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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1. 2023

다국적 반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2022년 1월. 

로렌대학교 어학당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오후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백팩에다 물한병과 필통 그리고 남편이 사준 공책을 챙겨서 씩씩하게 학교로 향했다. 트램을 타려고 했다가 새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트램을 타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걸어가도 비슷하게 소요된다. 


앞으로도 오후 수업을 하는 날이면 이렇게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도 쬐고 운동도 하고 프랑스어 팟캐스트로 듣기 연습도 하고 말이다. 영하 1도였는데 걷다 보니 몸이 후끈해졌다.


캠퍼스 곳곳에 앉아있는 대학생들을 보니 내 대학시절도 떠오르고 친구들이 급 그리워졌다. 전생 같은 기억이네. 이 나이에 대학생 학생들을 다시 받게 되다니.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 반에는 총 14명의 학생이 있는데 중복되는 국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국적들이 모여있었다. 이란, 팔레스타인, 페루, 시리아, 말레이시아, 대만, 러시아, 베네수엘라, 스페인, 터키, 알바니아, 니카라과 그리고 대한민국! 이렇게 다양할 수가. 

국적은 다르지만 언어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있어 쉬는 시간에 아랍어나 스페인어가 자주 들려온다. 나는 베네수엘라와 팔레스타인 친구들과 소그룹을 할 때 그 나라 상황에 대해서 잠깐 물어보았었는데 평소에는 자주 접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가 있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정치적 망명을 온 거라고 했는데 수년간 브라질과 터키등의 나라들을 거쳐서 어렵게 프랑스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물어봐야지.



역시나 우리 반에서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이 나이에 또래 친구를 만나길 원한 건 너무 큰 욕심이었나 보다. 내가 가장 어른이니까 뭐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대학원을 준비 중이라는 러시아 친구는 디지털 마케팅이 꿈이라고 말했는데 마침 내가 경험이 있는 분야라 쉬는 시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녀는 다음날 나에게 다시 찾아와서 내 sns계정을 묻기도 하고 참고할 만한 서적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풋풋한 얼굴을 보니 아주 기특해 보였다.



남편이 시키는 대로 나는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열심히 대답한다. 선생님은 총세분이신데 세 분 모두 내 이름을 발음하는데 어려움이 있으셨다. 그분들이 나를 쳐다보며 말문이 막힌듯한 표정을 지으실 때마다 나는 내 이름을 먼저 말씀드린다.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는 대만인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탄다. 같은 아시아인이라 반갑기도 하고 또 그녀도 프랑스인 남편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통하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녀는 벌써부터 집으로 나를 초대하겠다고 말해주었다. 


앞으로 펼쳐질 학교생활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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