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버거씨가 찾아낸 오늘의 등산 코스는 바로 이 교회 주차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초등학교와 마을을 지나 숲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버거씨는 저만치 앞서서 혼자 쭉쭉 걸어가고 있는 큰 아들을 불러 세우며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걷자고 말했다.
그래~ 풍경이 이리도 좋은데 좀 감상하면서 가자고.
버거씨와 큰아들은 강철 심장인가 보다. 숨소리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네.
처음에는 나도 여유만만했는데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니 나 혼자 숨이 차서 컥컥거렸다.
걸으면서도 버거씨는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나는 숨 쉬는 것도 벅찬데 참 대단하다.
버거씨가 매고 있는 백팩에는 생수뿐만 아니라 내가 챙겨 넣은 귤도 4개 들어있었다. 지쳐가던 내가 숨을 할딱이며 버거씨한테 말했다.
"그 백팩... 내가 들어줄까?"
"안되지. 당연히 내가 메야지. 근데 이걸 왜?"
"나는 그 백팩을 멜 테니까... 당신은 나를 업어..."
예상 못한 내 말에 두 사람 다 웃음이 터졌다.
그건 안되는 거니... 난 진심인데 왜 대답을 안 하고 웃기만 해...
포기하고 싶을 즈음에 드디어 평지가 나왔다.
좁게난 숲길을 따라서 우리는 나란히 한참 동안 걸었다. 산속에 길게 난 아기자기한 길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버거씨도 기분이 좋은지 자신의 집으로 내 친구들을 초대할 계획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다는 버거씨의 말을 들으니 나도 즐겁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길이 험해졌다. 급기야 진흙탕길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앞서서 아들과 함께 건너갔던 버거씨는 나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하지만 버거씨는 등을 보이면서 나더러 업히란다.
"네가 혼자 건너갈 수 있다는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우히힛
나는 두 말 않고 버거씨 등위에 업혔다. 이런 기회는 왔을 때 잡는 거지.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내가 염려했지만 버거씨는 나를 업은 채 안정적으로 미끄러운 진흙길을 잘만 걸어내려 갔다.
그 후에도 진흙탕길이 두 차례나 더 나왔고 매번 버거씨는 되돌아와서 자신의 등을 내주었다.
이런 든든하고 다정한 사람을 내가 이전에 만나본 적이 있었던가.
이러니 나는 세상이 공평하다는 것을 여전히 믿는다.
나는 이런 호강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