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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1. 2023

프랑스 소도시에서도 느껴지는 한국의 위상

어학수업은 하루에 평균 4시간씩 진행된다. 그중 화요일에는 오후와 오전으로 수업이 나눠져 있어서 점심을 준비해 가야만 했다. 


나는 점심도시락으로 전날 먹다 남은 키쉬를 한 조각 싸고, 귤이랑 과자 그리고 디카페인 커피도 준비해 갔다.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우리 반 몇몇 친구들과 함께 학생회관(Maison de l'étudiant )에 가서 자리를 맡았다.



이곳에는 전자레인지나 자판기들이 있고 둘러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있다. 다양한 학생 연합의 사무실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 내 식사를 할 수 있는 다른 장소들도 있지만 이곳이 가장 아늑하고 넓은 것 같다.  


한창 팬데믹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지내던 우리는 이날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워낙 국적이 다양한 친구들이라 대화의 주제도 풍성할 거라 생각했는데 외외로 대부분 우리 대화의 주제는 한국이었다. 

이란인 친구는 평소에도 나만 보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곤 했는데 그녀는 한국인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낭시에 있는 한국문화 커뮤니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더니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실제의 한국인들이 모두 드라마처럼 잘생기고 예쁠 거라고 생각한다면 실망하게 할 거야." 

내 말에 터키, 시리아친구가 둘이서 강하게 부정했다. 

"아닌데? 한국은 안 가봤지만 내가 본 모든 한국인들은 다 예쁘던데? 너도 예쁘고!"

앗,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터키친구는 자신의 여동생이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듯 그 남성의 사진들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소녀들이 모두들 휴대폰을 돌려보며 잘생겼다고 난리가 났다. 내가 봐도 키도 크고 잘생긴 남자였다. 또 다른 친구는 자기 친구 중에 한국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가 있다며 그 채널을 나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나 완전 인싸가 된 것 같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우리 엄마랑 우리 자매는 한국음식도 너무 좋아해. 특히 떡볶이! 그리고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자주 봐. 우리 엄마는 한국 드라마가 순수한 느낌이라고 하셨어." 

"맞아 맞아! 미국 드라마는 남녀가 만나자마자 키스하는데 한국 드라마는 손잡는데도 오래 걸리고 사람을 설레게 하잖아!" 

"응, 그리고 터키 드라마에서는 총 쏘는 장면도 흔하거든. 한국 드라마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많지."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서 수다를 이어갔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귤과 과자들을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더니 다들 까르르 웃었다. 만날 때마다 내가 먹을 걸 나눠준다며 친절하단다. 

"나이 많은 언니들은 원래 이렇단다." 



잠시 후 이 친구들은 천국의 계단부터 최신 드라마까지 다양한 한국 드라마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직접 시청한 드라마가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네... 

낭시에서 느껴지는 한국의 위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아주 커진 것 같아서 너무나 뿌듯하다. 

7년 전 우리 시동생은 나를 처음 만났던 날 "한국의 경제 수준을 태국과 비교하면 어떤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유럽에서 보는 한국은 동남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고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가 북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때 만난 시동생은 달라져있었다. BTS와 오징어게임등의 한국 콘텐츠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한국어를 배우기로 다짐했다고 선언해서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작은 도시에서도 한류를 체감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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