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초스피드와 다짜고짜 그 사이

by 속삭이는 물결

요즘 수영 아닌 바쁜 일이 많이 생기다 보니 수영 일기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새벽에 겨우 쓰게 된다.


버스 운이 좋아 조금 일찍 도착했다. 어제 배운 접영 킥과 자유형 팔을 연습하며 2 레인으로 진입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네? 씻기도 오래 씻었는데 웬일이지.


오늘도 발차기로 시작. 자유형 평영 접영 배영 순으로 각 2바퀴씩 돌았다. 한 명씩 봐줄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건지 발차기를 너무 많이 시킨다. 어제부터 물이 차가운데, 이 때문에 평소보다 체온을 높이려 몸이 애쓰느라 더 빨리 지치는 것 같다.


그러곤 갑자기 자유형과 한 팔 접영이 시작됐다. 처음엔 갈 때 자유형 올 때 한 팔 접영을 하라시더니, 나를 비롯한 접영 초보들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한 팔 접영을 설명하고는 갈 때 한 팔 접영, 올 때 자유형을 4바퀴 하라고 하신다. 한 팔 접영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설명을 해준 것은 아니고, 팔을 저을 때 상체가 어떤 웨이브를 타야 하는지 타이밍을 알려주셨다. 알 수가 없다. 하여튼 킥 한 번에 상체를 아래로 보냈다가 다시 킥 한 반에 상체가 위로 오른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에 옮겨 적을 수가 없다. 다리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신다. 알아서 움직일 거라고 말이다. 더 오리무중이다.


나는 접영 킥을 차는 동시에 자유형 팔을 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어제 하던 팔과 다리 동작을 합쳐서 하기 시작했다. 킥을 두 번 차고 세 번째에 팔도 같이 하는 식으로. 한 바퀴를 돌면서 다른 사람들을 보니 킥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았다. 잘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두 번 차는 게 맞다고 한다. 이런 걸 선제적 설명이 아니라, 눈칫밥으로 이해해야 한다니. 이게 뭐람. 선생님은 내가 00은 잘하는데(못 알아들음) 상체를 더 숙여서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치셨다. 유튜브에서 질리게 본 입수 킥 출수 킥 이야기겠거니… 알아서 이해하곤 조금 더 아래로 향하려고 노력했다. 다짜고짜 티칭에 어영부영 따라 하기. 이렇게 배워도 괜찮은 걸까?


그다음엔 배영 3바퀴를 시키셨다. 다시 접영을 할 거라고 하시면서. 배영은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지 고개가 계속 뒤로 넘어가서 코에 계속 물이 들어오고 난리였다. 이걸 3바퀴나 해야 한다니. 그러고 나니 시간이 3분도 남지 않은 게 아닌가.


마지막 동작은 양팔 접영이란다. 갑자기? 오늘 한 팔 접영을 처음 했는데? 두 팔로 물을 잡은 다음, 어깨 선에서 리커버리하기. 설명은 그게 다였다. 또 몸의 웨이브 방향을 보여주신 듯한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숨쉬기는 하지 않기. 물 잡을 때 한 번 차고, 어깨 라인 따라 되돌릴 때 한 전 차기. 숨 쉬고 싶으면 그냥 일어서기. 발이 닿는 곳까지만 다녀오기. 그러니까 반 바퀴보다 조금 더 가곤 수업이 끝났다. 접영을 빨리 배우고 싶긴 했는데 이런 식으론 아니었단 말이지?


내일은 또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상상할 수 없다.


수영은 이제 곧 관두는데 수영복을 한 벌 샀다. 한껏 들떠있는데 새로 산 수영복이 원래 있던 수모와 어울리지 않아 당장 개시하진 못할 것 같다. 이게 뭐람. 바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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