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되지

by 혜연

2024년 12월


룩셈부르크에서 파티를 한 다음날 아침.
부지런한 버거씨는 오늘도 나보다 한참 일찍 일어나 팬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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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색깔이 좀 다르지? 건강에 좋다고 해서 아사이베리 가루를 넣어봤어. 바나나, 계란, 옥수수가루도 들어갔지. 분명 맛있을 거야!"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는 버거씨는 거실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캐럴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날 다양한 버전의 캐럴을 온종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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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푸짐한 아침상.

팬케이크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서로 다른 잼을 얹어보았다. 그다음에는 블루베리랑 생크림버터도 얹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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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잼과 과일 토핑으로 즐기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 내가 팬케이크를 몇 개나 먹었는지!

"아침 먹고 나서 우리 같이 트리 장식하는 거 어때?"

트리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만 장식하는 건 줄 알았다. 다 커서도 트리를 하는구나. 아참, 여기는 유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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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후 버거씨는 차고에서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들을 내왔고 우리는 같이 트리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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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가 좀 촌스럽지? 애들 어릴 때부터 쓰던 거거든."

상자 속에는 망가진 장식들도 제법 있었다. 촌스럽건 어떻건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 해마다 버거씨는 아이들이랑 이 트리를 장식했겠구나. 아이들이 커서 아빠랑 안 놀아주게 된 이후부턴 좀 외로웠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여자친구랑 같이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나 트리 처음 장식해 봐."

내 말에 버거씨는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그게 진짜냐고 거듭 묻는 버거씨.
시골에다 불교라서 산타가 안 온다고 우리 아빠가 항상 말씀하셨다고 몇 번을 말하니...ㅋㅋ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iV3%2F%2B%2F2tkwRTMiQ2oG0kkiYLXFM%3D 트리 아래에는 버거씨가 준비한 선물들도 갖다 놨다. 하나는 내 거란다.


"미안하게도 우리 집은 식구가 많지도 않고 자주 모이지도 않아... 우리 엄마라도 꼭 오시라고 당부했는데 이브날은 안되고 크리스마스 당일만 오시겠대. 누나네는 크리스마스 때는 못 오고 새해에만 올 수 있고... 그래서 올해는 아들들이랑 너랑 나뿐이야... 실망했다면 정말 미안해. 네가 원하면 엄마한테 이브날 꼭 오시라고 다시 말씀드려 볼까?"

매년 시댁에서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말한 것을 버거씨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다. 에고고... 왜 당신이 미안한 표정을 짓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가 없었으면 남자 셋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거였어?"

"응. 그래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너만 있으면 돼. 올해 크리스마스는 이미 최고의 크리스마스야."

"그래, 우리 셋이서 재밌게 보내면 되지!"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두 분 다 연락이 뜸하시다는 말을 자주 듣기는 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프랑스 최대 명절인데... 버거씨가 외로웠겠다. 그래 올해는 서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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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봬도 내가 생애 처음으로 만들어본 트리다. 버거씨랑 같이.

그래 서로를 위해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도록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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