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일. 코끼리 코도 아니고 맵다 매워

by 속삭이는 물결

코로나가 심해져도 수영장에 사람은 많았다. 순번표를 잘못 뽑았는지 심각하게 앞으로 나가질 못했다. 이럴 거면 걸어가지 그냥. 특히 가다가 계속 멈추는 할머니…. 오래된 빌런…. 누군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주면 좋을 텐데 눈치 없이 중간에 막 서 계시는 것만 봐도 말귀를 잘 못 알아듣거나 융통성이 없어 보여서 말 꺼내기가 어려운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뭐 물놀이보다도 못한… 운동도 아닌….


자유형 배영 평영 발차기 한 번씩. 팔 돌리기까지 2번씩은 해야 하는데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느라 시간만 뺏기고 한 번씩밖에 못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 그래도 평영은 한 바퀴 더 해보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자 이제 접영 할 거예요”하며. 글라이딩을 한 다음에 손을 먼저, 자유형 파를 먼저 하라고 하신다. 그다음에 킥을 두 번 또는 세 번 차라고 말이다. 나는 평영 팔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는데, 자유형 팔을 하라고 하니 뭔가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콧속으로 물이 계속 들어와서 애를 먹었다. 코가 너무 매웠다.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머리를 돌리는 타이밍을 설명하셨다. 킥을 찬 뒤에 머리가 물속에서 수면 위로 나오려고 할 때, 머리가 완전히 다 나오기 전에 고개를 돌려서 파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자유형 파를 할 때 몸이 휘청거린다고 했더니, 그건 당연한 거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자유형 호흡도 처음 배울 땐 몸이 엄청나게 흔들렸는데 무슨 새로운 현상처럼 여겼네….) 대신 자유형을 잘하게 되면 몸을 돌리는 각도도 줄여야 한다고 하셨다. 45도 정도까지만 말이다. 또, 처음 배울 때 천장 위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조금 더 아래쪽인 벽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나는 시선을 사선 뒤쪽으로 보는 게 맞냐고 물었고, 발 쪽을 바라보는 게 맞다고 하셨다. 내일 자유형을 연습할 땐 시선도 조금 아래로 낮추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래도 나아지지가 않아 다시 물었다. 바보도 아니고… 선생님은 입을 조금 더 빨리 다물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입으로 물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코로 들어온다고 답했다. 선생님은 “코로 마시니까 물이 들어오죠”라며 코로는 숨 들이마시는 걸 참고 입으로는 “파”를 하지 말고 “허”를 하라고 하셨다. “파”는 숨을 내뱉는 것이고 “허”는 숨을 들이마시는 거라고 말이다. 선생님은 마스크를 벗고 “허”를 여러 번 보여주셨는데, 입이 좀 더 좁게 오므라져선 마치 새가 부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 같았다.


입을 조금 더 작게 벌리려고 노력해봤지만, 입으로는 원래 물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코는 계속해서 매웠다. 접영 킥을 하고 자유형 호흡을 할 때 입이 물밖으로 마중 나가기 전까진 코로도 의식적으로 내뱉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코는 계속 매웠다.


지금 이 일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접영 킥을 찰 때 숨을 제대로 내뱉지 못해서 코로 들이마시게 되는 것 같다. 접영 킥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자리 잡을 때까지는 반복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접영 킥을 하면서 허리와 엉덩이를 적절히 움직이는지는 모르겠다. 자유형 호흡에 신경 쓰느라 웨이브까지는 깊이 있게 의식하지 못했다. 아무튼 앞으로 잘 나가고 있는 듯하다.


마무리 체조를 마치고도 연습을 더 하다가 샤워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는지 정말 득실거렸고, 어떤 할머니가 온몸과 얼굴에 비누칠을 하시다가 줄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갑자기 “접영 타이밍이 안 맞더라~”라고 하셨다. 설명을 들어보니 입수 킥과 출수 킥을 할 때 각각의 팔 타이밍이 있는데 내가 그걸 맞추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그 단계까지 배운 게 아니라 팔 따로 다리 따로로만 연습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다른 잘하는 그분도 접영 타이밍이 안 맞는데, 코치가 봐주질 않는 것 같다며 무신경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래도 예전처럼 엄청나게 비판을 하시진 않는 것 같다.


2 레인에 계신 어떤 분은 나를 보며 “왜 2 레인으로 안 넘어와요~”라고 하셨는데 내가 자진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도 남은 기간 동안에는 2 레인에서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분께서 날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자유형 배영 평영을 한 번씩밖에 연습하지 못해 운동 효과도 없고 땀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아쉽다. 내일은 잘하시는 분이 선두에 오셔서 다 같이 스피드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아, 오늘 보니 한 달 일찍 접영을 연습하시던 분들이 이미 접영 팔까지 하고 계셨다. 나는 한 분께 접영은 다 배우신 거냐고 물었는데 그분은 말을 잇지 못하셨다. 제대로 배운 건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 다 하니까 그걸 따라서 쫓아가느라 바쁘다고 하셨다. 나는 남은 기간 동안 접영 팔까지 배울 수나 있을까? 얼른 서핑 여행을 가고 싶다! 바다 수영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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