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바라보며 알자스 음식을 음미하다.

by 혜연

일요일 아침 8시에 우리는 스트라스부르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아침 기차를 탔더니 어린 시절 부모님과 외갓집에 가던 기차여행만큼 설렜다.

img.gif?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xYbDwzJfK%2FJpHIhZ0gxdjPPc4HQ%3D

낭시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는 한 시간 반정도 걸린다. 딱 좋다!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나는 집에서 싸들고 온 간식거리들을 테이블 위에다 늘어놓았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aUShx5hXAyoLqKY%2B82kXg7Gyg1I%3D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6j%2FvU%2B7WIVTyfJ4t%2BRisiQf826o%3D

귤 바나나 견과류 그리고 버거씨가 준 초콜릿까지 순서대로 맛나게 클리어했다.

아침에 내가 급하게 먹거리들을 챙기고 있을 때 버거씨는 책 두 권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그냥 한 권만 넣으라던 내 조언을 듣길 잘했다는 버거씨는 그 책 한 권을 꺼내서는 독서를 하는 대신 휴대폰 거치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F%2FehatoLwbY7aBUTISpiFn%2BVisc%3D

요즘 젊은 사람들이 책을 안 읽어서 문제라더니 정작 본인도 똑같은 걸 배우셨구먼.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pbTTAa51v%2BlWOCqCDnZ0se5pcd8%3D

드디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내가 졸업 후에 맨 처음 근무했던 은행 보여줄게!"

해맑은 표정으로 내 손을 이끌고 가던 버거씨의 표정이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njsGa1tBi9f1Wkwq2bOEqWLZIxE%3D


"바로 저기에 있었는데..."

건물이 통째로 사라졌단다. 그냥 내가 상상해 볼게.
그 외에도 버거씨는 본인이 살던 아파트, 친구들이랑 자주 가던 아지트들을 구경시켜 주느라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나를 이끌고 다녔다.
버거씨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녔고 은행 근무 기간까지 총 10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 이후 스트라스부르에 다시 올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이 짧은 여행에 과하게 들뜬 듯하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blWwuecW87hlPBOWlbscVhk1R0Y%3D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불랑제리가 보였는데 잠깐만 구경하러 가도 되냐는 버거씨.
안될 거 있나~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lm222U5K5A8gf7vMu5kX%2FjpfyeM%3D

미니 쿠글로프를 보자마자 오~ 나 이거 먹을래! 하며 신난 버거씨. 빵 냄새가 아침부터 정말 사람을 설레게 하는구나. 우리는 커피와 함께 각자 좋아하는 달달한 간식을 하나씩 골랐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szEJahAQlwjJfpBpd231UFz1G1A%3D

내가 고른 건 빵오헤장이다. 뜨거운 라테랑 먹으면 끝내주거든!
복층 테이블에 앉아서 라테와 빵을 먹으면서 아래층으로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계획을 좋아하는 버거씨답게 내일까지의 일정이 머릿속에 다 잡혀 있었다. 맨 먼저 우리는 미술관을 구경했다. 그러고 나서 점심 식사를 위해 내가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7LBJoVjQNaon4jypfwuRGO0MMM%3D

내가 더포크앱에서 무려 50% 할인을 받아서 예약한 레스토랑은 바로 대성당 맞은편에 있었다.
오빠 오늘은 내가 쏠게!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fjC8odPkBBFmFsdysy2pgdSe8aE%3D 옛날식 멋진 천장. SK가 봤다면 멋지다고 감탄했을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손님이 빼곡했다. 예약 미리 했길 다행이지. 더포크 만세.
직원은 우리를 2층으로 데려갔고 마지막 남은 테이블은 이거뿐이라며 미안한 표정으로 데려간 곳은 창가석이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2B7e%2Fe0ZXXIBA36JtWw4XjQU98Lc%3D

와... 대성당 뷰 테이블. 오히려 더 좋아!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GvSr%2FxBJ4eR82l4hYipJ1pABfrA%3D 다음에 다시 온다고 해도 나는 이 자리를 달라고 요청할 것 같다. 최고의 자리였다.


