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용 Oct 28. 2020

모웬을 훈련시키는 자서방

2020년 5월 8일


봉쇄기간 내내 확 찐자로 지내던 자서방은 밥 먹을 때만 빼고 웬만해선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구들과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웬일로 자서방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고양이들에게로 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서방이 모웬과 함께 펄떡펄떡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모웬을 훈련시키고 있는 거라고 했다. 

사실 가만히 둬도 모웬은 사람들이 앉아있을 때면 이 소파 저소파 알아서 잘도 뛰어다니는 녀석이다. 뻔뻔하고 사교성이 좋아서 사람들이 앉은 소파 위를 옮겨 다니며 자기를 만져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뭐 어쨌거나 우리 곰 움직이는 거 오랜만에 보네...

자서방은 이쪽 소파에 앉아서 모웬을 불렀다가 모웬이 뛰어올라오면 잽싸게 반대편 소파로 옮겨가 앉은 후 모웬을 다시 불렀다. 그걸 점점더 빠르게 반복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모웬은 이소파 저소파로 야옹하면서 잘도 따라다녔다. 몇 번 반복하더니 과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훈련을 이어가고 있던 자서방은 우리 반응을 살피느라 이따금씩 흘끔거렸다. 우리가 감탄해 주길 바랬겠지만 다들 티브이를 보느라 시큰둥했다.       


마지못해 내가 한마디 외쳤다. 


“모웬, 고마워! 우리 남편을 훈련시켜줘서!”

심각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꽤나 부산스럽게 하는 자서방을 못마땅해하시던 시어머니께서는 내 말 한마디에 손뼉까지 치시며 좋아하셨다. 


“맞다 맞아! 모웬 잘한다!”


안 그래도 요즘 자서방이 살찌는 게 걱정이라 먹고 있는 것도 뺏아가시는 시어머니께서는 자서방이 아니라 모웬을 칭찬하셨다.  

자서방 운동시키는 거 쉽지 않은데 정말 대견하다!


작가의 이전글 슬기로운 봉쇄 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