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 나비가 되고 싶은 애벌레

by 속삭이는 물결

텐션 업! 탁월히 기분 좋은 주말을 보내고 상태가 아주 좋다. 덕분에 정각에 입수한 월요일 아침 수영.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교통 정체가 심했고, 음파 발차기는 뭔가 제대로 한 기분이 나질 않는다. 앞사람이 한 바퀴 돌자마자 배영 발차기를 시작하길래 나도 따라서 누웠다. 배영을 하니 조금 운동이 되는 느낌. 한 바퀴씩 했으니 이번에는 바로 자유형으로 넘어가는 대신 평영 발차기를 연습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회전도 느리고. 킥판을 잡고 앞사람과의 간격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선생님이 마침 저쪽에서 나를 보곤 손동작으로 평영 발차기 모양을 흉내 내셨다. 평영 발차기를 하라는 뜻이로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평영 발차기를 출발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평영 발차기의 세기는 다리 힘이 아닌 박자 쓰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W자를 접고 그 모양에 신경 쓰며 잠시 기다렸다가 차니, 조금 더 박진감을 얻을 수 있었다. 추진력이 아닌 박진감이라는 단어를 쓴 건, 이게 앞으로 나가는 데 더 도움을 주는지는 아직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목을 잘 꺾었다가 제때에 펴주면서 물살을 밀어내는 것. 이것도 지난주보다는 훨씬 잘 잡히는 느낌이었다. 세 바퀴를 돌려고 했는데, 그냥 두 바퀴만 돈 것 같다.


그다음으론 자유형과 배영을 각각 두 바퀴씩 돌았다. 배영은 옆사람이 물을 심하게 튀기지만 않으면 무난히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튀긴 물이 콧속으로 들어오면 참을 수가 없다. 이 물이 기도로 들어가선 안 되고, 그렇다고 식도로 넘어가서 꿀꺽 삼키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물방울이 들어오면 레인 끝으로 도착할 때까지 코끝에 잘 머물러 있도록 신경 쓰느라 배영에는 조금 집중을 덜 하게 된다. 배영 발차기는 정말 힘들고 팔도 조금 버거운 느낌이 난다. 이상한 쿠세로 배영을 쉽게 하는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평영 연습 시간.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세지 않고 계속 평영만 했다. 아까 발차기 연습을 할 때 얻은 느낌을 유지해 보려고 했다. 얼마나 잘 되는지, 얼마나 동작이 개선됐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확실한 건 내가 지난주보다 수심이 더 깊은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선 아래 방향으로 슝 하고 시원하게 나가는 느낌! 뭔가 잘되는 거겠지? 물론 중간에 발차기 박자가 얽히거나 장애물을 피하느라 양쪽을 짝짝이로 쓰거나 그랬지만. 물속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수업 종료 10분 전부터 시계를 보며 이제 접영을 연습하면 좋지 않을까? 눈치를 보았다. 2분이 지나고 4분이 지났다. 또 소심해져서 평영을 다시 나가야지 싶었는데 선생님이 접영 동기를 지상으로 소환하는 게 보였다. 그러나 나는 지목받지 못했다고 느껴서 그냥 줄을 서 있었더니 선생님이 나에게도 손짓을 하셨다. 킥판을 들고 유아풀로 가서 접영 킥을 연습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우리는 어색해하며 킥판을 잡고 유아풀로 갔다. 선생님 없이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맞는지, 똥인지 된장인지 알 수가 없어. 우리는 편도로 한 번을 쭉 가보곤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평영 배운 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니 3개월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수영을 배운 게 3개월이라고 했고, 그분은 깜짝 놀라셨다. 역시나다. 나는 매일 나오는 덕분이고, 백수 놀이 중이라 이때를 기회삼아 열심히 배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달까지만 나올 수 있어서 선생님께 접영을 빨리 알려달라고 요청한 덕분이라고 말이다. 그분은 학생이셔서 졸업하고 취직하면 자신도 수영은 못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역시나 수영하고 나면 집에 가서 밥 먹고 낮잠 자는 건 국룰인 듯하다.


시간을 이렇게 까먹고 선생님이 오셨다. “접영 킥 해보셨어요?” 물으셨는데 농땡이를 피워서 떳떳하지 못했다. 바깥에선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고 있었다. 동기분이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니, 선생님이 한 번 보자고 하셨다. 우리는 다시 킥판에 손을 얹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내가 상체를 너무 흔든다고 하셨고, 그분은 여전히 무릎을 너무 많이 굽힌다고 하셨다. 그래도 킥판 잡고 하면 어느 정도 나가긴 한다. 이번에는 킥판을 놓고 한 번 더다. 킥을 차고 글라이딩을 하며 기다려 보기. 몇 번 반복했다. 역시나 나는 상체를 너무 흔드는 게 문제다. 선생님은 발끝에서 웨이브가 출발해 머리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상체가 동시에 같이 덜컹거리며 움직이니 잘 되지 않는 거라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는 킥을 세 번 연달아 차는 걸 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불러주는 박자가 꽤 빨라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오, 가능한 일이었다. 뻥, 뻥, 뻥! 하지만 앞으로 나가진 않았다. 처음엔 두 손을 포개고 연습했는데, 선생님이 동기님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양팔을 살짝 벌린 만세처럼 쭉 피라고 하셔서 나도 그렇게 해보았더니, 이제 상체를 넘어 두 손까지 흔들게 됐다. 대략 난감!


선생님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고, 나는 설명을 듣다가 그럼 머리도 써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머리도 결국엔 쓰는 게 맞지만 인위적으로 과하게 움직일까 봐 그런 설명은 잘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마에 삼각형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삼각형이 웨이브를 타는 느낌이라고 하셨다. 이것을 오인해 턱으로 움직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하셨다.


계속해서 연습해 보았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정체되고 있었다.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걸 계속 의식해 보라고 하셨는데, 아주 약간 나가는 정도지, 여전히 잘 되진 않았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지난주 금요일에는 킥판을 잡고는 앞으로 못 나갔는데, 이제는 킥판 잡고는 나갈 수 있으니, 다음 시간부터는 또 잘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선생님은 다음 시간부터는 30분까지 발차기와 영법 연습을 모두 마치고, 20분 내내 깊은 풀에서 접영 킥만 연습하라고 하셨다. 발차기는 영법당 한 바퀴씩, 아마 영법도 두 바퀴씩 하면 시간이 꽉 찰 것 같다. 그리고 만세 자세로 세 번씩 접영 킥을 하다가 숨을 쉬고 싶으면 평영 팔을 하면서 올라오라고 하셨다.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느낌이 나야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타당한 이야기다. 아무튼 이건 지난 한 달간 평영을 연습한 패턴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연습 방식이 정해지고 나니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얼른 잘해서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고 싶다. 나비 흉내를 반이라도 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아직은 뭐가 될지 모르는 애벌레니까. 나비가 아니라 나방이 되어도 좋으련만, 파리나 모기가 되진 않겠지.


드디어 7월의 1/3이 지났다. 맙소사. 남은 3주도 열심히 해 보아야지! 접영 강습 영상도 더 많이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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