직원은 우리가 주문한 화이트와인을 가져다주며 손님이 너무 많아서 서빙이 늦어질 수 있다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신경 쓸 것 없다고 말한 후 우리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창밖에 볼거리가 워낙 많아서 온종일도 앉아있을 수 있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rQMCvsjlXlDaC%2BCgezoyp4UObKU%3D pinot gris(피노 그리) 화이트와인



웅장한 대성당의 위용도 볼만했지만 우리가 식사 내내 구경한 대상은 미키마우스 복장을 한 사람이었다. 복장이 너무 허름해서 우리는 중국산 미키마우스(테무에서 구입한 복잡일 거라 단정 지으며)라고 불렀는데 순진한 관광객들 옆에 가서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는 돈을 요구하며 다니고 있었다. 복장이라도 좀 갖췄다면 애교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복장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음.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b%2Bs9blF%2FRCHHPHx7Wc2CcGaHuDw%3D

생각보다 일찍 우리가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버섯 플람키쉬랑 돼지족발요리.
자 이제 식사를 해 볼까?

버섯 플람키쉬는 본고장에 와서 먹으니 당연히 더 맛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X8koh5md3ERlop6k039%2FmDT8uy4%3D

그리고 바로 이 족발!
Jarret de porc braiséà la bière라는 이름이었는데 해석하면 맥주에 끓인 돼지 뒷다리라는 뜻이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qKx2H6Q3eAcQns2AiT8IDtzV82s%3D

그냥 봐도 양이 2인분 이상이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살이 계속계속 나온다. 이건 성인 셋이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저 감자구이는 또 어찌나 고소하고 달콤한지!! 내가 감자를 자꾸 집어먹었더니 버거씨가 감자 말고 고기를 먹으란다. 그건 우리 친정엄마가 자주 하는 말인데.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dyH8Drr5eEFi63rrdTVY2FdZj%2BI%3D

돼지껍질은 우리가 아는 그 맛이 맞다. 쫄깃쫄깃- 살코기랑 같이 한 입에 넣고 감자구이도 한 조각 더해서 꼭꼭 씹어먹으니.. 맛의 조화 무엇...

진짜 배가 너무 불러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결국 우리는 다 해치웠다. 창밖의 웃긴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배꼽이 빠져라 웃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텅 비어있었다.

대성당 앞에는 짝퉁 미키마우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법으로 관광객의 푼돈을 노리는 전문업자(?)들이 다양했다. 예를 들면 장미를 들고 다니던 아랍인 아줌마는 관광객들에게 그 장미를 건넨 후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관광객들은 쉽게 속지 않았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0WVfQ7FG2KDDFh48wQ6UWWb8i7k%3D

후식은 못 먹을 것 같았지만 직원은 더포크앱으로 50% 할인을 받으려면 디저트를 추가해야 된다고 했다. 배는 불렀지만 할인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가장 양이 작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두 개 추가하고 식사비 50%를 할인받았다.


버거씨는 더는 못 먹겠다더니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을 떠먹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식간에 다 퍼먹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웃기는지 꺼이꺼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스크림이 뱃속의 족발을 소화시켜 준다.ㅋㅋ"


우리가 워낙 많이 웃어서 주변 손님들한테 민폐를 끼친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어느새 주변 손님들이 다 사라졌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39OOoFxiMZOhcYAiOidZGYZq9LI%3D

마지막으로 버거씨는 에스프레소까지 한 잔 마셨다.
더포크앱 덕분에 식사비 50% 할인을 받아서 알차게 잘 먹었다. 와인, 커피값 빼고는 다 반값이었음.
내가 오늘은 점심도 사고 저녁도 사줄게 버거씨.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UsGZ9JjXNWUkFj%2B%2BacyKhHXw2Sc%3D

식사 후 대성당 앞으로 나왔을 때 나는 대성당 사진을 찍었다. 워낙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이라 (1400년대 완공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한컷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얼굴을 하얗게 칠한 여인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자기 사진을 찍는 줄 알았던지 웃는 표정으로 나한테 손가락을 흔들기도 했다. 난 진짜로 저 언니는 못 보고 찍은 거였는데... 무서워서 버거씨 팔 잡고 얼른 도망갔다. 근데 저 언니 분장 콘셉트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웃음 코드에 입맛도 꽤 잘 맞으니 여행이 즐겁구나.






작가의 이전글그냥 다 삼키라는 프랑스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