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수영장에 들어올 때부터 남자 선생님이 보이질 않았다. 토요일 선생님이 휴가를 내셨다고 한다. 지난번에 대강을 해주신 유아반 담당 여자 선생님이 대신 오셨다. 유아반을 담당하실 땐 카리스마 넘쳐 보이고 다부져 보였는데, 오늘 보니 순둥한 애기 같았다.
아무튼 자유형 발차기 세 바퀴로 시작. 체격 좋은 남자분이 오늘따라 또 엄청 쉬어가셨다. 답답했지만 기다려 드렸다. 다음부턴 그냥 내가 앞서 갈까 보다. 나는 물이 정말 더러워서 음파 발차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헤드업으로 발차기를 했다. 허벅지가 불타 오르네, 너무 힘들었다.
킥판 놓고 자유형 세 바퀴. 이미 힘들지 않은데, 남자분이 쉬어가셔서 같이 쉬다 보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차피 뒤에 오시는 분들이 너무 천천히 오셔서 서둘러봤자였다. 발차기를 약하게 대충 한 것 같다.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자니 상급반에서는 평영 코칭이 한창이었다. 머리를 두 팔 아래로 잘 숙여서 시선을 아래로 보라는 내용이었다. 나도 저 설명 듣고 싶어….
갈 때 배영 발차기, 올 때 배영 총 3바퀴. 킥판 없이 맨손으로 발차기만 연습하니까 허벅지가 잘 안 쓰이는 느낌이다. 차렷 자세에서 더 엉덩이 힘이 잘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매우 천천히 다녀왔다.
선생님이 모든 분들이 들어오면 평영 발차기를 연습하라고 하셨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선생님께 “오늘 접영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선생님은 “접영도 배우셨어요? 어디까지 배우셨어요?”라고 되물으셔서 “킥만 연습했어요”라고 대답했더니, 접영 킥 먼저 보고 팔도 해보자고 하셨다.
평영 발차기 두 바퀴에 이어서 평영도 세 바퀴를 돌고 왔다. 점점 발차기를 차는 강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팔도 앞으로 뚫고 나아가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주부터 계속 괜찮아졌다.
선생님은 평영까지는 아무런 코멘트를 주지 않으셨고, 안전 요원으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았다. 사람들이 하나의 연습 과제를 마치고 모두 모여서 선생님만 바라보면 “전부 다 저를 쳐다보시네요.”라며 민망해하셨다.
킥판을 잡고 접영 킥을 나가라고 하시자, 체격 좋은 남자분이 킥판 잡고 해 본 적이 없다며 나더러 해봤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니, 내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하셨다. 웅성웅성. 다른 여자분도 접영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남자분도 그냥 허리를 흔들면 된다고만 하시던데요? 라며 기존 티칭 방식에 은근한 불만을 토로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평소에는 킥판 없이 그냥 평영 팔과 섞어서 해보라고 (다짜고짜) 시키셨다고 설명했다. 선생님도 모두의 아우성에 난감하신 듯했다. 그러면 킥판 없이 해보자고 하셨다. 킥을 두 번 차고 평영 팔로 올라오라고 말이다. 이것도 다들 모르겠다고 하니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킥을 두 번 뻥, 뻥 차고 나면 몸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올 텐데, 그때 평영 팔을 하면서 숨을 쉬면 된다. 유레카! 왜 아무도 이 설명을 안해준 것일까? 연습을 하면 할수록 물아래에서 올라오려니 평영 팔은 되지도 않고 다리 자세는 흐트러지고 그랬는데 몸이 위로 뜰 때까지 기다리라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두 번의 뻥을 뻥~~~~ 뻥~~~~~ 하는 박자로 차요? 아니면 뻥~~ 뻥~~ 하는 박자로 차요?”하고 물었고 선생님은 편한 대로 조금 빠르게 해도 된다고 하셨다. 일주일 내내 세 번씩 차는 걸로 연습했는데 두 번씩 차는 걸 해보다니 뭔가 설렜다.
아무튼 출발! 두 번만 차는 건 많이 급하지도 않고 좋았다. 몸이 가라앉았다가 떠오르는 걸 기다리니 평영 팔을 하는 것도 무척 수월하게 느껴졌다. 킥도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양 엄지도 꽤 잘 붙어있고, 선수들의 영상에서 다리를 찰 때마다 무릎이 살짝 벌어져서 마름모 모양이 생기던 그 느낌도 제법 흉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상체의 흔들림도 없었고, 웨이브를 둥글게 잘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허리와 엉덩이는 왕복 운동을 잘하고 있는 듯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잘 나아가졌다!
한 바퀴를 돌고 와서는 모두가 멈춰 있었다. 1번 선수가 쉬고 있으니까. 선생님은 모두가 모여 있으니 뭔가 추가 주문을 하셨다. 두 팔을 앞으로 쭉 펴야 한다는 것이다. 팔꿈치가 조금이라도 굽혀지면 저항이 생겨서 앞으로 나가는 게 힘들어진다고 말이다. 어차피 시간이 2분 정도밖에 남질 않아서 아주 약간 나가는 연습을 하다가 되돌아와서 마무리 체조를 해야 했다.
물론 체조가 끝난 뒤에도 접영을 한참 연습하다가 나왔다. 수영에 사활을 걸듯이 집요하게 열심히 하는 나. 이게 나의 본성인가 습성인가. 하지만 이 짧은 4-5분의 시간이 수력 3개월 치고는 꽤 할 줄 아는 나를 만들어주었다. 기특한 나 자신!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다 보니 지지난주에 배 꿀렁을 알려주신 귀여운 할머니가 바로 옆에 계신 게 보였다. 할머니가 자리를 뜨시려고 할 때 나는 갑자기 배 꿀렁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다른 수업 시간에 배웠다며 지상 훈련법을 알려드렸다. 엎드려서 발등 밑에 베개를 깔아 두고 발등을 밀면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운동 말이다. 할머니는 집에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당신께서도 유튜브로 접영을 찾아본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게 아니니 (사실은 설명도 거의 해주질 않는다.) 참고하기 위해서 많이 보신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접영을 제일 잘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럴 리가 없는데… 오늘 출석하신 분들 중에는 제일 나은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또 예쁘게 한다고 해주셨다. 내가 뭘 하든 예쁘다고 하실 것 같지만, 이 귀여운 할머니의 인정을 받고 나면 나름 성취감이 생긴다.
다들 시범이 없어서 배우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사실 시범보다는 설명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오늘 이보전진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음 주는 더 발전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