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일. 마침내, 마지막 관문의 시작

by 속삭이는 물결

더위 탓인지 체력 탓인지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자유형 발차기 1.5, 배영 발차기 1.5, 자유형 2, 배영 2, 평영 발차기 3, 평영 무한대. 평영이 하면 할수록 이상해져서 큰일이다 싶었지만, 하면 할수록 몸에 힘이 쭉쭉 빠져서 피곤하고 늙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자유형이나 배영보다는 체력 소모가 훨씬 적다. 이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어디냐. 수업 시간 10분 정도 남았을 무렵부터 접영 킥 배우기를 기대했는데 선생님이 이곳저곳에서 열강의를 펼치고 계셔서 절반은 포기한 마음으로 평영 연습을 계속했다. 아 피곤하다, 이러면서.


그러다 4분밖에 남지 않았을 무렵, 선생님이 나를 소환하셨다. 그리고 한 달 전부터 접영을 배우신 분의 따님까지! 우리는 유아풀로 갔다. 선생님은 킥판을 들고 갈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가 2개를 집으셨다. 그리고 더러운 매트 위에 킥판을 겹쳐 올리시곤 접영의 원리를 설명하셨다.


자유형과 배영은 한 다리씩 따로따로 차면서 움직이지만, 접영은 두 다리를 동시에 차야 한다. 접영은 발등으로 물을 눌러 차면 엉덩이가 올라가고 가슴과 어깨는 내려가면서 생기는 진동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원리다.


선생님이 먼저 매트에 누우셔서 시범을 보여주셨다. 킥판 위에 발등을 두고 발등을 꾹 누르면 엉덩이가 올라온다. (이건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보고 집에서 요가 블록으로 따라 해 본 지상 훈련법이다!) 나는 엎드려서 발등을 꾹 누르며 하체를 여러 번 띄웠다. “엉덩이랑 몸 전면에 힘이 들어오죠?” 고개를 끄덕끄덕. 약간 플랭크를 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열 번씩 하라고 하셨는데 다섯 번만에 다음 사람으로 교체됐다.


이번에는 물속에 들어가 킥을 차며 엉덩이를 띄워볼 시간이다. 유아풀 벽 끝을 꼭 잡고 팔꿈치를 벽에 완전히 밀착시킨 다음, 엉덩이와 발끝이 물 위에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몸이 다 떠오르는 걸 기다리는 것은 이 선생님께서 언제나 강조하시는 부분이다. 기다린 다음 두 발을 뻥 차서 엉덩이를 들고 상체가 흔들리는 걸 느낀다.


그다음엔 킥판 위에 두 손을 포개어 올리고 엎드려서 킥을 시도해 본다. 유아풀에 세로 방향으로 누워서, 두 번 정도 킥을 찼다. 엉덩이는 올라오지만 제자리걸음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옆에 계신 분은 앞쪽으로 전진해 있었다. 선생님은 나의 상체가 충분히 움직이질 않아서 나가질 않는 것이고, 다른 분은 엉덩이가 아닌 무릎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나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똑같았다. 선생님은 내가 어깨나 가슴을 쓰는 게 아니라 머리만 반응하기 때문에 머리를 꼭 잡기 위해서 팔 아래에 머리를 가두라고 하셨다. 물론 다를 바는 없었다.


선생님은 이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셨다. 그러면서 우리의 지금 동작은 삼등분이 되어 있지만, 점점 발등에서 발목, 무릎, 엉덩이, 가슴, 어깨가 차례로 반응하며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삼등신에서 다등신으로 발전해야 한다. 힝.. 근데 앞으로 나가는 건 왜 안 되는 거지. 처음이니까 당연한 건 아닐 텐데. 웨이브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나 힘들다니. 더 많은 설명이 있었을 텐데 물속에 있어서 놓친 것도 있을 거고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을 거고.. 기억도 다 나질 않는다.


더워서 그런지 하루 종일 허기지고 무기력하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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