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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2. 2023

멋진 프랑스인 친구가 생겼다.

한국을 사랑하는 그녀와 나는 서로의 언어 공부를 도와주기로 했다. 

2022년 3월. 


오미크론에 걸려서 9일 만에 학교에 다시 등교를 했다. 그런데 학교 캠퍼스를 들어서는 순간 완전 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봄이 온 것이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해제되어 사람들의 표정이 더욱 들뜬 듯 보였다. 



나는 오늘 프랑스인 떵뎀 파트너인 카린을 처음으로 만나기로 한 날이다. 


떵뎀은 학교 측에서 주관하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인데 나는 한국어의 인기 덕분에 파트너를 빠르게 구할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반에서 떵뎀 파트너를 구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나와 영국인 친구뿐이다. (한국어의 인기가 이제는 영어만큼이나 높다는 의미로 느껴져서 뿌듯하다.)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얼마 안 돼서 이 카린이라는 친구가 이메일로 처음 연락을 보내왔고 우리는 일주일 동안 서로 메시지만 주고받다가 오늘 바로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그녀와 약속한 대로 자율학습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게 대체 뭐라고 나는 이리도 긴장을 하고 있는가.... 마치 소개팅에 나온 것처럼 목구멍이 간질거렸다. 

잠시 후 그녀가 나타났다! 


20대 어린 여학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서로의 관심사가 없을까 봐 걱정도 했다.) 가죽 재킷을 입은 시원한 쇼트커트의 은발머리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처음 보는 순간 서로 꽤 잘 통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심봤다! 

그녀는 학생이라기에는 뭐랄까 꽤 노련하고 성숙한 느낌이 들었다. 

"안녕! 나 카린, 드디어 만났네!"

카린이 먼저 편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 후 곧 그녀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아, 나 학생 아니고, 학생들한테 영어 가르치고 있어." 

앗 교수님이셨구나. 뭔가 차분하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는 그녀의 말를 들으며 나는 유능한 과외선생님이 생겼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녀는 오늘 나의 하루를 밝혀준 서프라이즈였고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나이도 나와 비슷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떵뎀 프로그램의 책임자라고 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그녀는 내 신청서를 보자마자 직접 연락을 보내온 것이라고! 


"나 한국어가 너무 좋아. 발음이 예쁜 것 같아. 내가 할 줄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나는 카린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뿐이야. 호호" 

"한국 드라마에서 배운 거야?" 

"맞아! 하하 그거지. 나랑 내 남자친구는 요즘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어. 최근에 우리가 가장 재밌게 본 건 힘센 여자 도봉순. 배우가 너무 사랑스러운 거 있지! 그리고 나는 또 매주 한국어 스터디 모임도 주관하고 있어. 우리 학교에 한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꽤 있거든. 어렵지만 정말 재미있어!"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폭풍처럼 수다를 떨었다. 

그녀는 캠퍼스 내 한국어 스터디 그룹을 주관할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한국 요리 수업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짜장면도 만들었다며 직접 요리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또 그녀는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한다! 공통점을 하나씩 찾을 때마다 우리는 손뼉을 쳤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 서로의 스케줄을 펼쳐놓고 다음에 만날 일정을 조율했다. 우리는 매주 한 시간씩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수업시간에 늦어서 급하게 일어나야만 했는데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만나서 너무너무 기쁘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발을 구르며 똑같이 화답해 주었다. 진심으로 기뻤다. 

오미크론 완치 기념으로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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