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앱은 우리만 알아야 돼- 투굿투고

by 혜연

2025년 3월 낭시.


오전 산책 후 집으로 돌아와서 버거씨랑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만나게 먹었다.

오후에 우리 뭐 할까?


"날씨가 좋으니까... 공원에 가서 책을 읽는 거 어때? 너무 추우려나?"


"아니야! 좋은 생각인데??!"


버거씨의 제안에 나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우리 옷은 따뜻하게 입자. 해는 좋지만 기온이 낮아서 정말 잘 입어야 돼...


그때 휴대폰 앱에서 메시지가 하나 떴다. Too Good To Go라는 앱인데 오래전 프랑스어 수업시간에 이 앱에 대해서 배운 후 휴대폰에 깔아놓기만 하고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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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굿투고라는 앱 알아? 레스토랑이나 식료품점등에서 남은 음식, 혹은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앱이거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수업 중에 배웠어. 근데 이 근처에 있는 머큐어호텔에서 남은 아침식사를 2.90유로에 처분한다고 뜨네? 공원 가는 길목에 있으니까 한 번 해 볼까?"


"아, 나도 그 앱 알아.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들어는 봤지. 그래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궁금하긴 하네."


그렇게 나는 시험 삼아 처음으로 투굿투고앱에서 호텔 아침식사를 하나 결제했다. 오후 3시 반에서 4시 반 사이에 픽업이 가능하고 올 때는 꼭 장바구니를 가져오라고 명시돼 있었다.


우리는 각자 공원에서 읽을 책을 한 권씩 챙겨 들고, 생수도 한 병 챙겨서 집을 나섰다.


공원 근처에 있는 머큐어 호텔에 들어가서 쭈뼛쭈뼛 투굿투고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더니 리셉션 언니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방에 가서 말을 전하고 돌아왔다. 잠시 후 주방 아주머니께서 매우 극심한 피로에 지친 표정으로 음식 꾸러미를 두 개 들고 나왔다.


"감사합니다 마담."


나와 버거씨는 아주 공손하게 받고 감사인사를 드렸는데 피곤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가 호텔을 나오려고 할 때 주방에서 그 아주머니로부터의 외침이 아주 크게 들려왔다. "기다리세요!! 잠시만요!!!"


한~참만에 피곤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또 다른 꾸러미를 들고 돌아오셨다. 아, 진짜 푸짐하다!!

우리가 감사인사를 연신했지만 이 츤데레 아주머니는 웃을 기운도 없다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음식을 푸짐하게 챙겨주시니 내 눈에는 그녀가 그저 천사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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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나오기 전에 종이 꾸러미를 하나 열어봤다가 나랑 버거씨는 동시에 와~!! 하고 감탄을 했다.

우리 탄성소리에 리셉션 언니가 우리더러 안에 뭐가 들어있냐고 물었다. 마카롱, 마들렌, 빵오쇼콜라, 크루아상이 들어있다고 했더니 이 언니도 "나쁘지 않네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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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삶은 계란(속에는 계란노른자, 참치, 마요네즈를 버무린 샐러드로 채운 거), 호박 키쉬 그리고 야생블루베리 타르트(이건 꽤 조각이 컸다.)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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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이 푸짐함에 혀를 찼다.

3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이렇게나 푸짐하게 싸준다고??

뭔가 우리가 짠해 보였거나 마음에 드셨던 건지 다시 주방에 돌아가서 한 번 더 음식을 탈탈 털어서 갖다 주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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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빵오쇼콜라, 마들렌, 마카롱을 먹었다. 만족감에 몇 번이나 마주 보고 웃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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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앱 진짜 좋다!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야겠어."


"응, 사람들이 모르니까 안 쓰는 거지. 특히 학생들한테는 너무 유용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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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쯤 책을 읽었을까...

나는 조용히 가방을 다시 열었다. 삶은 계란이 이거였던가...?

삶을 계란을 싼 포일을 펼쳤더니 버거씨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걸 지금 먹게?"


"응, 뭐 어때. 나 혼자 먹을게."


하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버거씨도 나를 따라서 맨손으로 계란을 하나 집어서 입으로 바로 넣었다.

오 맛있다!!

참치마요 + 삶은 계란은 진리구나.


"하나 더 먹어야지."


"나도!ㅋㅋ"


너무 맛있어서 약간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우리는 입안 가득히 계란을 우물우물 씹었다. 그때 갑자기 버거씨가 풉-하고 웃었다.


"우리 노숙자 같다.ㅍㅎㅎ"


버거씨 말에 나도 미친 듯이 따라 웃었다. 너무 웃기고 너무 맛있다ㅋㅋㅋ


"하나 더 먹을래?ㅋㅋ"


"응, 그냥 다 먹자ㅋㅋ"


내친김에 호박키쉬까지 결국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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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으로 꽤 많이 떨어질 때까지 우리는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다.

배가 부르니 세상에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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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타르트는 저녁 식사 후 후식으로 먹었다.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다 먹고 나서 버거씨가 비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이 앱은 우리만 알아야 돼."


ㅋㅋㅋㅋㅋ

버거씨 농담 덕분에 또 한 번 둘이서 큰 소리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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