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가성비 케이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근무환경

by 혜연

2025년 3월


SK의 생일이 다가왔다.
올해도 소고기 듬뿍 넣고 미역국을 끓여다 줘야지.

평소 금요일 저녁에 오던 버거씨가 다행히도(?) 이번 주에는 토요일 오겠다고 했다. 덕분에 금요일 저녁에 전기밥솥에다 미역국을 팔팔 끓였다. 온 아파트에 미역국 냄새가 퍼졌다. 프랑스인들이 경악할 이 냄새.

웅이도 미역국을 좋아하니까 넉넉히 끓여서 토요일 모조리 싸들고 출근했다.

시장에 있는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도 사야겠다!

이 빵집은 토요일 아침이 되면 색색의 화려한 케이크들이 잔뜩 나온다. 살 것도 아닌데 맨날 기웃거리면서 구경하곤 했는데 오늘은 웬걸! 케이크가 새로 들어온 게 하나도 없다!! 또르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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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큰 케이크가 하나도 없나요? 오늘 SK 생일인데..."

이렇게 물었더니 안 아주머니께서 나보다 더 목소리를 높여서 불평을 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토요일 아침이면 케이크도 빵도 많이 들어와야 되는데 오늘은 감감무소식인 거 있죠!"

이 가게는 시장 말고도 낭시에 두 군데에 지점이 더 있다고 한다. 본점에서 갖다 줘야 하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무 연락이 없단다. 손님은 평소처럼 밀려드는데 아주머니께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셨다. 뒤에 줄 서 있는 손님이 많아서 (여긴 항상 손님들이 줄 지어 있다.) 나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 그럼 저 퐁당 쇼콜라케이크 한 개 남은 거 제가 살게요. SK가 좋아하는 딸기케이크 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퐁당 쇼콜라 케이크라도 한 개 남아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저거도 맛있으니까...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안 아주머니는 선뜻 대답을 안 하시고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일단 이 마지막 퐁당 쇼콜라는 하나 빼놓을게요. 계산은 아직 하지 말아요. 이따 케이크가 새로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정오까지만 기다려보는 게 어때요? 케이크 들어오는 대로 내가 바로 알려줄게요."

아 정말 친절한 분이시다. 항상 몰려드는 손님으로 바쁜데 친히 우리 가게로 달려와서 알려주겠다고 하시네. 너무 감동 감동...

우리 가게는 오전 11시 반에 오픈을 하는데 그전까지는 셔터를 내려놓고 오픈 준비를 한다.
잠시 후 11시쯤에 (마침 SK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안 아주머니께서 달려오시면서 셔터밖에서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셨다.

"케이크가 왔어요! 지금 와서 골라봐요!"

신이 나서 달려갔더니 빵집 앞에는 손님 줄이 더 길게 서 있는 게 아닌가?! 바쁜 와중에도 케이크를 받자마자 나를 위해 달려와 주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진열장에 내려놓기도 전에 방금 받은 케이크 상자들을 일일이 열어서 나에게 먼저 고를 기회를 주셨다. 이런 특권이라니!!

"어떤 걸로 하겠어요?"

와...!

"딸기요! 무스 말고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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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유로의 행복! 진짜 맛있다!


안 아주머니는 이따 먹을 때 찾아가면서 계산하라고 하시며 내가 고른 딸기 케이크는 따로 보관해 주셨다. 역시 센스 있으시다. 지금 들고 가면 SK가 바로 볼 테니까 그런 사정까지 생각하신 것이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98715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3byC8CFdzoO9rX3KRHnViSz6xo0%3D 참고로 저기 사진 왼쪽에 있는 작은 디저트들은 하나에 1유로다. 맨날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보일 때마다 퇴근할 때 한 두 조각씩 사서 다음날 친구들이랑 같이 먹곤 한다.

딸기 무스케이크도 있는데 이것보단 딸기가 더 많고 씹는 맛이 있는 타르트 케이크가 더 낫지.

낮에 내가 가져온 미역국도 데우고 케이크도 가져와서 SK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다들 내 미역국을 많이 좋아해 주어서 기뻤다. 웅이는 내 미역국에서 내공이 느껴진다며 극찬을 했다. 국간장이 없어서 피시소스를 넣었는데 냄새는 좀 진해도 감칠맛이 좋네.

미역국이랑 타르트 단면 사진을 좀 찍어둘걸. SK말로는 본인이 먹어본 딸기 타르트 중에 손꼽히는 맛이라고 했다. 다른 집보다 가격은 저렴한데 이런 가성비 빵집이 시장 코앞에 있으니 어찌나 행운인지.

친절한 안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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