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씨실과 날실을 촘촘하게

by 속삭이는 물결

"5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하겠군." 또 이른 새벽까지 한참을 깨어 있다 아침 수영의 컨디션 난조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쌩쌩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어제도 힘들진 않았지만. 요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라 속이 계속 더부룩하고 몸도 평소보다 부종이 심하다. 다시 퉁퉁 불어 있는 내 몸을 마주하는 게 조금 짜증이 난다. 종아리 알은 풀려고 노력하지 않아서인지, 계속해서 땅땅하게 뭉쳐 있다.


오늘은 화목토 수업의 7월 첫날이다. 새로운 등록자가 몇 분 오셨다. 선생님은 왕초보 분에게 발차기를 먼저 가르치는 듯했다. 음파가 아니라 발차기를 먼저? 신기했다. 선생님은 발차기가 지루하고 힘들지만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다. 맞다. 발차기만 연습하는 것은 정말 지루하다. 근데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이제 발차기만으로도 나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연습은 자유형 발차기 세 바퀴로 시작. 종아리도 피곤하고 고관절 부위도 뻐근하다. 두 바퀴 가까이 돌고 돌아올 때쯤 선생님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킥판을 붙잡으셨다. 나는 선생님이 손으로 잡고 있는 킥판을 밀어서 나갈 만큼 더 세게 나가라는 뜻인가 싶어 힘차게 발차기를 해보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멈춰 서자 선생님은 킥판 앞부분을 툭툭 건드리셨다. 토요일 선생님은 늘 킥판 앞을 잡으라고 하신다. 하지만 나는 팔이 짧아 킥판 앞을 잡으면 고개를 들고 연습할 수밖에 없다. 오늘 수영장 물이 유난히 더러워서 고개를 물속으로 숙이는 게 좀 싫긴 했다. 정수 시스템을 매일 돌리지 않는 것 같다. 어쩌다 한 번만 하는 것 같다.


하여튼 다리가 피곤해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자 선생님이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세게 발차기를 잡아주신다. 그렇게 세 바퀴를 채우는 동안 핸즈온을 두 번 받았다. 두 번째에는 선생님이 평일 오전에도 열심히 나오시네요? 하며 말을 거셨다. 나는 네, 보셨어요? 하고 짧게 대답해 드렸다. 보통 금요일마다 선생님을 보는데 어젠 살펴보지 못했다. 언제 나를 보신 거지? 평영 하는 것도 보셨으려나? 평영 연습하기가 오늘의 목표인 나는 자유형 발차기를 하는 동안에도 평영 생각만 하고 있었다.


모두가 세 바퀴를 채우고 기다리는 동안 벽 앞쪽에서 서 있었다. 두 번째 레인에 새로 오신 듯한 젊은 분도 나처럼 먼저 세 바퀴를 다 돌고 대기 중이셨다. 선생님은 그분께 벌써 다 도셨어요? 빨리 도착하셨네요?라고 말을 거셨다. 같이 연습하시는 분들이 할머니들이라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모두가 다 돌아오려면 한참을 더 이렇게 서 있어야 한다. 나는 심심해서 제자리 걷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뒤에 모두가 한둘씩 도착하고 있었고, 선생님은 나를 선두로 천천히 걸으며 반 바퀴를 돌고 오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자유형 세 바퀴. 첫 번째는 내가 먼저 출발해 버려서 선생님의 지적이 없었고, 두 번째에는 나의 떨어지는 왼손을 강하게 잡아주셨다. 떨어지지 말라고 말이다. 두 바퀴째 도는 동안 하이 엘보를 연습해야 하나 싶어 내적 갈등이 일었다. 하기 싫지만 하긴 해야겠지? 그래서 세 바퀴째에는 하이 엘보를 시도해 봤다. 선생님은 자유형을 하며 지나가는 나에게 "팔꺾기 언제 배웠어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바로 멈춰 서서 "목요일에 배웠어요. 근데 잘 모르겠고,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선생님은 "팔꺾기 하지 마세요. 아니, 토요일에는 하지 마세요. 지금 배우면 다 망쳐요."라고 말씀하셨다. 화목 선생님껜 좀 미안한 말이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팔을 다시 쭉 뻗어서 쭉 돌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애매하게 팔꿈치를 굽히며 타협할 필요가 없다. 신이 났다! 웃기는 일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팔꺾기를 배우고 싶어서 고민이었는데 말이다.


선생님은 팔 돌리기를 아직 안 배우신 분께 팔 돌리기를 알려주셨는데, 유익했다. 선생님은 팔을 쭉 뻗어서 손등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자세히 보면 입수 직전에는 손날이 세워져 있었다. 엄지 손가락이 아래로 향한 채로.


