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Dec 18. 2023

너무나 사랑스러운 꼬마 이웃

시댁에 갔더니 오늘도 모웬은 엉덩이를 먼저 들이밀며 나를 반겨주었다. 일단 두드리라는 뜻이다. 


"걔가 너 일주일 못 봤다고 왜 이제야 왔냐고 하잖니." 


어머님의 말씀에 나는 일주일치 궁디팡팡을 실컷 두들겨주었다. 


아... 사랑스러운 녀석. 나도 너 얼마나 사랑하는데... 


"너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살래?" 


내가 모웬에게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다. 

 개냥이답게 내 옆에 딱 붙어있는 모웬. 정말 이런 고양이가 또 있을까!


나와 모웬의 애틋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던 어머님께서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씀하셨다. 


"어제 어떤 여자애 하나가 엄마랑 우리 집 앞을 지나가면서 이렇게 소리치는 거 있지, '엄마! 여기 키키네 집이에요!!'라고 말이야."


키키는 모웬의 별명인데 작년 모웬이 실종되었을 때 모웬을 찾는 전단지에는 모웬이라는 이름대신 키키가 적혀있었다. 그 소녀는 아마 모웬이 실종되었던 기간에 우리 시댁 앞을 지날 때마다 대문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며 키키가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주었던 모양이다.


"엄마, 여기 키키네 집이에요! (maman, c'est la maison de Kiki!)라고 소리치는 귀여운 목소리가 들리길래 내다봤더니 한 다섯 살쯤 된 귀여운 여자아이가 엄마랑 남동생의 손을 잡고 우리 집 앞을 지나가고 있더라고." 


"전단지를 뗀 지 일 년이나 지났는데 그 어린 꼬마가 여전히 그걸 기억하고 있었군요! 세상에나..." 


"내 말이...! 우리 집 앞을 지날 때마다 키키 생각을 했던가봐. 그래서 내가 그 소녀에게 말했지. 그래 맞다, 여기 키키네 집이란다. 들어와서 키키 보고갈래? 그랬더니 그 꼬맹이가 '정말요!!??' 라며 너무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안에 들어와서 키키를 만나고 갔어요?"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큰소리로 웃으셨다.


"그 아이가 자기보다 더 어린 남동생의 손을 잡고 여기까지 들어왔었단다. 동생은 아장아장 누나 손을 잡고 요렇게 걸어 들어왔어. 아이들 엄마는 혼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녀도 웃더라고."


어머님은 아기 걸음을 흉내 내시며 계속해서 웃으셨다. 


그 아이들은 모웬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만져보기도 한 후 다시 엄마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모웬도 좋아하던가요?" 


"모웬? 쟤는 자기만 예뻐해 주면 그게 누가 되었든 상관 안 하잖니. 그냥 엉덩이 내밀고 서 있었지 뭐 평소처럼."


아 모웬... 뭐 이런 개냥이가 다 있담!?

넉 달 동안 실종되었다가 기적처럼 돌아온 너는 유명인사가 되었구나!

우리가 자기 얘기를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웬은 골골 소리를 내며 내 손길에 흠뻑 취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한다. 그때 시부모님의 표정을 생각하면... 

돌아와 주어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웬을 찾은 후 우리는 기분 좋게 동네 곳곳에 붙였던 전단지들을 수거했지만 그 후 그 자리에는 또 다른 고양이들의 실종 전단지들로 쉴 새 없이 채워지고 있다. 그 고양이들도 우리 모웬만큼 행운이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 



어머님께 이야기만 들었지만 어린 남매의 모습이 상상돼서 너무나 흐뭇해졌다. 아버님도 옆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시며 웃고 계셨다. 


"아이들도 사랑스럽지만 선뜻 집안으로 초대하신 어머님도 너무 다정하셔요." 


"초대하는 거야 뭐가 어렵겠니. 아이들 엄마도 나처럼 계속 웃더라고. 덕분에 우리가 더 즐거웠지 뭐." 


따뜻한 마음들이 하나가 되어 기도한 덕분에 모웬이 돌아올 수 있었던 거겠지.

함께 기도해 주셨던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시어머니와 베프로 지냅니다] 출간안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