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햇빛이고 별빛이다.

by 혜연

2024년 10월


버거씨를 만나러 티옹빌로 가기로 한 토요일 오후였다. 버거씨 어머니의 생신이라 어머니뿐만 아니라 누나네 부부도 와있다고 했다. 별생각 없이 편한 복장으로 기차역으로 향했다가 레스토랑 예약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읽고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서 구두랑 드레스를 챙겨서 달려 나왔는데 다행히 기차를 놓치지는 않았다.


버거씨는 이날 처음으로 기차역에 배웅 나오는데 지각을 했다.


"미안해. 매형이랑 루미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


"당신이 이겼으면 괜찮아. 이긴 거 맞지?"


"......"


버거씨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졌구나.



버거씨네 집에 도착해서 식구들이랑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옷을 갈아입고 다 같이 레스토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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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버거씨를 따라와 본 적이 있는 골프클럽 레스토랑이다. 테라스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골프클럽 전경이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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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누나는 버거씨를 따라서 피노그리 화이트 와인을 시켰고 매형은 맥주를, 그리고 어머님은 로렌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와인을 주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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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내 이름의 정확한 발음을 거듭 확인하셨다.


"혜연이에요. 어렵지요?"


사실 프랑스어에서는 H가 묵음인 데다 받침도 발음이 어려워서 대부분 내 지인들은 대부분 나를 '예용'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예용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내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시면서 동시에 기가 막힌 해답을 주셨다.


"아하! 혜연! 햇빛의 혜연이구나!"


그 말에 버거씨가 무릎을 탁 치면서 "맞네! 너는 빛나는 혜연이다!"라고 말했다.


으음?

!!!


프랑스어 동사 rayonne 헤욘 (동사원형: rayonner 헤요네)은 '빛나다'라는 뜻이다. (프랑스에서는 H가 묵음이지만 R은 또 ㅎ에 가깝게 발음을 한다.)


"와 진짜 감사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제 이름이 어려워서 외우 지를 못하거든요. 발음도 어렵고요. 이제부터 누가 이름을 물으면 빛나는 혜연이라고 말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겠네요."


나 빨리 누구한테 내 이름을 말해주고 싶다. 시장 사람들도 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앞으로는 좀 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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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는 이제 해도 떨어지고 기온도 떨어졌다. 우리는 식사를 위해 실내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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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문한 엉트레가 나왔다. 어머님은 넓적한 면을 주문하셨고 누나네 부부는 트러플버섯이 얹어진 수프를 시켰다. 나랑 버거씨는 소고기 트러플 파스타를 하나 시켰는데 직원이 두 접시에 나눠서 갖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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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배가 부른 것 같은데...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메인 음식이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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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버거씨는 문어 요리를 시켰다. 보기엔 안 많은 거 같은데 은근히 먹다 보니 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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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는 야채가 듬뿍 있었고 문어 구이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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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리소토를 시키셨는데 초록초록한 색이 너무 예쁘다.


어머니는 기분이 매우 좋으셨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일부는 수위가 좀 아슬아슬했다고 한다. 버거씨가 자꾸 나더러 "너 알아들었는데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거지?"라고 물었는데 정말로 나는 하나도 못 알아 들었음. 그래서 어머님이 뭐라고 하신 건데...? (버거씨는 안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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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불러도 디저트는 챙겨 먹었다. 일전에 여기서 먹은 티라미수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시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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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드셨는데 정말 맛있다고 하셨다.


잠시 후 셰프가 나와서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했는데 어머님께서 큰 소리로 셰프에게 정말 완벽한 저녁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하셨고 셰프가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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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은 우리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들어가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사진상으로는 잘 안 나왔지만) 별들이 총총 박혀있었다.


"버거씨~ 제일 빛나는 별은 어디에 있지?"


"요기에 있지."


우헤헤 나는 햇빛이고 별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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