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저녁노을에 사춘기 소녀가 된 아저씨

by 혜연

퇴근길에 날씨가 너무 좋다며 버거씨가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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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풍경을 볼 때마다 나를 떠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곧 버거씨는 화상전화를 걸어왔다.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너랑 같이 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어."


50대에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가 또 있으려나.


"오늘 사실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많아서 중압감이 좀 있었거든. 근데 퇴근하는데 하늘이 너무 예쁜 거야. 그래서 네 생각이 났고, 문득 내 삶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너무 행복해졌어."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쉴 새 없이 본인의 감상을 들려주는 버거씨 뒤로 붉은빛이 가득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비록 온종일 중요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지만 결국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일이면 나는 세상 최고의 연인을 만나러 가. 나는 너무나 좋은 직장 동료들을 갖고 있고 내 일을 정말 사랑해. 가끔 스트레스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정년퇴직까지는 그리 긴 기간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니 남은 기간 동안 감사하며 일해야겠어. 내 아들들은 건강하고... 내가 무얼 하든 나와 함께 할 사랑스러운 연인이 있으니 내 인생은 정말 다 가졌어!"


맨 정신에 이런 소릴 할 수 있다니! 정말 내 스타일이다.

붉은 노을빛에 버거씨가 거하게 취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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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쁜 말을 할 줄 아는 당신이라서 나는 너무 기뻐. 본인이 행복하다는 걸 잘 알고 주변에 감사할 줄 아는 당신이라 나는 정말 좋다. 나도 필요한 건 이미 다 가졌어."


내 말에 버거씨가 소녀처럼 배시시 웃으며 좋아했다.


이런 간지러운 대화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줄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참 좋다.


힘들었던 터널을 지난 덕분에 알게 되었다. 행복은 단순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부자가 아니어도 커리어가 단절되었어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다.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내가 행복해야 할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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