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레스토랑에서 웃음이 터진 이유

by 혜연

2025년 2월 스트라스부르 여행 첫날 저녁


버거씨는 아직 점심때 먹은 돼지가 소화가 덜 됐다며 저녁을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저녁 식사를 예약해 둔 상태였으므로 가야 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도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더포크앱에서 50유로에 해당하는 포인트로 이미 결제를 했다.

우리 다 못 먹으면 포장해 달라고 하자.


그렇게 우리는 꾸역꾸역 일어나서 옷을 단단히 동여매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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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기는 해도 역시 스트라스부르는 아름답다. 밤에도 낮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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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약한 곳은 강변에 위치한 홍콩 레스토랑이었는데 7시에 들어간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중국식 억양이 섞인 사장님께서 우리를 큰소리로 맞아주셨다.

이 사장님... 말투가 좀 퉁명스럽기도 하고 엄청 빠른데 왠지 자꾸만 친근하게 느껴졌다. 누구 목소리랑 닮았는데 누구였더라...

꽤 오래 고민한 끝에 떠올려낼 수가 있었다.


바로 이 캐릭터랑 목소리가 너무 비슷하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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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후판다의 거위 아빠 핑. 국숫집 사장님 말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라서ㅋ)


우리더러 빨리 주문하라고 곧 손님들 몰려든다고 사장님이 몇 번이나 보채셨는데 우리는 세월아 네월아 메뉴를 한참이나 노려봤다. 아직 배가 안 꺼져서 대체 뭘 먹어야 할지 고민고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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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무알콜 칵테일이었고 버거씨는 맥주였다.


식사 메뉴를 고르다 말고 버거씨가 갑자기 혼자 웃기 시작했다.


"디저트메뉴에 까까베흐(Cacavert)라는 게 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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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까까는 응가라는 뜻이다. 거기에 베흐는 초록색이므로.. 까까베흐는 초록응가라는 의미. 나이 50이 넘어도 떵이라는 말에는 웃음이 절로 터지나 보다.


우리가 모르는 식재료인가 싶어 구글에서 열심히 검색을 했는데 진짜 못볼꼴만 나왔다. 식사 주문을 하다가 결국 버거씨가 사장님께 진지하게 물었다.


"여기 디저트 중에 까까베흐라는 게 있는데 이건 뭔가요?"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던 프랑스인 여성이 그걸 듣고 풉-하고 웃었다. 그런데 사장님은 버거씨를 이상한 눈으로 잠시 바라보시더니 아무 대답 없이 휙 돌아서 가버리셨다. 기분이 상하신 것 같았다. 바쁜데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하고 말이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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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장님이 들으실까 봐 끅끅거리며 소리 죽여 웃었다.

버거씨는 해맑은 표정으로 이따 사장님이 덜 바쁘실 때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진짜로 궁금하단다. 그 말에 나는 더 많이 웃었다.


잠시 후 핑 닮은 사장님이 퉁명스럽게 엉트레를 갖다주셨다.

표고버섯볶음이랑 타코야키였는데 둘 다 엄청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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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키를 먹을 때마다 뜨거워서 버거씨가 입을 데길래 나는 젓가락으로 반쪽씩 모두 잘라주었다.

우리가 맛있단 소리를 너무 크게 말했던지 옆 테이블 여성이 우리한테 지금 먹는 게 뭐냐고 물어왔다. 버거씨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이거 정말 맛있어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하면서. 결국 그 언니도 우리랑 똑같은 엉트레 두 가지를 주문했다.


잠시 후 메인 요리가 나왔다.

버거씨는 새우 아보카도 샐러드를 주문했고 나는 새우 팟타이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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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는 배가 부르다더니 샐러드가 정말 맛있다면서 겁나 빨리 퍼먹었다. 샐러드 안에는 김치가 들어있었다. 그것도 꽤 많이 들어있네? 버거씨는 김치가 들어있어서 더 맛있다고 말했다.

팟타이도 맛있었다. 다만 배가 너무 불러서 조금 남겼는데 샐러드를 남김없이 다 긁어먹은 버거씨가 남은 파타이까지 다 긁어드심. 배부르다더니 결국 우리는 야채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접시들을 말끔히 비웠다.


잠시 후 사장님께서 우리 테이블로 오셔서 "식사는 괜찮으셨나요?" 하고 물어오셨다. 우리는 진짜로 맛있었다고 대답했다. 집요한 버거씨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정중한 말투로 사장님께 다시 질문을 드렸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이번에는 화 안 내셨으면 좋겠네.


"여기 디저트 메뉴에 까까베흐라고 있는데 이게 뭔지 진짜로 궁금합니다."


사장님께서는 또 한 번 실망하신 표정으로 몸을 돌려 떠나시면서 빠르게 대답하셨다.


"거야 당연히 땅콩이지요!"


사장님은 이미 떠나셨다. 그 뒷모습에서 사장님의 짜증이 생생히 느껴졌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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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은 프랑스어로 까까웻 (cacahuète)인데 사장님은 초록떵이라고 잘못 표기하신 거였다. 실수로 잘못 쓰신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알고 계신 듯했다. 왜냐면 땅콩을 발음하실 때 까까베흐가 아니라 까까벳? 하고 어색하게 발음하셨음.


처음 질문했을 때 사장님이 왜 버거씨 질문을 무시했는지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왜 뻔한 걸 묻는지 이해를 못 하신 것이다. 점잖게 생긴 은발의 신사가 왜 땅콩을 초록똥으로 발음하는지 실없다고 생각하셨던 것도 같다ㅋㅋㅋㅋ 버거씨랑 나랑 여러 가지 추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큰소리로 웃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아이고 배야...


식사가 끝난 후 계산할 때 보니 우리가 먹은 게 딱 50.10유로였다. 일부러 계산해서 맞추려 해도 이 정도까지 맞추려면 어렵겠네. 우리는 또 이 사소한 우연에 크게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핑 사장님께서 10성 팀을 깎아주셨다. 어차피 팁으로 그 이상을 드리긴 했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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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을 나온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참았던 웃음을 빵 터트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다투어 사장님 말투를 흉내 내면서 길에서 자지러졌다.


"나 회사동료들한테 꼭 들려줘야겠어!"


그래. 나이 50이면 한참 똥얘기에 까르르 웃을 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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