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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7. 2020

성당 종소리가 구슬프더니...

감동뒤엔 어김없이 웃음을 주시는 시어머니

2020년 7월 11일


시어머니와 늦은 아침을 먹고 있을 때였다. 오늘따라 동네 성당의 종소리가 길게도 이어졌다. 


"장례식이 있구나..."

"이 소리가 장례식 종소리였어요?" 

시어머니께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이시며 말씀하셨다.

"장례식 종소리는 리듬이 달라. 더 슬프게 들리잖니. 떠나는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길게 길게 이어지지."

정말로 종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괜히 숙연해져서 종소리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대화를 멈추었다.

"근데 저 이 종소리 종종 들었는데요. 그게 다 장례식이었던 건가요?"

"응 최근에 꽤 자주 들렸지.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저 소릴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안 좋구나."

모르고 들을땐 무심했지만 막상 알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나이 드는 건 참 슬픈 거야. 내가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긴 하지만 점점 몸이 힘들어진단다. 그래도 자꾸 움직이려고 노력해.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가 않아. 여행 가고 싶은 곳도 아직 많은데..."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요즘 핸드폰 게임에 푹 빠지셔서 소파에 오래 앉아계시는걸 나는 종종 보았다. 그 핸드폰 게임의 기록을 깨시던 날엔 저녁식사도 거르실 뻔하셨다.




그날 오후 우리는 시어머니 차를 타고 함께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성당 앞을 지나게 되었다. 장례식이 끝났는지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고 있었다. 

"장례식이 끝났나 보구나."

나는 화제를 바꾸고 싶었다. 

"그나저나 운전을 정말 잘하세요."

"필요하니까... 난 미셸보다 건강하고... 또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아마 내가 더 오래 살게 될 거야. 미셸이 아플 때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한다면 낭패겠지. 너도 어서 운전 연습을 해 놓거라. 젊을 땐 남자들이 보살펴 주지만 나이가 들면 여자들이 더 오래 살더라. 나이 들면 우리가 남자들을 보살펴 줘야 해..."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그때 우리 앞으로 고급 승용차를 운전하는 남자가 지나갔다. 그걸 보시더니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큰소리로 외치셨다.

"저 남자 차 좀 봐라! 저 남자랑 결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참 시아버지 건강을 걱정을 하시던 시어머니로부터 감동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고개를 돌려 사라져 가는 고급차를 함께 바라보았다. 

"저 남자 좋은 사람 같지 않니?"

"모르죠... 나쁜 사람일지도요..."

"차를 봐라. 무조건 좋은 사람이지."      


어느새 대화의 온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자서방이 시어머니더러 내 앞에서 농담을 자중해 달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농담 때문이었나 보다. 그런데 나는 시어머니의 농담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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