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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12. 2023

로렌대학교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선생님께서 지난주 수업 중에 이런 제안을 하셨다. 


"로렌대학교 라디오 방송국에서 녹음을 해 보는 게 어떨까요? 각자 프랑스에 와서 느꼈던 문화차이에 대한 주제로 녹음을 해 본 후, 방송국 담당자의 판단하에 괜찮다 싶으면 실제 방송에 내보내는 걸로요." 


개인적으로 나는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적극 찬성했다. 


"프랑스앙포나 RFI 같은 큰 방송국이 아니라 그냥 교내방송일 뿐이에요. 거기다 라이브도 아니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선생님 말씀에, 몇몇 망설이던 친구들도 모두들 동의를 했다. 


수업 중 우리는 각자 프랑스에 와서 처음 느꼈던 문화충격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작성한 후 최대한 자연스럽게 프랑스인처럼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사흘 후인 수요일 아침,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학교 정문에서 만나 라디오 방송국으로 찾아갔다.


친구들은 다들 들뜬 표정이었다. 


"다들 집에서 연습했어?" 


"나는 어제저녁에 남편한테 한번 들어봐 달라고 했더니 축구 전반전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더라..." 


"그래서?" 


"전반전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편 앞에서 발표했어. 그냥 대충 듣더니 잘했다고 하더라."


카자흐스탄 친구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비슷했어. 남편이 바쁘다길래 따라다니면서 등뒤에다 대고 줄줄 연습한 거 말했어. 훌륭하대. 물론 제대로 들은 것 같진 않지만."



방송국으로 건물로 들어갔더니 한 여성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총 8명이라 4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녹음을 했다. 나는 모로코, 이란, 카자흐스탄 친구와 함께 먼저 녹음을 했다. 


선생님께서 진행을 맡으셨는데, 우리는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미리 연습했던 문화충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그다음부터는 모두 즉흥적으로 대화를 진행했다. 프랑스에서 느낀 여성의 지위, 그리고 프랑스어에 대한 각자의 의견 등등. 공백 없이 우리 네 사람은 공평하게 사운드를 채웠다. 환상의 호흡! 


내가 겪은 문화충격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시부모님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르는 게 저는 너무 어려웠어요. 반대로 남편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저희 부모님 이름을 물어봤는데 그때 저는 "우리 엄마이름은 엄마이고, 아빠 이름은 아빠야"라고 대답해 줬답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어른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거든요.]


이란친구는 프랑스 비쥬가 이란의 비쥬에 비해서 너무 단순해서 놀랬단다. (그게 나는 더 충격이다.) 이란에서는 비쥬를 양볼에 한 번씩 하는 게 아니라 두 번씩하고 나서 동시에 악수까지 한단다. 한국인 입장에선 상상만 해도 부담된다.


모로코 친구는 맛있는 쿠스쿠스를 만들어서 옆집에 갖다 줬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며 문전박대를 당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가엾어라...


카자흐스탄친구는 얼마 전 우리가 프랑스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 방글라데시 학생이 본인이 동성애자라고 거리낌 없이 말했던 장면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낭시의 전 시장도 동성부부였다.) 


프랑스와 고국을 비교했을 때 여성의 위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물었을 때 다른 친구들은 모두들 프랑스에서의 여성의 위치가 높다고 말했다. 고국에는 여자 경찰도 없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이란친구는 프랑스에서 여자 트럭기사를 봤을 때 굉장히 놀랬다고 말했다. 나는 한국은 프랑스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녹음은 15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대화내용도 재미있었고 꽤 성공적으로 끝냈다.  


녹음을 도와주신 담당자께서 우리 녹음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꼭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했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 선생님께서도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여러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렇게까지 잘해줄지는 솔직히 몰랐거든요.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고 전부다 훌륭했어요!" 


나는 선생님께 따로 감사인사를 드렸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는 체험이었어요." 


생각보다 녹음이 일찍 끝난 덕분에 평소보다 긴 휴식시간이 생긴 우리는 카페테리아에 둘러앉아서 오래오래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방송에는 과연 어떻게 나갈 것인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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