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Jun 27. 2023

행운의 여신이 어머님을 따라다니는 게 아닐까

복잡한 여행지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되찾았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조식시간! 

아침공기가 살짝 쌀쌀했지만 우리는 실내보다 야외가 좋았다.

시부모님께서는 평소 여행 다니실 때 조식을 브런치로 느지막이 드시고 점심은 간단한 스낵정도로 드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더 든든하게 먹어둬야겠네요!"

내가 자꾸자꾸 먹으니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낮에 배고프면 또 사 먹으면 되니까 억지로 많이 먹을 필요 없단다."

"저 원래 이렇게 먹는데요..." 

농담처럼 남편몫까지 2인분을 먹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난 원래 호텔 조식은 혼자서 2인분을 먹는다. 저 아직 과일도 먹어야 돼요...

식사 후 어머님께서는 지도를 펼치시며 오늘의 목적지를 알려주셨다. 

"오늘은 네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가라치코마을에 가보자." 

"너무 멀지 않아요? 나중에 가도 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지도를 보니 가라치코와 산타크루즈는 섬의 끝과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테네리페에서는 아무리 먼 곳도 한 시간이면 닿는단다. 그리고 중간에 라구나와 크루즈항을 들렀다 갈 수 있으니 더 좋고." 

그렇게 우리는 세 군데의 목적지를 정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라구나 (La laguna) 

이곳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뭔가 다채로운 건물색이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돌아다니다가 저 날 어깨를 홀라당 태웠다.


예쁘고 이국적인 건물들이 굉장히 많았다. 
      

길가 빵집에 진열된 빵을 발견했을 땐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빵은 프랑스만 못해... 절대 못해... 저런 거 돈 주고 사 먹는 거 아니다." 

역시 프랑스인들의 빵부심은 와인부심에 못지않다.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많아서 시어머니와 나는 옷가게에도 몇 군데 들렀다. 탈의실에서 직접 몇 벌을 입어보기도 했지만 막상 사고 싶은 물건은 찾지 못했다. 

우리 고부가 쇼핑에 몰두해 있을 때 아버님께서는 근처 테라스 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계셨다. 역시 쇼핑은 재미가 없으신 것이다. 

스페인에서 아마 가장 많이 먹은 메뉴가 아닐까. 빵, 토마토, 올리브유, 하몬의 조합- 빤꼰토마떼. 배는 안 고팠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잠시 후 시어머니께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하셨다. 레스토랑직원들도 함께 구석구석 화장실까지 뒤져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머님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누군가가 응답을 했다! 알고 보니 조금 전 우리가 들렀던 옷가게의 사장님이셨다. 어머님께서 탈의실에 놓고 오신 걸 천만다행으로 그분이 챙겨두셨던 것이다. 


휴대폰을 찾았다고 하니 레스토랑 직원들도 바쁜 와중에 함께 기뻐해주었다. 어머님 말씀대로 스페인 사람들은 꾸미지 않은 인정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머님께서 스페인어를 하시기 때문에 잘 풀리는 것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쩐지 행운의 여신이 어머님을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이.

La laguna를 뒤고 하고 다음 행선지로 다시 출발합시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시어머니의 농담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