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노엘 대목을 맞은 낭시 시장은 요즘 매일같이 붐비고 있다.
휴가를 맞이한 사람들과 크리스마스마켓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연일 몰려드는 중이다. 이날은 특히 토요일이라 시장이 더 복잡했다. 그중에도 굴을 파는 생선가게가 가장 핫했고 치즈집, 초콜릿집도 끝없이 줄짓는 손님맞이로 정신이 없었다.
우리도 오픈 준비로 한창 바쁘던 아침, 시장에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했다. SK랑 나는 신이 나서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달려 나가 산타할아버지랑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손에 사탕 바구니를 들고 계셨는데 SK한테 사탕을 두 개 줬으니 꼭 하나를 받으라고 나한테 당부하셔서 우리는 깔깔 웃었다. SK는 사탕을 사이좋게 나눠먹는 착한 친구랍니다. 걱정 마셔요.
즐거운 노엘이다.
대목을 맞은 시장은 주말에도 오픈을 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나 역시 휴일이 없이 크리스마스까지 연속으로 근무를 하기로 했다. 화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연속 8일을 근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어차피(스펀지밥이라) 일하는 게 힘들지 않아서 상관이 없는데 여기서 피해자는 only 우리 버거씨다.
크리스마스까지 8일 연속으로 일하느라 이번 주말에는 못 만난다는 소식을 처음 전해주었을 때 버거씨는 급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며 결국 의젓하게(?) 받아들여줘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동생 M까지 지원을 나와서 지니랑 SK까지 네 명이서 같이 일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그러다 한참 손님이 밀려드는 바쁜 점심시간이었는데 동생들이 어느 손님을 유난히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단골 인가 싶어 닭강정을 튀기다 말고 고개를 돌려봤더니 우리 버거씨가 앞에 서서 웃고 있네?!
나는 한 3초간 두뇌가 정지됐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내가 뭘 까먹었나...?
버거씨가 "서프라이즈!"라고 외쳤을 때서야 깨달았다. 그냥 찾아온 거구나.
커다란 짐가방을 들어 보이며 버거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부터 일주일 휴가잖아. 너 없이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서 내가 왔어. 괜찮지?"
아... 감동이 몰려온다.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들이 너무 로맨틱하다고 한국어로 말했다. 우리 오빠 진짜 로맨틱하다.
원래 타려던 기차를 놓쳐서 한참 기다렸다가 다음 기차를 타고 오느라 늦었다는 버거씨. 닭강정에 유자차를 내주니 허겁지겁 먹었다. 사실 배가 엄청 고팠단다.
버거씨가 식사를 마쳤을 때 나는 짐가방을 갖다 놓을 수 있도록 아파트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 순간 아차! 아침에 집을 난장판으로 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늦잠을 잔 덕분에... 부엌에는 이틀 치 설거지가 쌓여있었고 욕조에는 머리카락... 여기저기 널린 옷... 정리가 안 돼서 널브러진 물건들... 어쩌나...
내가 이래서 서프라이즈를 안 좋아한다고...
그래도 이번 서프라이즈는 나쁘지 않았지.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내 실체(?)를 보여주는 수밖에...
끄응...
두 시간쯤 후인 오후 4시 퇴근 시간에 맞춰서 버거씨가 나를 마중 나왔다.
"오늘 저녁에 레스토랑을 예약했어. 낭시에서 후기가 제일 좋은 집 이래."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집에 가서 옷이나 먼저 갈아입자.
살짝 긴장하며 현관문을 열었는데... 집이 깨끗하다! 머리카락도 없다. 꽉 찬 쓰레기통도 비워져 있다. 심지어 설거지까지 싹 해놨네! 누가? 버거씨가!!
"지저분하게 해 놓고 나가서 살짝 부끄럽던 참이었는데 설거지랑 청소를 다 해놨네? 감동이다..."
"별로 지저분하지 않았어. 그리고 남도 아니고 나잖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내가 도와주는 건 당연하지."
진짜 우렁각시 나셨다 ㅠ.ㅠ
온 세상이 행복한 노엘이다.
아
우리 둘만 행복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