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일. 이제부턴 우리끼리 요령 품앗이

by 속삭이는 물결

오늘은 수영을 배운 지 딱 만 3개월이 된 날이다! 활짝 웃어 :) 덕분인지 오늘도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접영 연습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한가득! 아무리 더죽뜨(?) 파여도 뜨거운 샤워가 반갑지가 않은 더위에 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두 번째 레인 깊은 곳에서 입수해서 평영을 연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제의 잘되는 것 같다던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다. 앞쪽에 도착해선 접영 킥도 조금 연습해 보았다. 그리고 준비 체조를 했다.


자유형 발차기, 평영 발차기 2바퀴씩. 앞쪽 사람들과 뒤쪽 사람들의 체력 차이가 커서 회전이 잘 되질 않는다. 물론 난 앞쪽 사람들이다. 편도로 도착할 때마다 한참을 쉬는 바람에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신기했다.


이제 갈 때 자유형, 올 때 평영 총 6바퀴. 자유형이야 뭐 이제 어떤 피드백도 듣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자유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시는 건가. 평영은 어제 본 유튜브에서 다리가 물아래로 향하게 힙각을 만들어서 차야 잘 나간다는 설명을 했는데, 그것에 유의하며 했다. 선생님이 내게 여러 번 지적한 것이지만 설명이 거의 없어서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친절한 유튜브 덕에 겨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w자 접어서 기다리기, 팔 앞으로 쭉 뻗기, 발목 플렉스 포인 잘하기 등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평영은 5바퀴째가 돼서야 선생님이 멀리서 잔소리를 하셨다. 다행히 나는 잔소리의 대상에서 벗어났는데, 앞에 세 분 정도 연달아 잔소리를 하시곤 나를 보시더니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다만 팔을 앞으로 쭉 밀어내는 걸 신경 써야 한다고. 또 파워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서 날이 서 있다가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옆에 계신 7월 신규 분이 활짝 웃으면서 나도 함께 웃었다. 그분은 선생님이 말로만 가르치고 지적하는 것이 어이없고 생경한 듯했다.


6바퀴째 들어올 때는 뭣 때문이었는지 대충 했더니 추진력은커녕 헛발 짚는 느낌이 났다. 선생님이 마침 그걸 보셨는지 다리 접는 타이밍은 더 빨라야 하고, 순간적인 힘으로 차야지 느긋하게 다리를 돌리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곤 접영이 시작됐다. 20분이 남은 시점이다. 선생님은 접영 안 해본 사람들에게 손을 들라고 하더니 드디어 나름 설명을 해주셨다. 자유형을 차는 동작 그대로, 대신 두 발을 함께 차면 된다고 하셨다. 이때 흔히 하는 실수가 무릎을 과하게 접는 것인데, 자유형 할 때 무릎을 접어서 움직이지 않고 골반을 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똑같이 하라고 말이다. 전신이 웨이브를 그려야 하지만, 일단은 그냥 허리를 흔든다는 느낌으로 하다 보면 될 것이라고 하셨다. 팔은 공손히 모아서 나가고, 킥은 거의 네 번씩 연달아하는 것 같았다. 숨 쉴 땐 평영 팔로 올라와서 쉬라고 하셨다. 이 레인을 가장 오래 지키신 분이 시범을 보이며 앞장섰다. 킥을 찰 때마다 엉덩이가 올라오고 몸이 요동친다.


나는 어제 배운 대로 3개씩 킥을 연달아 찼고 이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했다. 오늘 처음으로 숨이 차서 크게 헉헉댔다. 다짜고짜 티칭 법에 다들 동공은 지진 나 있었다. 아까 웃으신 7월 신규 분은 접영 배우러 왔는데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지 않으니 어떻게 배우라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황당해하셨다. 앞장 서신 분은 옆 레인 분께 팁을 들었는데 엄지발가락을 붙이고 하면 잘된다고 하셨다. 자유형이나 배영 때처럼 엄지를 붙이고 살짝 안짱 발을 만들어야 하나 보다. 이건 어제 유튜브에서도 본 내용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갑자기 뭐가 잘되진 않는다. 어쨌든 열심히 연습했다. 평영 팔만 하고 올라와서 접영 킥을 바로 이어서 하기가 영 어색해서 중간부턴 평영 발차기도 섞어서 했다. 힘들어서 대체로 그냥 이도 저도 아닌 화난 발차기가 됐지만. 네다섯 바퀴는 돈 것 같다.


선생님이 이제 충분히 했다며 허리 건강을 위해 그만하라고 하셨다. 시계를 보니 3분이 남았다. 배영 2바퀴로 마무리했다.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신규 분이 요령을 알려주셨다. 그분은 이미 수년 전에 접영을 배우셨는데, 접영 하나만으로 모든 과정을 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하셨다. 그리고 발이 아닌 손을 먼저 꺾어서 쓰는 방법으로 배운다고 알려주셨다.


손을 모아 독수리 부리처럼 꺾어서 손부터 출발해 바닥을 향해 가듯이 상체부터 웨이브를 만든다. 거의 잠수를 하는 느낌인데, 여기서 발만 톡 하고 살짝 쳐서 접영 킥을 한다. 물론 발을 톡 치는 타이밍은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다. 이건 지금까지 배운 접영 기본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인데, 기분은 더 좋다. 바닥으로 잘 뻗어나갔을 때 몸 뒤로 반대편 벽면 또는 천장이 보였는데 그 광경이 퍽 아름답고 신기했다. 순간적으로 멋진 바다에 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선 용납되지 않을 것 같은 연습법이다. 발차기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점점 선생님의 주력 고객에서 벗어나고 있어서, 이렇게 수강생들끼리 서로 방법을 알려주고 요령을 품앗이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거의 자유수영이다. 남은 기간 동안 킥만이라도 잘 완성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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