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버거씨를 따라 룩셈부르크 어느 포도밭 사이에 있는 멋진 뷰를 자랑하는 야외 바에 다녀왔다.
너무 늦게 온 바람에 식사는 못하고 대신 화이트 와인만 한 잔씩 마셨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과 알자스 와인의 향기에 취하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창밖으로 아름다운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와인 한 잔의 영향이 컸던 걸까.
갑자기 가슴이 벅차왔다.
때마침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음악도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다.
"완벽한 순간이야."
이렇게 말하고는 운전하고 있는 버거씨를 돌아보았는데 버거씨 얼굴에도 노을빛이 붉게 내려앉아 있었다.
"응.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안 그래도 버거씨는 혼자서 실없이 웃고 있던 중이었다.
"아름다운 이 노을, 이유 없이 웃고 있는 남자 친구, 멋진 이 음악까지.... 아! 그리고 피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정말 완벽해."
버거씨는 차에서 랜덤으로 흘러나오던 음악의 제목을 확인하더니 바로 저장을 했다.
"이젠 이 음악을 들으면 이 순간이 떠오르겠지."
버거씨가 나처럼 F라서 참 좋다. (나는 INFJ이고 버거씨는 ENFJ이다. 내향인과 외향인의 만남)
"나 블로그 쉬었다가 6개월 만에 다시 돌아갔을 때 누군가 댓글에 이렇게 썼더라. [살아있으니 되었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그거면 되었어요.]"
내 말에 버거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그 댓글이 떠올랐어. 그땐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저녁노을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네. 살아있길 잘한 것 같아. 지금은 어떤 일이 생겨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만 같아."
버거씨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꼭 잡았다.
둘 다 참 감성적이라 노을을 보면서 이런 느끼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구나.
"오늘 하루도 너무 즐거웠어. 멋진 하루를 선물해 줘서 오늘도 고마워."
"내가 더 고맙지. 앞으로 보여줄 게 훨씬 더 많다는 걸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