다 돌고 와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에게 평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평일에 배우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렇긴 한데, 오늘도 연습하고 싶어요! 그랬더니 웬일인지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하셨다. 아니다, 순순히는 아니었다. 내가 팔도 배워서 팔이랑 다리랑 같이 한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발차기를 한 번 봐야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발차기를 잡아주신 게 2주 전인데, 아직 그때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두 번째 레인 분들에게 다가가 접영 경과를 물으셨고, 그때 알려드린 대로 평일에 잘하셨냐고 말을 건네셨다. 할머니들은 울상을 짓고는 접영이 잘 안 된다며 오늘도 연습하고 싶다고 대답하셨다. 선생님을 알겠다고 하시며 일단 배영을 하자고 하셨다. 우리도 배영 두 바퀴다. 선생님은 팔을 쭉! 뻗으며 바로바로 나가라고 하셨다. 나는 어느 때보다 팔을 쭉! 뻗고 물 잡기도 세게 하려고 신경을 썼다. 이전보다 훨씬 속도가 빨라졌다. 얼른 두 바퀴를 돌고 와야 평영을 연습할 수 있다.


배영이 끝나고도 한참을 기다렸다. 20분 정도가 남아서 평영 연습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군, 했다. 선생님은 나를 포함한 세 명의 평영 가능자들에게 평영을 배운 데까지 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우선 글라이딩을 하고 팔을 돌린 다음 다리를 찼다. 선생님은 핸즈온을 열심히 해주시며 내게 팔을 더 크게 돌려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핸즈온 신호에 맞춰 다시 전투적으로 하다 보니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어제 비로소 찾았던 여유와는 잠시 안녕. 팔을 더 크게, 다리도 똑바로!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옆 레인에서도 평영을 가르치고 계셨다. 또 열심히 들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잡아준 것처럼 손을 세게 밀어내며 물을 잡으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내미는 손을 꾹 눌러서 팔을 크게 돌릴 것. 그리고 팔이 앞으로 쭉 나갈 때 다리도 차야 한다고 하셨다. 할머니 한 분이 평영을 해도 나가지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선생님은 발차기가 정확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팔과 다리의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도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다시 우리 레인으로 돌아오셔서 한 남자분께 평영 타이밍을 설명하셨다. 평일엔 아무리 들어도 알아먹질 못하겠던 팔다리의 타이밍이 왜 이렇게 이해가 잘 되는 것인가? 그리고 팔을 접어 들어오면서 합장을 하는 건 맞는데, 팔을 앞으로 뻗을 때도 손바닥을 꽉 붙이고 있으면 머리를 숙일 수가 없기 때문에 살짝 팔을 벌려야 한다는 설명도 하셨다. 그리고 머리는 팔 아래에 딱 붙여서 나가야 한다.


선생님은 우리 레인에서도 다시, 손을 내밀며 자신의 손을 꾹 누르라고 하셨다. 진짜 전투적으로 열심히 눌렀다. 팔을 옆으로 더 크게 벌리기 위해서도 안간힘을 썼는데, 잘 되고 있는 건진 모르겠더라. 팔을 앞으로 밀 때 다리를 잘 차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처음 한두 세트에선 팔에 집중하느라 다리 하는 걸 까먹었는데, 선생님이 설명하신 타이밍을 생각하며 다시 여유롭게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돌 때는 다리를 차고 나서 몸이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을 때까지 자세를 유지하며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글라이딩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더 이상 나아가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했는데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미셔서, 다시 동작을 시작했다. 글라이딩이 잘 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선생님도 인정하시는 것 같아 뿌듯했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핸즈온을 여러 번 해주시다가 내가 상체를 너무 뒤로 제낀다고 지적하셨다. 상체를 뒤로 제끼는 게 아니라 가슴을 쫙 펴서 가슴을 내밀면서 올라와야 한다고 설명하셨는데, 그 시범을 보니 턱도 아래로 바짝 당겨서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지, 허리가 꺾이는 데는 단순히 허리만의 문제도 다리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렇게 시선과 상체의 쓰임과도 관련이 깊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훨씬 이해가 잘 됐다. 가슴을 쫙 펴면서 앞으로 밀어내려고 노력했다.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 수가 없어 조금 답답했지만. 이렇게 남은 시간을 꽉꽉 채워 평영 연습에 매진했다.


역시 다른 선생님의 새로운 시선으로 핸즈온까지 받으며 연습하니 정말 많이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이제 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는 몇 번 남지 않았다. 진행이 조금 느려서 오랫동안 쉬는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꼼꼼하게 잘 봐주시고 설명도 잘해주시니까 좋다. 약간의 시니컬함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갑자기 처음 왔을 때 오자마자 작별을 고했던 토요일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정말 다정하고 친절해서 할머니들이 모두 적극적이셨는데, 그 선생님이 나에게 해주신 '언제 무엇을 배우든 몸에 힘을 빼라'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어느새 두 달 반이 지났구나. 그 선생님도 내게 아직 물을 무서워하시는 것 같다며, 발차기 연습이 지루하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말해주셨는데.


하여튼 오늘 운동량은 적었지만, 오랜만에 촘촘하게 잘 배운 느낌이다. 지난주에 못해서 아쉬웠던 평영도 집중 코칭을 받았고 말이다(중요!!). 이제 곧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곳에서의 수영 생활도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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