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 가장 쉬운 길을 힘들고 어렵게 가는 자

by 속삭이는 물결

오랜만에 날이 개서 기분이 좋은 날. 그러나 그만큼 여유를 잔뜩 부리느라 지각을 했고요, 변을 하자면 나름 하늘 감상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3분밖에 안 늦었다. 오늘은 7월의 첫날. 새로운 분들이 일곱이나 계셨다. 중도 포기자들이 또 나온 거지. 웬만하면 잘 씻지 않는 분들이 빠르게 포기하셨으면 좋겠는데…. 매일 걷기와 호흡만 연습하시다가 6월부터 나오지 않는 할머니 한 분이 계속 마음에 쓰인다. 나란 사람은 왜 먼 타인에게 마음을 쓰는 걸까…. 요령을 잘 가르쳐주고 인내해주며 관심까지 주는 그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다른 반을 다니고 계실 거라 믿고 싶다.


반면 나와 등록 시기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할머니는 자유형 연습에 한창이시다. 지난달 초에 어서 팔 돌리기를 가르쳐달라고 하라고 등 떠민 것도 나고 아무튼 그랬는데. 음파 발차기만 연습할 때도 항상 힘들어하셨지만 자유형 팔 돌리기 연습도 꽤 힘들어 보이신다. 그래도 종종 선생님의 코멘트를 듣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다.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 반, 배영 발차기 한 바퀴 반. 양쪽 종아리가 알이 단단하게 배기고 뭉쳐서 움직이는 게 영 불편하고 굼떴다. 그리고 자유형 한 바퀴 반, 배영 한 바퀴 반. 이제 평영 연습을 해볼까 하고 시계를 봤더니 아직 시간이 넉넉히 남았다. 그래서 다시 자유형 반 바퀴, 배영 반 바퀴. 자유형을 연습할 땐 팔꺾기를 시도해 보기도 했는데, 아 영, 귀찮고, 하기 싫고.


그러곤 평영 발차기 세 바퀴. 아니 뭔데 벌써 버겁고 힘들었다. 종아리의 피로가 전신에 미치는 영향. 휴. 이제 팔다리 콤비네이션이다. 몇 바퀴인진 안 세봤다. 팔 한 번에 다리 두 번. 내 뒤에선 잘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양보를 한사코 거절하셔서 계속 힘들게 나가야 했다. 할머니께서 계속 “누군 처음부터 잘했나. 그러면서 느는 거지.” “원래 힘들면서 해야 빨리 늘어.” 하며 나를 앞으로 보내셨다. 계속 부딪혔는데도… 감사하게시리. 참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평영은 접촉 사고가 아니 충돌 사고가 많이 난다. 그래서 가끔 약간이라도 세게 부딪힌 느낌이 나면 뒤돌아 보며 멈춰 서곤 한다. 선생님이 그 사이 나에게 말을 건네셨다. “살살이요.” 다리를 옆으로 돌릴 땐 약하게, 모을 땐 강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은 이미 다섯 차례는 들은 것 같다. 팔도 나중엔 앞으로 쭉 뻗을 때만 강하게 하고, 다른 동작할 땐 약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모든 동작을 너무 세게 하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평영은 영법 중에 가장 쉬운 영법이고, 가장 오랫동안 멀리 갈 수 있는 영법이다. 근데 그걸 그렇게 힘들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뜻이겠지. 나는 힘에 부치는 걸 이겨내기 위해서 온몸에 더 힘을 쓰고 그렇게 계속 지칠 수밖에 없는 굴레에 빠져 있는 거다. 나는 너무나도 맞는 말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르겠어요.” 나는 정말 모르겠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일단 천천히, 팔 한 번 하고 기다리고 다리 한 번 기다려 보세요.” 아! 그렇구나! 결국 힘 빼기 위해선 천천히 하는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해보고도 안 되면 다시 헬퍼 차고 연습할 거예요.” 선생님은 날 반 협박하려는 걸까.


그래서 천천히 해보았다. 그런데 웬걸. 하나도 힘들지 않고 심지어 앞으로 더 잘 나갈 수 있었다. 아, 이게 그 편안하다는 평영이구나? 힘 빼는 것도 힘을 잔뜩 주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는 거구나. 갑자기 긴장도 확 풀리고 화목해졌다. 내 몸과 마음이. 그리고 한 바퀴 하고 조금 더 돌고 나자 수업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파져서 마무리 체조 뒤에 나머지 연습은 오래 하지 못했다. 평영 할 때 내 다리가 정말 위로 뜨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화 많은 선생님이 입장하신 듯하여 질문은 생략했다. 오늘 나와 친하게 지내는 수메들은 오리발을 가져왔는데, 두 번째 레인으로 넘어가 접영을 연습하기 시작하면서 부쩍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얻은 듯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불평불만을 쏟던 분들이….


어젯밤 온라인으로 마트에 배달을 시켰는데 치킨도 주문했다. 치킨을 먹을 생각에 기운이 샘솟았고, 헤어 드라이기 사용을 처음으로 포기하고 젖은 머리로 귀갓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 내내 하늘 구경을 하느라 여유를 부렸다. 하늘이 개서 기분이 참 좋고, 평영도 드디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수영은 7월까지 혹은 그보다 더 일찍까지만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접영은 맛보기만이라도 배워보고 싶은데, 욕심 내지 말고 마지막을 잘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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