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서프라이즈라며 통보도 없이 토요일 찾아온 버거씨는 월요일 아침까지 낭시에서 지낼 거라고 했다. 나는 계속 출근할 건데 혼자 심심해서 어쩔 거냐니까 신경 쓰지 말란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버거씨는 닭강정을 먹으러 가게로 찾아왔다. 맨날 먹어도 안 질릴 거란다.
요즘 노엘 대목이라 M이 지원을 나와서 며칠간 네 명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시끌한 시장 분위기에 더해서 일하는 게 더 재미있어졌다. 이날에는 또한 M의 남자친구와 그의 부모님이 낮에 점심을 먹으러 가게에 찾아왔는데 자연스럽게 버거씨도 거기에 합석을 하게 된 사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버거씨 혼자 수다를 떨어서 그 집 식구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던 나는 틈틈이 그들의 테이블로 찾아가서 감시를 했다.
"우리 버거씨 혼자 말이 너무 많지는 않나요? 제가 미리 사과드립니다."
내 말에 그들은 웃으며 전혀 아니라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아닌 게 아니라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알고 보니 M의 남자 친구와 그의 어머니는 버거씨와 같은 고향 출신이었고 또한 한국인 여자 친구를 뒀다는 공통점 덕분에 그들 사이에 공통 관심사가 넘치는 듯했다.
아무튼 나로서는 M의 가족들과 버거씨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 그 커플은 룩셈부르크 취업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 말을 들은 버거씨는 자기 집으로 커플을 초대하기도 했다. 룩셈부르크를 함께 둘러보자면서 말이다. 친절한 버거씨 칭찬해~ 내가 다 감동이다.
버거씨는 떠나기 전에 우리를 위해 시장에서 파는 수제 쿠키를 사다 주었다. 노란색 쿠키는 당근, 코코넛, 피칸이 들어간 거였고 진한 색 쿠키는 초콜릿, 바나나, 오트밀이 들어간 거였다.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하고 풍미가 넘쳤다.
퇴근하고 만나자며 버거씨는 혼자 떠났다.
한 시간쯤 후였던가. 화장실에 다녀온 M이 말했다.
"언니네 오빠 아직도 안 가고 쿠키집 사장님이랑 서서 대화하고 있던데요?"
아이고...
그 말을 들은 우리는 모두 다 빵 터졌다. 어딜 가나 인싸놀이를 하고 있네...
몇 시간 후 퇴근 했을 때 클럽커피에서 만난 버거씨에게 내가 말했다.
"나 방금 들어올 때 커피숍 사장님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 줄 알아? Ça va?라고 하더라. 그리고 당신이 위층에 있으니 올라가 보래. 당신 때문에 벌써 나까지 기억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 당신이 가게를 떠난 한참 후에 M이 말하길, 당신이 시장에서 아직 쿠키 사장님이랑 수다 떨고 있는 걸 봤다고 하더라ㅋㅋ 우리 다 웃었잖아."
내 말을 들은 버거씨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나 쿠키 더 사러 간 거였는데 사장님이 쿠키도 하나 공짜로 얹어주셨어."
말을 하면서 버거씨는 공짜로 받았다는 녹차 쿠키를 꺼내 한 조각 내 입에 넣어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심지어 사장님이 자기 전화번호도 줬어ㅋㅋㅋㅋㅋ"
아이고야... 대체 어떻게 하면 쿠키도 얻고 전화번호까지 받는 건데ㅋㅋㅋ
내가 웃겨서 쓰러졌더니 버거씨가 큰소리로 따라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사장님은 원래 IT엔지니어였대. 근데 스트레스가 심하기도 하고 디저트 만드는 게 너무 좋아서 일을 관두고 아예 업종을 바꿔버린 거야."
자기도 말하면서 웃긴가 보다. 근데 대체 어떻게 하면 처음 만난 사이에 그런 개인사까지 다 말해주는 거냐.
"나도 작은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자세히 이야기를 들려주더라고. 나더러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자기한테 연락 달라고 하더라. 그 사람 와이프도 엄청 친절했어. 나더러 성격이 좋다면서 이런 성격은 장사하면 분명 성공할 거래ㅋㅋㅋ"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버거씨는 그 쿠키집 사장님 부부랑 벌써 친구를 먹은 게 분명하다.
커피클럽 사장님이랑도 친구 먹고 M남자 친구 가족들이랑도 벌써 친구 먹은 버거씨. 이쯤 되면 조만간 낭시에 아는 사람이 나보다 더 많아질 것 같다.
나 출근하는 동안 혼자서 심심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내가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친구를 만들어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