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저녁 예약을 한 레스토랑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꽤 있었는데 버거씨는 마침 가보고 싶은 커피숍이 있다고 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바로 이 클럽커피.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손님들이 붐빈 있어서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단다. 통창을 통해 보이는 아늑한 실내가 매력적이다.
곧 식사를 할 예정이긴 했지만 나는 퇴근 직후라 배가 살짝 고팠다.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디카페인 라테를 주문했고 거기다 레드벨벳 케이크 한 조각도 추가했다.
딱히 살펴보면 특별한 건 없는데 분위기가 꽤 아늑하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직원들이 하나같이 웃는 얼굴로 친절하다. 우리는 이 아늑한 곳에 마주 앉아서 두 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다. 수다쟁이 두 사람이 만나니 매번 수다가 폭발한다.
레스토랑 예약시간이 다 돼서 이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버거씨가 안 따라 나오네? 우리 빨리 가야 된다고...
뒤를 돌아보니 사장님이랑 또 서서 수다를 떨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버거씨는 친절한 곳을 나올 때는 고맙다는 피드백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사장님은 버거씨의 피드백에 꽤 감격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버거씨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나를 보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후다닥 달려왔다. 사장님께 내일도 오겠다고 인사를 하면서 말이다.
"미안해. 내가 또 말이 많아서..."
자기반성이 빠르다. 일단 갈 길이 바쁘니 우리 걸어가면서 얘기하자.
"아니야. 잘했어.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 팁만 주는 것도 좋지만 어떤 점이 좋았는지 상세히 피드백을 주는 건 정말 좋은 자세인 것 같아. 저렇게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사장님한테는 큰 힘이 되지."
"이해해 줘서 고마워. 나는 그들이 내 말을 듣고 기운 내서 더 즐겁게 일하면 좋겠어. 그들은 이미 정말 잘하고 있다고, 또 어떤 점이 다른 곳과 비교해서 훌륭한 지 말해주고 싶었어."
"얼마 전 당신이 맥도널드 어린 직원한테 피드백을 주었을 때가 생각나. 그 직원은 진심으로 감동한 표정이었어. 그날 나 당신이 자랑스럽더라."
어느 일요일, 문을 연 가게가 마땅히 없어서 버거씨랑 맥도널드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키오스크에서 음료를 잘못 주문했는데 버거씨가 직원에게 디카페인 라테로 바꿔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그때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여직원이 어찌나 세심하고 친절하게 챙겨주는지 버거씨는 너무 감동을 했다. 그 직원에게 작은 팁을 챙겨준 버거씨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 어린 직원을 칭찬했다. 잠시 후 우리가 맥도널드를 떠날 때 버거씨는 두리번거리며 그 직원을 다시 찾았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 더 했다.
당신의 친절함 덕분에 우리는 오늘 하루 종일 즐거울 것 같아요. 이 작은 배려에도 나는 당신이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훌륭하게 잘 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버거씨의 진심 어린 칭찬을 들은 그 소녀는 완전히 감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이 말을 오랫동안 잊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칭찬은 어쩌면 장차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소녀가 최선을 다해 웃으며 일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제는 친절한 서비스를 받거나 고마운 일이 있을 땐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심 어린 인사를 잊지 말아야겠어."
그나저나 낭시에 살지도 않는 버거씨가 어느새 낭시에서 인싸가 되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