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버거씨.

by 혜연

2025년 1월


버거씨는 아픈 나를 혼자 두고 싶지 않다며 꼭 낭시에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여러 번 설득한 끝에 버거씨를 단념시킬 수가 있었다. 아플 때는 혼자 그냥 온종이 푹 자는 게 최고인데 옆에 버거씨가 있으면 신경 쓰여서 내가 그럴 수가 있겠냐 말이다.


"아... 너 아픈데 혼자 두기 정말 싫은데... 나 없어도 잘 챙겨 먹고 생강차도 끓여 먹는다고 약속해 줘."

당연하지... 내가 또 내 한 몸은 얼마나 잘 챙긴다고...

안 그래도 나는 벌써 생강이랑 레몬을 사다가 꿀에다 재워놓고 차로 마시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도 잔뜩 끓여놨고...

주말에 계획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거씨는 꽤 실망한 듯했다. 대신 내가 메츠에 있는 이케아에 주문해 둔 책상은 오늘 나 대신 찾아왔다며 전화가 왔다.


"메츠에서 티옹빌로 돌아오는 길에 가파른 구간이 있다? 내가 오래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작은 사고가 났던 장소라서 거길 지날 때마다 옛날 기억이 나거든. 그런데 오늘 보니까 그 길에 한 젊은 남자가 주저앉아있더라? 유심히 보니까 근처 풀밭에 망가진 자전거 한 대가 누워 있었어. 그 남자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이길래 내가 차를 멈추고 물었지. '괜찮으세요?' 하니까 '안 괜찮다'라고 대답하더라. 오르막을 오르는데 자전거가 부러졌대. 말 그대로 부러진 거야. 꽤 건장한 청년이었는데 자전거보다 다리 힘이 더 좋았나 봐. 내가 도와줄 게 있냐고 물었더니 근처에 삼촌집이 있다고 하더라. 어차피 방향도 같으니까 내가 태워주겠다고 했지. 거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곳이거든."

"오, 잘했어. 진짜 자랑스럽다 우리 쁘띠비니. 보통 그런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해도 그냥 지나치기가 쉽잖아."

"응. 큰 일은 아니었지만 나도 기분이 좋았어."

"그 청년의 가족들은 당신이 얼마나 고마울까. 언젠가 당신 아들이 낯선 곳에서 낭패를 겪는 날이 오더라도 당신처럼 친절한 사람이 나타나서 도움을 주게 될 거야. 정말 잘했어."

"아참, 나도 그 근방에서 사고가 났었다고 했잖아? 그때도 어떤 친절한 사람이 나타나서 나를 도와줬거든. 항상 잊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도 누군가를 도와주게 되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살 만한 거야. 칭찬해."

칭찬을 아무리 해줘도 부족하다. 다음 주에 만나면 또 칭찬해 줘야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나는 믿는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나도 용기 내 손을 내밀어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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