들다. 유산소 운동이라 그런가. 선생님은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를 돌고 오자마자 배영 발차기를 시키셨고, 배영 발차기 한 바퀴를 돌고 와선 앞사람이 킥판을 잡고 평영 발차기를 연습하는 듯해서 저게 평영이 맞나 한참을 내다보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멀리서 자유형을 하라고 동작으로 알려주셔서 또 바로 자유형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엔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셔서 자유형 세 바퀴, 배영 세 바퀴를 돌았다. 오늘 자유형은 팔을 앞으로 쭉 뻗는 데 집중했다.


배영은 코멘트를 들었다. 내가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한 채 팔을 올린다고 하셨다. 새끼손가락이 위로 향하게 출발하거나 엄지가 위로 향하게 출발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깨 유연성이 좋으면 새끼손가락으로, 그게 아니면 엄지로. 뭐든 정답이 없기 때문에 편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말이다. 나는 엄지로 올리면 팔뚝 윗부분이 터질 것 같아서 그냥 새끼손가락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리곤 평영 발차기. 시작할 때 또 감을 놓칠까 봐 고개를 들고 두 번을 찼더니 선생님이 날 불러 세웠다. 헤드업을 하려면 발차기가 아주 아주 좋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니 음파랑 함께 연습하라고 하셨다. 정 헤드업을 하고 싶다면 헬퍼를 차고 하는 게 좋다고 말이다. 며칠 전에도 들은 설명이지만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가 질문이 있지 않으면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하는 편이다. 가끔은 이게 가르치는 사람의 힘을 빠지게 하는 걸까 싶어서 걱정도 드는데, 입이 잘 안 열린다. 시키는 거나 잘 학습해야지, 쓸데없는 걱정이다.


평영 발차기는 무난히 괜찮았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세 바퀴를 돌고 나서는, 다시 팔을 시작하면서 콤비네이션을 맞춰보려고 했다. 웬걸, 어제보다 더 더 더 퇴보했다. 어째 저째 한 바퀴를 돌긴 돌았으나 바보의 행진이 따로 없었다. 발차기도 제대로 못하고 스트로크도 제대로 못했다. 선생님에게 다가가 상체가 안 들어진다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약간 고민의 순간을 가지는 듯했다. 그리곤 풀부이 2개를 자랑스럽게 손에 들곤, 날 유아풀로 데려가셨다.


풀부이를 양손에 잡고(!) 손바닥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풀부이를 손바닥처럼 써서 물 위를 꾹 눌러 부력에 저항하는 힘을 기르라는 뜻인 것 같다. 일단은 물속에서 팔 동작을 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한 번 하는 걸 보시곤, 팔을 모으기 직전에 정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면을 보면서 올라왔더니, 물속에서부터 정면을 보라고 하셨다. 여러 번 반복해 봤다. 처음엔 정면을 보는 게 맞는지 뭔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정면에 촘촘히 박힌 타일이 또렷하게 보였다. 내가 정면을 제대로 안 보고 있었구나 싶었다.


선생님이 이제는 팔 동작을 하고 나서 3초를 기다리고, 다리 동작을 하고 나서 3초를 기다려보라고 하셨다. 숨을 아주 오래 참아야 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는 경고를 여러 번 하셨다. 하지만 동작이 크거나 잦지 않기 때문에 숨을 참는 건 어렵지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건 꽤 수월했다. 선생님은 “잘하셨어요”라고 했다. 두 번 정도밖에 하지 않았는데, 이제 시간이 없으니 얼른 가서 깊은 풀에서도 연습하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굉장히 느린 연습 방법이다 보니, 누군가가 째려보거나 하면 먼저 보내주면서 눈치껏 하라고 하셨다. 시계를 보니 1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겨우 2세트밖에 연습하지 못하고 마무리 체조를 해야 했다. 아쉬워 아쉬워! 물론 마무리 체조를 마치고 3분 정도 더 연습하긴 했다. 이렇게 천천히 하는데 덜 바보 같을 수밖에…. 팔 굽혀 펴기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은 그저께부터 하고 있는데 아직도 한 번도 안 한 나는 무엇일까.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오후에 중고 서점에 들렀다. 수영에 대해 알려주는 아주 좋은 책을 만났다. 중고 치고는 살짝 비싼 가격이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내가 열심히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사진 않았다. 그러나 그 어떤 유튜브 설명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서, 계속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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