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수면 부족은 최악의 수

by 속삭이는 물결

흐리고 시원하다. 지각을 했을 때 2레인으로 가는 길은 조금 험난하다. 잠수도 한 번 해야 하고 더 많은 물살을 뚫고 가야 한다. 에고고 피곤해. 간밤에 잠을 또 못 잤더니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자유형, 배영, 평영, 평영 발차기 한 번씩. 한 바퀴씩 도는데 너무 힘들다. 자유형은 숨이 차고, 배영은 엉덩이 근육이 과활성화되고, 평영 발차기는 어제보다 이상하다. 발목으로 물살을 모으는 느낌이 전혀 나질 않는다.


앞서가는 할머니가 계신다. 내가 정이 들어 대화도 잘 주고받는 다른 두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을 먼저 보내는데, 저 할머니는 본인이 먼저 간다. 대충 봐도 자세가 엉망이시다. 나가는 속도가 영 별로다. 발차기 연습을 하시지 않고 킥판 잡고 팔 돌리기 연습을 하시는 것 같은데,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 간격을 꽤 두고 가야만 그분을 따라잡질 않는다. 성격만 급하신 것 같다.


자유형 네 바퀴, 배영 세 바퀴. 처음 한 바퀴를 돌 때 내가 저 할머니를 계속 따라잡고 몸이 닿았다. 그랬더니 두 바퀴부터는 나를 먼저 보내셨다. 발차기 때부터 그래 주길 바랐는데, 다행이었다. 쉬지 않고 자유형 네 바퀴를 연이어하려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수면 부족은 정말 위험하다. 배영 세 바퀴는 그나마 나았다. 한 번은 멍 때리며 가다가 머리를 부딪혔다. 이러다 돌대가리가 되는 건 아닐까.


이제 평영 세 바퀴다. 오랜만에 오신 남자분이 선두를 맡고 계셨는데, 선생님이 평영을 돌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 대화를 하고 있는데, 성질 급하신 할머니가 뭐든지 얼른 출발하라며 말을 붙이셨다. 그런데 그 남자분이 짜증이 나셨는지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셨다. 힘드니까 좀 쉬어가겠다고, 순서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라며. 당황스럽긴 했는데, 아, 거슬리는 사람은 누구의 눈에도 거슬리는구나, 싶었다. 나는 그 할머니가 계속 몸을 터치하며 미는 게 싫었다.


선생님은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오셔선 유아풀이며 초보 레인에서며 아주 열정적인 티칭을 하고 계셨다. 수영복을 입으실 거면 처음부터 입고 들어오시지, 중간에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러 가시는 동안 10분은 시간을 썼을 텐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영은 무난하게 하고 있는 듯했다. 어느새 선생님이 넘어오셔선 격렬하게 핸즈온을 해주셨다. 나를 앞으로 많이 밀면서 보내셨는데, 선생님이 잡으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천천히 연습하던 발차기를 더 빠르게 나가고 말았다. 그러자마자 또 선생님은 화를 내셨다. 다리를 옆으로 회전하며 차야 한다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런 일차원적인 디렉션으로 성인 취미생의 동작이 단숨에 나아지길 바라는 건 직무 유기다.) 다리를 접고 기다리랬는데 왜 또 빠르게 차느냐고, 그러니까 발목을 돌리는 타이밍을 못 찾지 않냐고. 다리도 위로 계속 뜬다고 했는데 왜 아래로 차지 않냐고. 그게 말처럼 쉽냐고요. 그렇게 또 화를 몇 번 내시곤 옆 레인으로 사라지셨다.


평영을 다 채우곤 돌아왔는데, 선생님이 접영을 할 거라고 말하면서 일단은 자유형을 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옆 레인에서 열정적으로 배영을 핸즈온 하느라 돌아오지 않았다. 뭐야, 말을 말던가! 처음엔 자유형을 하다가 선생님이 안 올 것 같길래 그냥 평영 연습만 계속했다. 조금 의욕을 잃기도 했고 몸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들어서 쉬엄쉬엄했다. 아까 그 마음 급한 할머니는 쉬지 않고 계속해야 지구력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대체로 동의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래도 쉴 땐 쉬어야 한다고, 그래야 심장에 무리가 안 간다고 대답해드렸다.


마무리 체조가 끝나곤 무릎을 최대한 모아서 평영을 연습했다. 거의 완전히 붙이듯이. 발목도 완전히 꺾었다가 펴는 데 신경을 썼는데 다른 게 없었다. 아마도 내 오늘 컨디션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진짜 피곤해서 낮잠도 잠깐 자고 저녁에도 일찍 잠들었다. 그래서 이 시간에 깨어있다. 피로는 아직 덜 회복되었다. 어제 몇 시간 바깥 구경하느라 돌아다녔는데, 고작 그걸로 이렇게 무리가 된 게 참…. 꼭 이렇게 피곤한 날은 잠도 잘 안 오더라. 악순환이다. 다시 푹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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