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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un 27. 2023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더 아름답다.

"테이블 위에 하늘이 들어있어요!"

가라치코에서 한 시간 차를 달려서 호텔로 돌아온 직후. 우리는 호텔바에서 맥주도 마시고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저녁 7시가 넘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한낮처럼 쨍쨍하다.


"여기 좀 보세요! 테이블 위에 하늘이 있어요!"

내 말에 시부모님 두 분도 테이블을 보시며 "정말 그렇구나!", "예쁘다."라고 하시며 웃어주셨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더 아름답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을 품은 테이블 위에서 맥주잔 세 개가 시원하게 부딪혔다.

곧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내가 주문한 치킨윙을 내 앞에 내려놓으며 나를 세뇨라라고 부르는 직원. 그가 떠난 후 내가 말했다. 

"저는 세뇨리따 아니에요?" 

내 말에 시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대답해 주셨다.

"넌 결혼했으니까." 

"하지만 저분은 모르시잖아요. 나이가 많아도 결혼 안 했으면 세뇨리따... 맞나요?"

"음.. 그냥 다들 세뇨라라고 불러. 남자는 세뇨르."      


나는 태국식 치킨윙을 시켰는데 다른 메뉴에 비해 6유로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는데 양이 생각보다 푸짐했다.


아버님은 조식으로도 많이 드시고 낮에도 다 같이 먹었던 빤콘토마테를 또 주문하셨다. 

어머님은 감자와 양파가 들어간 스페인식 오믈렛을 주문하셨는데 아보카도 소스가 함께 나왔다. 이름이 뭐냐고 여쭈니 어머님께서 갑자기 힘차게 "토르티야 빠따따스!"라고 외치셔서 나도 따라서 외쳐보았다. 오믈렛을 스페인에서는 토르티야라고 부른다고 한다. 빠따따스는 감자라는 뜻. 

또르띠-아 빠따-따스! 강세를 잘 줘야 한다고 하셔서 어머님을 따라 두어 번 반복해서 외쳤다. 스페인어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 있는 건가? 

그리고 어머님께서 다 같이 나눠먹자고 하시며 크로켓도 한 접시 주문하셨다.

크로켓에는 감자가 당연히 들어갔을 거라 생각했지만 감자는 없고 치즈, 햄, 야채 등이 들어가 있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그나저나 나는 왜 스페인에서 자꾸 프랑스어가 나오는 걸까. 영어가 먼저 나와야 되는데 이제는 프랑스어가 더 익숙해진 건가. 

"저는 올라, 그라시아스...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가도 막상 누군가를 마주치면 봉쥬가 자동으로 나와요."

시어머니께서 흡족하신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어릴 적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동네 꼬맹이들이랑 어울리면서 스페인어를 그런 식으로 습득했단다. 너도 점점 프랑스어에 익숙해지는 거지. 문제는 우리 이모가 종종 내가 프랑스인이라는 걸 깜빡하셨는지 스페인어를 엄청 빠르게 말씀하실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정신이 없었어." 

"그럼 제 심정을 아시겠네요! 어머님도 저한테 그러시잖아요.

"응, 나도 방금 말하다 보니 네 생각이 나더라고. 호호호 그럴 때 난감한 거 나도 잘 알지."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저녁공기,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 힐링여행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보다. 남편 생각도 조금 나기는 했지만... 있었다면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솔직히 그이가 여기 있었다면 지금쯤 피곤하다고 투덜거리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죠?" 

내 말에 두 분은 웃으시며 맞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아버님은 그윽하게 바라보시며 한마디 덧붙이셨다. 

"우리 미슈(아버님 애칭)는 내가 하자고 하면 불평도 안 하고 다 해주는데.

"모든 프랑스인들이 제 남편처럼 투덜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아... 부러워요. 아버님 최고세요." 

"호호 어쩌냐, 우리 미슈는 나이가 많아서 너랑 결혼 못 해."

우리 아버님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어머님의 멘트에 맥주를 뿜으실 뻔하셨다. 

“아... 저런... 안타깝네요.” 

내 영혼 없는 멘트에 우리는 다시 한번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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