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by 속삭이는 물결

선생님이 여름방학 특강 프로그램 접수를 받으시느라 수업에 오질 않으셨다. 그래서 배운 게 없다. 어이도 없다. 상급반 선생님이 본래 담당 선생님 오실 때까지 진행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분은 끝내 오질 않으셨다. 늘 예상 외의 전개를 하시는 선생님.


자유형, 배영, 평영 발차기 한 바퀴씩. 그리고 자유형 6바퀴. 배영 4바퀴. 평영 4바퀴. 생각보다 시간이 남았더라. 킥판 잡고 접영 킥 연습. 마지막엔 킥판 놓고 연습했다.


접영은 처음 몇 번 나가자마자 육성으로 “핵망”이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기대한 것도 없는데 훨씬 더 잘 되질 않았고 접영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억지로 연습을 이어간 것 같다.


지난 시간에 다른 회원분이 알려주신 손을 꺾어서 들어가는 걸 조금씩 따라 해 봤더니, 몸이 물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평영 팔을 하고 나서 물 위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그분께 다시 물었다.


그분은 원래 처음엔 그렇게 물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연습하는 게 맞다고 하셨다. 대신 내려가는 동안 숨을 다 뱉고 나면 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이다.


나는 또 평영 팔을 하고 나면 하체가 가라앉고 힘을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랬더니 원래는 평영 팔을 섞는 것도 나중에 배우는 것이지 처음엔 접영 킥을 차다가 멈춰 서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연습한다고 하셨다. 접영 킥 자체가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체력이 붙을 때까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처음 배울 땐 킥을 한 번씩만 차는 방식으로만 연습한다고도 하셨다. 지금 내가 배우는 건 단기 속성이라는 거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배울 여유가 남아 있지도 않고, 이곳에선 누구도 그렇게 가르쳐주질 않는다.


배운 게 없어서 아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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