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하지만 더 따뜻했던 크리스마스

시댁에서 나는 가장 많은 선물을 받았다!

by 혜연

202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다행히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해 온 남편과 선물 꾸러미를 들고서 시댁으로 향했다. 눈이 아닌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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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늑하게 맞이해 주는 시댁의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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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부모님께서는 매년 근교에 있는 유명한 유리공방에 가셔서 유리 장식을 한 가지씩 새로 사 오신다. 매년 다른 모양이 나온다며 모아가는 재미를 즐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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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시동생은 지하실에 내려가서 샴페인, 화이트 와인 그리고 레드와인을 골라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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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이니까 소테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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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거만한 자세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웬. 추바카처럼 털이 점점 늘어나더니 머리 위에도 털이 한 움큼씩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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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곧 선물 교환식을 가졌다.

돌아가면서 준비한 선물들을 나눠주는데 다들 내 이름을 가장 많이 불렀고 내 무릎 위에만 선물들이 자꾸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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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가장 궁금했던 자서방의 선물을 가장 먼저 뜯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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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휴대폰 케이스네...? 심지어 내 폰이랑 안 맞는다...

살짝 당황하는데 옆에서 자서방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표정을 수습하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도 자꾸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 왜 저러나 싶었...

"어? 이건 아이폰 12 케이스네? 난 아이폰 10인데...??"

그제야 자서방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응 내가 말했잖아. 진짜 선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블로그 하려면 사진도 잘 찍어야 하니까 더 좋은 휴대폰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

으아... 비싼 선물 사지 말라니까... 사실 우리는 애초에 서로 선물을 하지 말기로 약속까지 했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이러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나는 뭐가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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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은 구석에서 끝까지 구경하고 있었지만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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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웨덴에서 시동생 부부가 준비해 온 선물이다. 책자에 각 도구별 용도도 친절하게 써져있었다.

시동생 부부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또 다른 선물로 뚝배기와 수저세트도 있었다. 스웨덴산이라고 우기다가 결국은 아마존에서 주문했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뚝배기와 수저세트를 보니 내가 마치 한국에 와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길래 나중에 내가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젓가락 연습 열심히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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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께서는 이불보와 베개커버를 선물해 주셨는데 질이 좋은 브랜드라며 낭시 외곽에 있는 공장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다.

"제가 필요한 게 뭔지 역시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다니까요!"

우리가 이사할 때도 대부분의 살림을 알아서 마련해 주신 시어머니시다. 두 분이서 나를 위해 선물을 포장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벅차올랐다.

시아버지는 무선 애플 키보드에, 시어머니는 수비드 컨테이너에 너무너무 만족해하시며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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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마시는 동안 시어머니께서는 다이닝룸에 간단한 먹거리들을 차리시며 각자 먹고 싶은 대로 접시에 갖다먹으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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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까지 직접 구우셔서 두 가지의 미디 샌드위치를 만드셨다. 훈제연어와 바질 크림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하나와 닭고기 마요네즈 오이 등이 들어간 샌드위치.

두 가지 다 너무나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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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굉장히 많은 종류의 콜드컷들이 있었다. (접시 별로 사진은 모두 찍지 않았다.)

아, 내가 콜드컷이라고 뭉뚱그렸더니 시어머니께서 각 종류를 설명해 주셨다. 그래도 나에겐 너무 어렵다. 나에게는 아직 모두 정봉이고 콜드컷이다. ;; (아, 한국에서는 잠봉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저 내 귀에는 정봉으로 들릴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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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두가 사랑하는 푸아그라-

푸아그라도 두 가지를 준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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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일반 푸아그라 그리고 또 하나는 시어머니께서 트러플 버섯을 넣고 만드신 홈메이드 푸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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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식탁 위에는 장식용 송아지가 한 마리 떡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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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그라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맛보기로 하고 우선 나머지 종류들을 먼저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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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소테른 와인을 한잔씩 마신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자서방이 새 잔을 가져와서 레드와인을 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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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서 금세 한 접시의 음식을 비운 후에 두 번째로 음식을 가져와서 벽난로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푸아그라도 한 조각씩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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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두 너무 맛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어느 푸아그라가 더 맛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두 개 다 맛있다고 대답했다. 두 개다 그냥 서로 다른 매력이 있었다. 기존 푸아그라는 언제 먹어도 맛있고 시어머니의 트러플 푸아그라는 좀 더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두 개다 두 조각씩 먹었다.

시동생의 부인은 (동서라는 말이 도무지 내 입에 붙지를 않는다;) 함께 하지 못했다. 낭시에 살고 있는 그녀의 딸과 오빠네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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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선반에는 귀여운 장식들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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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웬은 여전히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본인의 자리를 양보해 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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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트러플 푸아그라를 먹고 있을 때 모웬은 발바닥을 핥고 있었을 뿐이다.

자서방과 나는 틈나는 대로 모웬과 놀아주거나 골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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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빵빵하게 불러왔을 때 부쉬 드 노엘이 등장했다.


며칠 전 우리가 시식한 거랑 모양이 좀 달랐는데 시아버지께서는 이거도 똑같은 거라고 하셨다. 아무튼 시식과 상관없이 본인 취향대로 고르신 게 맞는 것 같다. 답정쇼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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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나에게 케이크 자르는 영광(?)을 주셨다. 내가 한 조각씩 자르면 자서방이 접시를 들고 있다가 받아서 배달을 했다. 왕별은 시아버지께 드렸다. 케이크 역시 너무너무 맛있었다! 배가 불러서 나는 한 조각만 먹었지만 다들 두 조각씩 먹었다. 내가 너무 작게 잘랐나 보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자 시어머니께서는 아침에 먹으라며 커다란 쿠글로프를 싸주셨다. 저걸 혼자 다 먹으려면 일주일이 넘게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쿠글로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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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조촐할 것 같았지만 이전 크리스마스와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즐거운 파티였다.


시동생은 내 프랑스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감탄했고 시부모님과 자서방은 본인들이 더 뿌듯해했다.


파리에 사는 자서방의 사촌누나인 마리네 가족은 해마다 시댁에 와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에 화상통화로 꽤 오랫동안 아주 시끌벅적하게 통화를 한 덕에 우리 파티의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 파티마네 가족은 본인들의 얼굴이 들어간 유쾌한 크리스마스 비디오를 보내주어서 또 한바탕 웃었다.


우리 부부는 시댁에 갈 때보다 더 묵직해진 선물 보따리를 양손에 가득 들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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