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건 타불레가 아니야... 초록색이 너무 많아...."
2학기 수업의 마지막날에는 각자 한 가지씩 간단한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먹기로 했다.
나는 전날 구운 초콜릿 케이크를 가져왔다. 호두랑 다크초콜릿 조각들을 넣고 촉촉하게 구웠는데 역시 너무나 맛있게 잘 구워졌다. (나는 자화자찬에 능하다.)
시리아 친구는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쇼핑백에서 음식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그 재료들이 계속해서 끝없이 나왔다. 부엌을 아예 통째로 옮겨온 듯한...
집이 먼 그녀는 매일 기차를 타고 왕복 3시간이 걸려서 등교를 하는데, 우리에게 신선한 타불레를 맛 보여주기 위해 신선한 재료들을 일일이 따로 챙겨 온 것이다. 거기다 저 커다란 유리볼은 또 얼마나 무거운데...
"먹어보면 알겠지만 프랑스 타불레랑은 정말 달라. 이게 바로 원조 타불레야. 꼭 맛 보여주고 싶었어."
자신감 넘치지만 언제나처럼 상냥한 그녀의 목소리.
"프랑스 타불레는 쿠스쿠스가 대부분인데 이건 파슬리가 더 많이 들어가는구나."
"응, 더 건강하지!"
언제나 친절한 그녀는 시리아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에 와서 아랍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었는데, 그녀는 내 인식을 바꾸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길거리에 차가 없어도 그녀는 절대 무단횡단을 할 줄 모르고, 수업 중 게임으로 누구 한 명을 지목해서 탈락시켜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녀는 곤란해하며 끝까지 누구 한 명 포기하 지를 못했다. (반면 나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한 사람만 계속 지목했는데.)
오늘 우리는 그녀는 "엄마"라고 불렀다. 커다란 주걱까지 잊지 않고 챙겨 온 그녀.
마지막 날이라 결석자가 많아 선생님을 포함해서 고작 5명뿐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푸짐한 만찬이 탄생했다. 신선한 타불레, 파테르렌 (pâté lorraine), 갸또오쇼콜라, 오렌지주스 그리고 뜨거운 차가 준비되었다.
나는 타불레를 두 접시나 먹었다. 시리아 친구는 재료를 가져왔던 통에다 남은 타불레를 담아서 우리에게 싸주었다. 우리 남편 타불레 좋아하니까 잘됐다.
내가 가져온 초콜릿케이크는 모로코 친구가 너무 좋아하길래 남은 건 가져가서 그녀의 남편이랑 먹으라 했더니 매우 좋아했다.
마지막 수업은 화기애애했다. 먹는 걸로 끝낸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다양한 수업거리를 준비해 오셔서 두 명씩 팀을 나눠 스피드 게임도 하는 등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불리 먹고 나서 웃느라 소화도 잘 됐다.
그날 저녁.
시리아친구가 싸준 타불레를 자신 있게 저녁상에 올렸다.
다진 소고기 스테이크와 찐 감자 그리고 달콤한 비트샐러드와 함께. 그런데 역시나 입맛 까다로운 초등학생 남편의 반응은... 영 별로다.
"타불레 좋아하잖아?"
"근데 이건 타불레가 아니야... 초록색이 너무 많아...."
흠...... 역시 초등학생 같은 대답이다.
접시 위 타블로를 자꾸만 포크로 밀어놓길래 결국 이 엄마가, 아니 내가 대신 먹어주었다. 맛만 좋구먼.
그나저나 이번 학기가 모두 끝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