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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화장실에서 마주친 의리 있는 여인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

by 혜연

La laguna를 뒤로하고 우리가 찾은 곳은 Puerto de la cruz (푸에르토 데 라 크루스)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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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면에 우뚝 솟은 산과 구름 그리고 해안을 따라 늘어선 알록달록한 집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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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워 보이지만 사실 기온 자체는 22도밖에 안 됐다. 하지만 해가 눈부시도록 짱짱했다.


시부모님께서는 어느새 가까운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계셨다. 거의 테라스가 보일 때마다 쉬었다 가는 느낌적인 느낌. 나야 뭐 이런 느긋한 페이스 너무 좋다!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너무나 편한 것이었다. 운전도 해주시고, 내가 구경할 건 다 구경하도록 기다려주시고, 자주 쉬어가는 데다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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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안경색이 자꾸 바뀌길래 햇볕 때문에 저절로 변하는 건가 싶어서 빤히 바라봤더니 아버님께서 자석 부착식이라며 앞주머니에 있던 선글라스를 꺼내보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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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기해요! 어쩐지... 라구나에서 분명 검은 선글라스였는데 어느새 노란색으로 바뀌어있길래 신기하다 했는데 그냥 딸깍딸깍 붙이기만 하는 자석 안경알들이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은 정말 깨끗한데 문이 엄청 무거워서 두 손으로 밀고 닫아야 한다."


먼저 다녀오신 어머님의 조언을 새겨들은 나는 화장실을 찾아 레스토랑 실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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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화장실문 앞에 예쁜 원피스를 입은 한 아리따운 스페인 아가씨가 문을 못 닫아서 낑낑거리며 매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님 말씀이 생각나서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한 후 함께 힘을 합쳐서 문을 닫아주었다. 아! 이 뿌듯함이란! 그녀도 웃고 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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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었던 것은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는 안 가고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제가 도울게요." 라며 의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한 번 더 합동작업을 성공한 후 나는 그녀에게 큰 소리로 "그라시아스!"하고 기분 좋게 외쳤다. 뻑뻑한 문 덕분에 낯선 스페인 아가씨와 잠깐의 동지애를 나눈 순간이었다.


img.jpg 물가가 프랑스에 비해서 정말 저렴하다. 생수, 소다수, 에스프레소 모두 가격이 비슷한데 총 3.70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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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가라치코로 달려갑니다! 저 너무 쒼나요 엄니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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