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엉덩이를 들었으면 가슴을 눌러

by 속삭이는 물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 자정을 넘긴 뒤 이틀 치 일기를 몰아 올리게 되어 창피하다. 늦게 잤는데도 빗소리 때문인지 일찍 깼고, 일찍 도착했음에도 느긋하게 씻느라 1분 늦었다. 오늘은 지난 시간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자유형 배영 평영 연습을 25분 만에 끝내야 한다.


자유형 발차기를 한 바퀴만 하는데, 햄스트링과 엉덩이가 아주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교통도 밀리는데, 왜일까? 뭐가 달라졌기에 오랜만에 엉덩이와 햄스트링이 일을 하네. 배영 발차기는 더 힘들었다. 헬스장에서 강항 웨이트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워밍업은 제대로다. 이제 평영을 차려고 준비하는데 선생님이 멀찍이서 평영 동작을 손짓으로 보여준다. 네! 알겠습니다! 평영 발차기는 두 바퀴를 돌아야지. 앞사람이 계속 멈춰서 나도 멈춰야 했다.


선생님은 마침 멈춘 내게 다리가 쉽게 가라앉는다고, 그러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음’을 더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숨을 쉬러 나오자마자 다시 입수를 해야 다리가 떠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몇 번 더 해봤는데 이번에는 ‘파’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사실 더 자세히 설명하셨는데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복기할 수가 없다. 일단 다시 입수하자마자 다리를 접어보기로 했다. 그럼 다리가 가라앉을 새가 없을 테니. 에라 모르겠다. 더 나아지길 염원하며 두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자유형 두 바퀴, 배영 한 바퀴, 평영 두 바퀴. 자유형과 배영은 숨이 가빠르도록 힘차게 나아갔다. 빨리 끝내고 접영을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빠르게 달렸다. 배영은 두 바퀴를 채우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한 바퀴만 했다. 이상하게 배영은 조금 지루하다. 평영은 몸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문제다. 휘청거리니 양다리의 각도와 세기가 계속 달라진다. 옆에 장애물이 있으면 더 심하고. 평영은 팔을 앞으로 뻗어내는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드디어 접영 연습할 차례다. 31분이다. 처음 한 세트는 잘 나간다. 뻥 뻥 뻥! 내가 발차기로 만드는 물보라가 눈에 보여서 신기하기도 하다. 그다음이 문제다. 평영 팔을 하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 자의 반 본능 반 펼영 발차기를 꼭 하게 된다. 그러다 선생님께 걸렸다. 평영 팔을 하고 평영 킥은 차지 말라고 하신다. 그렇게 해보았더니 접영 킥이 도태된다. 평영 팔을 하자마자 추진력을 얻으려면 무릎을 접어서 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접영 킥을 하면 몸이 그냥 슉 가라앉는다. 그걸 선생님께 문의했더니, 그래서 평영 팔을 빠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신다. 평영 팔을 빠르게 찌르는 힘으로 상체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평영을 잘해야 접영도 잘할 수 있다고 설명하신 거라고 한다. 평영 팔을 더 많이 연습하기 위해서라도 접영 킥에 평영 팔을 더한 동작을 시키신 거라고 말이다. 평영 팔은 언제 강해질 수 있을까.


평영 킥을 금지당한 이후로는 접영 킥 두 세트째부터 아주 엉망이 된다. 선생님은 내가 가슴을 눌러 웨이브를 타지 않고 그저 상체와 하체만 덜컹덜컹거리며 움직이니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고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엉덩이를 올리는 동시에 가슴을 꾹 누르며 웨이브를 타 보려고도 했다. 어깨도 함께 출렁였다.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두 세트부터 몸이 무거워지고 하염없이 가라앉는 건 나아지질 않았다.


어제 선생님이 일단 허리를 열심히 흔들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고 당차게 말씀하신 게 생각이 나서 또 웃음이 났다. 무슨 클럽 댄스 강습 시간이라도 되는 것 같았단 말이다. 허리를 흔들어 제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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