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8시에 우리는 스트라스부르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아침 기차를 탔더니 어린 시절 부모님과 외갓집에 가던 기차여행만큼 설렜다.
낭시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는 한 시간 반정도 걸린다. 딱 좋다!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나는 집에서 싸들고 온 간식거리들을 테이블 위에다 늘어놓았다.
귤 바나나 견과류 그리고 버거씨가 준 초콜릿까지 순서대로 맛나게 클리어했다.
아침에 내가 급하게 먹거리들을 챙기고 있을 때 버거씨는 책 두 권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그냥 한 권만 넣으라던 내 조언을 듣길 잘했다는 버거씨는 그 책 한 권을 꺼내서는 독서를 하는 대신 휴대폰 거치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책을 안 읽어서 문제라더니 정작 본인도 똑같은 걸 배우셨구먼.
드디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내가 졸업 후에 맨 처음 근무했던 은행 보여줄게!"
해맑은 표정으로 내 손을 이끌고 가던 버거씨의 표정이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바로 저기에 있었는데..."
건물이 통째로 사라졌단다. 그냥 내가 상상해 볼게.
그 외에도 버거씨는 본인이 살던 아파트, 친구들이랑 자주 가던 아지트들을 구경시켜 주느라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나를 이끌고 다녔다.
버거씨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녔고 은행 근무 기간까지 총 10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 이후 스트라스부르에 다시 올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이 짧은 여행에 과하게 들뜬 듯하다.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불랑제리가 보였는데 잠깐만 구경하러 가도 되냐는 버거씨.
안될 거 있나~
미니 쿠글로프를 보자마자 오~ 나 이거 먹을래! 하며 신난 버거씨. 빵 냄새가 아침부터 정말 사람을 설레게 하는구나. 우리는 커피와 함께 각자 좋아하는 달달한 간식을 하나씩 골랐다.
내가 고른 건 빵오헤장이다. 뜨거운 라테랑 먹으면 끝내주거든!
복층 테이블에 앉아서 라테와 빵을 먹으면서 아래층으로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계획을 좋아하는 버거씨답게 내일까지의 일정이 머릿속에 다 잡혀 있었다. 맨 먼저 우리는 미술관을 구경했다. 그러고 나서 점심 식사를 위해 내가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내가 더포크앱에서 무려 50% 할인을 받아서 예약한 레스토랑은 바로 대성당 맞은편에 있었다.
오빠 오늘은 내가 쏠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손님이 빼곡했다. 예약 미리 했길 다행이지. 더포크 만세.
직원은 우리를 2층으로 데려갔고 마지막 남은 테이블은 이거뿐이라며 미안한 표정으로 데려간 곳은 창가석이었다.
와... 대성당 뷰 테이블. 오히려 더 좋아!
직원은 우리가 주문한 화이트와인을 가져다주며 손님이 너무 많아서 서빙이 늦어질 수 있다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신경 쓸 것 없다고 말한 후 우리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창밖에 볼거리가 워낙 많아서 온종일도 앉아있을 수 있었다.
웅장한 대성당의 위용도 볼만했지만 우리가 식사 내내 구경한 대상은 미키마우스 복장을 한 사람이었다. 복장이 너무 허름해서 우리는 중국산 미키마우스(테무에서 구입한 복잡일 거라 단정 지으며)라고 불렀는데 순진한 관광객들 옆에 가서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는 돈을 요구하며 다니고 있었다. 복장이라도 좀 갖췄다면 애교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복장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음.
생각보다 일찍 우리가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버섯 플람키쉬랑 돼지족발요리.
자 이제 식사를 해 볼까?
버섯 플람키쉬는 본고장에 와서 먹으니 당연히 더 맛있다.
그리고 바로 이 족발!
Jarret de porc braiséà la bière라는 이름이었는데 해석하면 맥주에 끓인 돼지 뒷다리라는 뜻이었다.
그냥 봐도 양이 2인분 이상이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살이 계속계속 나온다. 이건 성인 셋이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저 감자구이는 또 어찌나 고소하고 달콤한지!! 내가 감자를 자꾸 집어먹었더니 버거씨가 감자 말고 고기를 먹으란다. 그건 우리 친정엄마가 자주 하는 말인데.
돼지껍질은 우리가 아는 그 맛이 맞다. 쫄깃쫄깃- 살코기랑 같이 한 입에 넣고 감자구이도 한 조각 더해서 꼭꼭 씹어먹으니.. 맛의 조화 무엇...
진짜 배가 너무 불러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결국 우리는 다 해치웠다. 창밖의 웃긴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배꼽이 빠져라 웃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텅 비어있었다.
대성당 앞에는 짝퉁 미키마우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법으로 관광객의 푼돈을 노리는 전문업자(?)들이 다양했다. 예를 들면 장미를 들고 다니던 아랍인 아줌마는 관광객들에게 그 장미를 건넨 후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관광객들은 쉽게 속지 않았다.
후식은 못 먹을 것 같았지만 직원은 더포크앱으로 50% 할인을 받으려면 디저트를 추가해야 된다고 했다. 배는 불렀지만 할인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가장 양이 작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두 개 추가하고 식사비 50%를 할인받았다.
버거씨는 더는 못 먹겠다더니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을 떠먹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식간에 다 퍼먹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웃기는지 꺼이꺼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스크림이 뱃속의 족발을 소화시켜 준다.ㅋㅋ"
우리가 워낙 많이 웃어서 주변 손님들한테 민폐를 끼친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어느새 주변 손님들이 다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버거씨는 에스프레소까지 한 잔 마셨다.
더포크앱 덕분에 식사비 50% 할인을 받아서 알차게 잘 먹었다. 와인, 커피값 빼고는 다 반값이었음.
내가 오늘은 점심도 사고 저녁도 사줄게 버거씨.
식사 후 대성당 앞으로 나왔을 때 나는 대성당 사진을 찍었다. 워낙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이라 (1400년대 완공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한컷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얼굴을 하얗게 칠한 여인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자기 사진을 찍는 줄 알았던지 웃는 표정으로 나한테 손가락을 흔들기도 했다. 난 진짜로 저 언니는 못 보고 찍은 거였는데... 무서워서 버거씨 팔 잡고 얼른 도망갔다. 근데 저 언니 분장 콘셉트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웃음 코드에 입맛도 꽤 잘 맞으니 여행이 즐겁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