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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8. 2020

새 출발, 준비되었지?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필요하신데...

2020년 7월 10일


시부모님께서는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친구네로 가시고 오늘 저녁식사는 나와 자서방 둘이서만 하게 되었다.

시어머니께서 우리가 저녁에 먹을 비프 브루기뇽과 샐러드까지 준비해 놓고 가셨기 때문에 식사 준비를 할 건 거의 없었다. 대신 우리는 식사 전에 식기세척기 안에 말끔히 세척된 그릇들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이건 어디에 놓지?"


"이거는?"


자서방은 포크와 나이프만 정리할 줄 알았지 나머지 접시, 샐러드볼, 쟁반, 글라스 등등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건 저쪽 찬장, 그건 요 앞에 세 번째 서랍, 아 그건 다이닝룸에 있는 선반으로 가야 돼."


막힘없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술술 말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자서방이 말했다.  

"어떻게 와이프는 모든 식기들의 위치를 다 알지? 나는 더 오래 살았는데도 모르는데 말이야."      


"아 난 시어머니보다도 더 잘 알아. 요즘에는 나한테 뭐가 어디 있는지 자주 물어보시거든. 심지어 시어머니께서 쓰고 치워두신 것들도 내가 기억하고 있다가 알려드리기도 하지.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말씀드려. 내가 필요하시다고 말이야. 그럼 맞다고 하시지."


나와 시어머니는 함께 지내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것 같았다.


아파트를 구하고 이사할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설레기도 하지만 고양이들이나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많이 서운하다. 불과 걸어서 5분 거리지만 말이다.



시어머니께서 만들어 놓고 가신 비프 브르기뇽은 역시 맛있었다. 감탄하며 먹다 말고 자서방이 짓궂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와이프 이제부터 요리해야 하네 으흐흐..."


"남편 이제부터 그거 먹어야 하네 으흐흐..."


요리해야 하는 자와 그걸 먹어야 하는 자가 같이 시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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