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여행지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되찾았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조식시간!
아침공기가 살짝 쌀쌀했지만 우리는 실내보다 야외가 좋았다.
시부모님께서는 평소 여행 다니실 때 조식을 브런치로 느지막이 드시고 점심은 간단한 스낵정도로 드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더 든든하게 먹어둬야겠네요!"
내가 자꾸자꾸 먹으니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낮에 배고프면 또 사 먹으면 되니까 억지로 많이 먹을 필요 없단다."
"저 원래 이렇게 먹는데요..."
농담처럼 남편몫까지 2인분을 먹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난 원래 호텔 조식은 혼자서 2인분을 먹는다. 저 아직 과일도 먹어야 돼요...
식사 후 어머님께서는 지도를 펼치시며 오늘의 목적지를 알려주셨다.
"오늘은 네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가라치코마을에 가보자."
"너무 멀지 않아요? 나중에 가도 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지도를 보니 가라치코와 산타크루즈는 섬의 끝과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테네리페에서는 아무리 먼 곳도 한 시간이면 닿는단다. 그리고 중간에 라구나와 크루즈항을 들렀다 갈 수 있으니 더 좋고."
그렇게 우리는 세 군데의 목적지를 정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라구나 (La laguna)
이곳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뭔가 다채로운 건물색이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돌아다니다가 저 날 어깨를 홀라당 태웠다.
예쁘고 이국적인 건물들이 굉장히 많았다.
길가 빵집에 진열된 빵을 발견했을 땐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빵은 프랑스만 못해... 절대 못해... 저런 거 돈 주고 사 먹는 거 아니다."
역시 프랑스인들의 빵부심은 와인부심에 못지않다.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많아서 시어머니와 나는 옷가게에도 몇 군데 들렀다. 탈의실에서 직접 몇 벌을 입어보기도 했지만 막상 사고 싶은 물건은 찾지 못했다.
우리 고부가 쇼핑에 몰두해 있을 때 아버님께서는 근처 테라스 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계셨다. 역시 쇼핑은 재미가 없으신 것이다.
스페인에서 아마 가장 많이 먹은 메뉴가 아닐까. 빵, 토마토, 올리브유, 하몬의 조합- 빤꼰토마떼. 배는 안 고팠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잠시 후 시어머니께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하셨다. 레스토랑직원들도 함께 구석구석 화장실까지 뒤져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머님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누군가가 응답을 했다! 알고 보니 조금 전 우리가 들렀던 옷가게의 사장님이셨다. 어머님께서 탈의실에 놓고 오신 걸 천만다행으로 그분이 챙겨두셨던 것이다.
휴대폰을 찾았다고 하니 레스토랑 직원들도 바쁜 와중에 함께 기뻐해주었다. 어머님 말씀대로 스페인 사람들은 꾸미지 않은 인정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머님께서 스페인어를 하시기 때문에 잘 풀리는 것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쩐지 행운의 여신이 어머님을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이.
La laguna를 뒤고 하고 다음 행선지로 다시 출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