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서인지 샤워장에도 사람이 훨씬 많다. 수영이 아닌 다른 운동을 하러 오신 분들도 너무 땀을 많이 흘려 샤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더위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버스를 타고 가도 이미 땀에 젖어 옷이 축축하다. 이제 센터 로비에서도 탈의실에서도 에어컨을 켠다. 샤워장에서 끝없이 발생하는 습기가 감당이 안 될 텐데.. 에어컨도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입수. 3분 늦었다.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 반, 배영 발차기 한 바퀴 반. 자유형 두 바퀴, 배영 두 바퀴. 무난하지만 뭔가 아쉽게 느껴지는 연습. 어쨌든 평영에 집중하자. 평영 발차기 세 바퀴. 생각보다 잘 되질 않는다. 지난날 잠시라도 “잘 되네, 괜찮네” 하는 것들이 다 신기루였던가. 오늘도 발차기 횟수를 세려다 실패했다. 아무튼 손을 처음 배운 날처럼 14번을 하진 못하는 건 분명하다. 발차기를 다시 세게 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일찍 피곤해질 뿐 앞으로 잘 나가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세 바퀴나 연습한 건데, 세 바퀴를 도는 내내 비슷한 느낌이다. 감을 찾을 기회도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발목을 제대로 꺾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접었다가 충분히 기다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접을 땐 살살, 찰 땐 크레셴도로 세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나머지 시간은 평영으로 가득 채웠다. 원래 오늘은 접영을 배워달라고 요청할 작정이었지만, 평영부터가 힘들어서, 기본기도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게 너무 잘 느껴져서 일찍이 포기했다. 팔이랑 같이하면 그나마 낫긴 하다. 처음엔 그냥 좀 막 하다가, 점점 그저께 들은 피드백을 되새기며 반영해 보려고 했다. 찌른 다음에 발차기.
며칠째 같은 연습을 하는데 진전이 없으니 내 자세와 동작에 뭐가 잘못됐는지 누가 좀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레인 끝쪽에서 선생님에게 걸렸다. 선생님은 내가 w자를 만들 때 발목이 엉덩이와 가깝지가 않다고 했다. 발목이 한참 떠 있다는 것이다. 그걸 더 가깝게 붙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내 체형상 그게 어렵다는 것을 설명했다. 원래 무릎 꿇고 상체 숙이는 스트레칭을 할 때도 엉덩이가 뜬다고 말이다. 선생님이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다섯 번이나 방식을 살짝 바꿔가며 설명에 임했다. 결국 답답해서 지상으로 올라가서 그 되지 않는 동작을 시연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그 동작이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튼 그냥 서서도 해보고 벽 앞에서도 해봤지만 나의 발목과 엉덩이는 화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또, w자로 앉아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 법을 아냐고 물으셨다. 나는 본 적은 있지만 w자로 앉는 것부터가 너무 아파서 힘들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바로 수긍하곤 고심하시는 듯했다. 나는 손의 힘을 빌어 발목을 엉덩이 쪽으로 잡아당기지 않는 이상 발목과 엉덩이가 가까워지는 건 안 된다고 답했다. 선생님은 잡아서라도 되는 거면 안 되는 건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w자를 만들 때 허벅지 아래쪽이 많이 당긴다고 했다. 선생님은 자신도 다리를 접어보더니,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짧아서라고 하셨다. 네, 맞아요, 허벅지가 짧아요! 그랬더니 숏다리라고 놀린 거라 생각하셨는지 그게 아니고 근육량이 부족한 거라고 정정하셨다. 스트레칭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한다. 나는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폼롤러로 마사지도 많이 하는데 그건 정말 나아지지가 않더라고 하소연했다. 정말이지 억울하다. 아무래도 체형이 그렇게 타고나서 그런 것 같다고 하니, 맞는 말 같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무말랭이 같은 내 근육. 힘도 없으면서 잔뜩 단축돼 있고 유연성은 떨어진다. 그걸 아무리 밀대로 밀거나 억지로 늘린다고 해서 무말랭이가 무가 되진 않는 거다.
선생님은 평영을 어느 정도 해야 접영도 잘할 수 있다고 하셨다. 평영도 나중에는 웨이브가 있는데 이게 접영 웨이브와도 비슷해서 평영을 먼저 잘 다지는 게 좋다고 말이다. 평영을 지금은 수직으로 상체를 들어 올리지만 점점 웨이브를 타면서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건 언제 배울 수 있는 거지? 아무튼 어제 접영을 배웠냐고 물으셔서, 배웠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이, 선생님이 킥판을 잡고 웨이브 연습을 하라고 하시곤 사라지셨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금요일에는 접영 킥을 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선생님은 그런 기본기 문제 때문에 진도를 잘 나가지 않는 편이라고도 고백하셨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선수 생활을 노리는 것도 아닌데 영원히 진도를 못 뺄 순 없다. 우리는 다 큰 성인이니까.
그래서 평영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니 그전에, 평영의 팔과 다리가 따닥! 하고 팔 먼저, 그다음 다리를 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지만, 일단 발차기 강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손을 찌른 다음에, w자 상태에서 1-2초 기다렸다가 차는 게 좋다고 하셨다. 이 대화를 하는 동안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어 끝났기 때문에, 선생님은 유아풀로 달려가시고 나는 나머지 연습을 시작했다. 선생님이 말한 대로 w자에서 기다렸다가 차니까 발차기가 더 강한 느낌이 났다. 뻥! 나는 왕복으로 다녀오고선 정각에서 1분도 채 남겨놓지 않고 수영장을 떠났다.
아, 2레인에서 평영 강의가 있을 때 옆에 서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 2레인에선 헤드업 평영을 연습하고 있었다. 마침 어제 바다에서 잘 놀려면 헤드업 평영을 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대화를 지인과 주고받았는데, 옆 레인에서 헤드업 평영을 연습한다니 너무 신기했다. 일반 평영은 상체를 들어 올렸다가 가라앉는 힘으로 다리를 띄울 수 있지만, 헤드업 평영은 팔을 하고 나서도 상체를 물속으로 숙이지 않고 꼿꼿이 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다리가 가라앉을 수 있으니 w자로 접는 타이밍을 더 빠르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구체적으로는 팔을 어떻게 하고 다리를 저렇게 하라는 식의 설명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지. 바다에서 수영하는 방법! 헤드업 평영!
일기를 쓰느라 새벽까지 깨어있고, 그래서 잠이 부족한 채로 수영을 하는 이 아이러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