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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2. 2023

이란 친구들이 들려준 그들의 음주문화

"우리 이란에서는..."

우리 반에는 이란에서 온 친구들이 두 명 있다. 그 둘은 친남매처럼 꼭 붙어 다니면서 자주 티격태격하는데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난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학생 S는 만날 때마다 "언니 안녕?" 혹은 "잘 가, 내일 봐!" 하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데 발음이 너무 좋아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이란인 남학생 M은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수업 중에 M이 "이란에서는..." 하고 한번 운을 떼면 그때부터는 정말 끝도 없이 말이 길어진다. 

한 번은 수업 중에 각 나라별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M이 또 입을 열었다.

"이란에서는 알코올이 법으로 전면 금지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들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마셔요." 

다들 빵 터졌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께서도 웃으시면서 "맥주? 아니면 전통주예요? 맛있어요?" 하고 질문을 하셨다.

"맥주도 만들지만 보통은 과일주를 만들어요. 맛은... 뭐 그냥 술이에요. 에탄올 비슷하고요. 도수는 70도 정도 될걸요?" 

뭣이라? 70도라고라고!

그때 내가 말했다.

"귀해서 조금씩 마셔야 되니까...?" 

다들 웃었는데 M은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술이 귀해서 물이나 음료수에 희석해서 마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혼자 웃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이란에서는 술이 금지인데 길에서는 또 음주단속을 해요!" 

앗, 그건 예상 못했네. 내 옆에 앉아있던 S가 웃으며 말했다. 

"이란에서도 결혼식이나 생일파티에서는 술이 항상 있기는 있거든요. 불법이지만요."       


나는 쉬는 시간에도 이 아이들에게 이란 얘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나에게는 신기했던 것이다. 주변에 다른 친구들도 몰려와서 함께 이야기를 경청했다. 

"혹시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 중에서 술이 있다고 신고하거나 하지는 않아?" 

"아무도 신고 안 해. 왜냐면 신고하면 다시는 누구도 술을 나눠주지 않을 거니까."

아 그렇겠네... 

이란에서는 여자들 히잡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종교가 무슬림이 아니라도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길에서 히잡을 안 쓴 여자들이 있으면 경찰이 잡아간다고 한다. 심지어 그게 외국인관광객이라도 말이다.  

"S, 넌 절대 이란 돌아가지 마. M, 너는 여기서 자유라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S는 안 그래도 한번 히잡을 벗고 나니 다시는 이란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단다. 그리고 M은 솔직히 아직 술맛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수업 중에 같은 주제를 놓고 각국의 상황을 비교하다 보면 이란만은 항상 파격적이다. 시리아나 팔레스타인 친구들도 있는데 이란과는 비교가 안된다.

한 번은 감시카메라에 대한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일전에 근무하시던 학교에서 사전 동의 없이 교실에 cctv를 설치했길래 강력히 항의했더니 다음 달 모두 제거가 되었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 M이 또 혼자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란에서는 교실마다 다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요. 엄청 엄청 큰 걸루요!" 

오래전 봉숭아학당 "우리 연변에서는..."으로 시작하는 유행어가 생각난다. 


"우리 이란에서는 손바닥만 한 감시카메라는 카메라 축에도 안 듭니다... 고저 카메라는 수박크기쯤은 돼놔야 고거 감시 좀 하갔구먼 하고 말입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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